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966> - 『漢醫學의批判과解說』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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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966> - 『漢醫學의批判과解說』① 
  • 승인 2021.06.12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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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한의存亡을 저울질했던 뜨거운 논쟁

  한민족의 전통의학임을 자임하는 한의학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지도 반세기를 훌쩍 넘겼고 한국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韓醫學으로 명칭 표기를 개정한 이후에도 한의학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나 과학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김치나 한식, 한복 등 한류문화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로 여기면서도 한의약에 대해서만은 늘 과학화나 표준화가 뒤따라야만 된다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작용하곤 한다.

 ◇ 『한의학의비판과해설』
 ◇ 『한의학의비판과해설』

  김치에서 매운 맛을 덜어내고 달큼하게 버무렸던 기무치는 일본에서나 통하는 배추절임으로 남은 반면, 미국이나 남미에서는 오히려 한국식 매운 김치 맛을 건강한 맛으로 여기고 기꺼이 즐기고자 한다. 중국진출을 앞두고 香味를 조정하려 했던 신라면은 한국식 매운맛을 고수한 덕분에 원조라면 맛으로 자리매김 되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일제강점기 한의는 의생규칙 시행과 함께 제도적 기반을 잃어버리고 제한된 지역에서 보조 인력처럼 지내야 했다. 이 시기 전통의약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용론을 주장하던 세력에 맞서 몇몇 한의약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나서서 지지와 애정을 피력하면서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주요 신문과 월간지를 통해 지상논쟁을 펼쳤던 바 있다.

  이 책은 그 때의 논쟁을 하나의 책에 게재 순서대로 담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겉표지에는 아무런 장정도 없이 제호와 발행처만 인쇄되어 있는 대신에 간략하게 다음과 같은 내력이 밝혀져 있다. “此書는 1937년(帝政昭和9년) 3월 이후 ~ 1940년(帝政昭和15년)까지의 下의 多士濟濟 여러 선생이 당시의 일간신문 및 방송국을 통하여 만천하에 발표한 논문집으로서 이른바 …… 높이 평가되는 珠玉篇이니 참으로 醫學徒의 左右銘이 될 것이다.”(필자 윤문)

  앞의 기록에서, 서력연도와 일제 연호에 의거한 연대 표기가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본문을 확인해 보면, 소화9년 조선일보에 실린 장기무의 ‘한방의학부흥책’으로부터 논쟁이 시작되니, 서기로 환산해서 1934년으로 수정하는 것이 옳다. 아마도 한국전쟁 이후 급조해서 마련한 판본이어서인지 여러 곳에서 오자가 눈에 띠고 표기법에 있어서도 현행과는 사뭇 다른 곳이 많아 독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집필진으로는 ‘張基茂, 鄭槿陽, 李乙浩, 趙憲泳, 申佶求 外一人’으로 밝혀져 있는데, 신문발표 게재 순으로 정리한 것이며, ‘編輯順’이란 주기가 달려있다. 목차에 앞서 당시 전북한의약조합장이자 이 책을 편집한 주역인 朴啓祚의 글이 ‘本書 刊行에 際하야’란 제목으로 들어 있다. 여기서 잠깐, 책을 펴내게 된 과정과 그 취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뜨거웠던 토론의 쟁점을 이해하는데 선결요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고하면, 한방의학의 부흥이 제창된 지 이미 9개성상이 지났다. 그것이 本道에서 제1회 한방의약학강습회를 개최한 것과 때를 같이 한 것은 吾人의 더욱 欣快를 금치 못한 바이였었다. 이래 본도에서는 매년 한방의약학강습회를 계속 개최하였고 각 신문잡지 紙上에는 여러 의학자의 열렬한 論戰과 진지한 연구논문이 끊임없이 발표되어서 한의학 자체의 향상발전이 刮目에 이르고 …… 世人의 이해와 인식이 깊고 관심과 지지가 커서 각지에 한의학강연, 강좌가 개최되었다.”

  위의 글 내용으로 보아 당시 상당 기간에 걸쳐 이어진 각계 전문가와 명사들 간에 벌어진 논쟁으로 인해 사회식자층으로부터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한방의약계 내부로부터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강습과 연구를 진작시키고자하는 건전한 기풍이 싹트게 되는 등 매우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한의학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漢藥局方’이 제정되었고 한의양성을 목적으로 강습소가 4~5개소 개설되어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 전개되었음을 전해주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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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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