[도서비평] ‘고문진보(古文眞寶)’ (前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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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고문진보(古文眞寶)’ (前集)
  • 승인 2004.11.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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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공부, 중국역사 이해 도와

학교에 몸담고 있으면 소위 ‘학사일정’의 영향을 많이 받게 마련입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년 되풀이되는 일정을 겪은 지도 이제는 10년을 훌쩍 넘어선지라 어느 정도 초연할 때도 되었건만, 시기적으로 바쁜 때는 항상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심신이 바쁠 때면 올 1년 동안 도대체 무얼 하며 지냈나 하는 생각에 한심해 하면서도, 어서 12월 중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또한 적지 않습니다. 핑계에 불과하지만, 학부 및 대학원 수업 등등의 ‘학사일정’을 모두 마쳤을 때라면 이렇게 다 읽어보지도 않고 책 소개를 하는 ‘넌센스’는 없을 것 같으니까요.

‘고문진보(古文眞寶)’는 문자그대로 ‘옛 글 가운데 참된 보물만을 모아 둔 책’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하는 ‘전집’은 ‘全集’이 아닌 ‘前集’으로서, 勸學文·五言古風 長短篇·七言古風 長短篇·長短句 등 10여체 200여 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문 실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辭·賦·傳·文·表·論·書 등 20여체 130여 편의 산문이 수록된 ‘後集’이 더 나을 것 같았지만, 겉멋이 들더라도 주로 詩仙 이백(李白)과 詩聖 두보(杜甫)의 한시를 따라서 읊조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영남대학교 이장우 교수님이 주축이 되어 낸 이번의 번역본은, 同名의 여러 책들 중 아마 가장 업그레이드 된 책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원문과 번역문 및 주석을 같은 쪽에 맞추어 넣은 까닭에 한문 공부 삼아 대조하기가 편할 뿐더러, 각주 또한 방대한 분량을 마다 않고 실어 놓으셔서 중국 역사 전반에 대한 이해까지 돕고 있으니까요.

솔직히 저는 한의학 관련 서적을 제외하고서는 고작 明心寶鑑, 擊蒙要訣, 小學 등을 간신히 1번 읽어본 것이 전부이기에, 한시를 음미하기에는 많이 벅차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四書三經 다음으로 많이 익힌 것으로서 그간 詩文의 교과서 역할을 해 온 책이 ‘고문진보’이라기에, 이번 기회에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리네 선조들이 수백 년 동안 밤낮없이 읽고 외웠으며 이와 유사한 글을 지어 立身揚名했던 책을 공부하는 것 역시, 한의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 방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몇 장 넘기지 않아 나타나는 大哲 朱熹의 ‘勸學文’은 저를 더욱 채찍질합니다. “勿謂今日不學하여 而有來日하고 勿謂今年不學하여 而有來年하라 日月逝矣하나니 歲不我延이로다 嗚呼老矣라 是誰之愆고(말하지 말라,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해와 달은 무심히 흐를 뿐, 세월은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오호라,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가.)”

하지만 酒太白의 ‘友人會宿’ 역시 저를 유혹합니다. “滌蕩千古愁하여 留連百壺飮이라 良宵宜且談이니 皓月未能寢이라 醉來臥空山하니 天地卽衾枕이라(천고의 시름을 씻어버리고자 눌러앉아 백 병의 술을 마신다. 좋은 밤이라 이야기 나누기 좋고, 밝은 달빛이라 잠들지 못하노라. 술에 취하여 텅 빈 산에 누우니 하늘과 땅이 이불과 베개로다).” <값 2만5천원>
編註 : 愆 허물 건, 滌 씻을 척, 宵 밤소, 衾 이불금

안 세 영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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