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원칙은 ‘환자가 원하는 병원’…전 생애‧전 질환 치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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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원칙은 ‘환자가 원하는 병원’…전 생애‧전 질환 치료 목표”
  • 승인 2022.01.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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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정희재 경희대한방병원장

노화클리닉 비롯해 특화 진료 부각 목표…엑스제제‧캡슐형‧캔디형 중심 공동탕전 등
한약물연구소, 다양한 제형개발 이어 다음은 천연물신약…한의사 사용 가능한 제도 필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경희대한방병원이 코로나19 시국인 지난해 경희의료원 50주년을 맞이했다. 한방 영역에 병원 시스템을 도입한 치료방식과 한약제제의 다양한 제형개발 등에 앞장서 온 경희대한방병원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정희재 한방병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시기에 병원장이 됐다. 이로 인해 한방병원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병원이 어렵지 않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로 인해 한방병원의 장‧단점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방병원은 제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급성전염병 치료에 접근하기가 힘들고, 응급 질환 치료에 있어서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병원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에서 우리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급성전염병이나 응급질환이 아닌 질환, 즉, 만성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코로나19 시국에도 여전히 한방병원을 찾고 있고,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못하는 것을 보완하려 해야 할 지, 아니면 잘하는 부분에 집중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그 중 후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후일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 오히려 더 좋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장으로서 병원을 운영하는 본인만의 원칙이나 소신이 있나.

병원장은 경영을 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병원이 잘 운영되도록 수익적인 측면을 고민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경희대한방병원은 대학병원이기 때문에 교육, 대학 교수의 연구, 그리고 환자의 질병을 위한 임상적 측면이 모두 중요하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야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가 원하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가 아픈 곳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고, 편안한 경험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가 많아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연구도 많이 이뤄질 것이고, 치료사례가 많아지니 전공의 등의 교육적인 측면도 강화가 될 것이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볼 때, 환자가 많아지는 것은 수익부터 임상, 교육, 연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경희의료원이 지난해 개원 50주년을 맞이했다. 그만큼 경희대한방병원 역시 오랜 세월을 보내왔는데 그동안 이뤄낸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경희대한방병원은 한의계의 첫 병원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한방 영역에서 양방의 병원제도를 섞어 질병 위주의 치료를 해온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그러나 종합병원의 특성상 여성 질환, 소아, 중풍 등 여러 전문화된 분야가 섞여있어서 우리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최근 타 의료원의 경우, 재활의학, 암, 산부인과 등 분과별 클리닉을 개설해 특화진료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도 척추질환, 피부질환 등의 특화분야를 부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피부과와 소아과의 협진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에 걸린 아이를 진료하고, 아이의 엄마는 부인과 진료를 보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노화클리닉을 개설해 내과에서 노인들이 많이 겪는 질환을 치료하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생애 전 과정, 전 질환의 치료를 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의과학연구원 한약물연구소의 초창기 멤버이자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한약물연구소에서는 청인유쾌한, 통비단 등의 성과를 이룩하기도 했지만 이에 따른 어려움도 많았을텐데 어떤 점이 있었나.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한약물연구소는 한약은 무조건 탕약이어야 한다는 인식을 타파하고 제형변화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자 설립했다. 한의사들은 1980년대부터 한약엑스제제를 사용해왔지만 그 이상의 변화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가지 연구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것이 캔디(트로키)형태의 약이다. 입안에 넣고 녹여먹는 형태인 만큼 호흡기 질환에 효과적이도록 만들어진 것이 청인유쾌환(청인트로키)다. 실패한 경험도 있다. 알약(타블렛)형태다. 타블렛 형태로 만든 약이 약효를 보기 위해서는 약을 한 번에 다량 섭취해야 했기 때문에 편의성이 떨어졌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캡슐형이나 젤리형의 다양한 한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음 단계는 천연물신약이다. 경희대한방병원은 다량의 임상케이스와 임상시험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한약 신약을 개발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문제는 신약을 개발하게 되면 정작 한의사는 사용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는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경희대한방병원은 공동탕전사업도 하고 있다. 다른 공동탕전과 차별화되는 특장점이 있다면.

한의사들은 아직까지 탕약 이외의 방식에 많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경희대 공동탕전은 한방병원에서 임상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고 효과적인 약을 함께 사용하자는 목적에서 탕약보다는 한약물연구소를 통해 개발한 엑스제제나 캡슐형 한약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 경희대한방병원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연구자료 등을 공유하면서 이 약이 임상적으로도 효과가 있고, 많이 사용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른 곳에서는 접근하기 힘든 영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결국 한의학이 함께 커나갈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지난해에는 제1회 공동탕전 온라인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앞으로 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세미나에서는 어떤 의견이 오갔나.

한약 제조공정의 표준화를 통해 탕약은 HACCP 수준, 약침은 의약품 수준 이상의 질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원외탕전 인증제가 시작됐다. 이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한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증을 받기 위해 투자한 차별화된 시설비용에 비해 인센티브가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희대 공동탕전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원외탕전 인증을 받으려면 거대한 시설을 사실상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감이 커서 아직까지 인증을 받지 못했다. 원외탕전 인증을 받으려 하는 대표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것인 만큼, 이에 비례하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병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앞서 말한 소신대로 ‘환자가 찾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 시대에 맞게끔 어떤 식으로 포장해서 환자에게 내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의료진이 대학교수이고, 병원이 대학병원이니 알아서 환자가 알아서 찾아오길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다.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 생애‧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21세기에 맞는 한방병원이 되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이 방법을 100% 이루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이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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