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근탕, 갈근탕가천궁신이 – 두경부 혈행이상 해결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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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근탕, 갈근탕가천궁신이 – 두경부 혈행이상 해결사!①
  • 승인 2020.12.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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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 (28)
경희대학교한방병원순환신경내과 조교수 권승원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56세 남성.

건장한 체격을 가진 환자로 약2개월 전 발생한 뇌경색으로 좌반신소력이 발생하여 재활치료를 위해 통원 중이다. 하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침 기상 직후 코막힘, 재채기가 심하다고 호소했다. 오전 내내 재채기를 하며, 한 번 재채기를 하면 증상이 매우 격렬하여 머리가 울릴 지경이라고 한다. 코막힘과 재채기가 생긴 후로는 오전 내내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상으로 측정되어 더욱 걱정이 크다고 했다.

자세히 문진한 결과, 매년 가을에서 겨울이 넘어갈 즈음에는 이러한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유독 심한 편이고 과거 잘 듣던 이비인후과에서 처방 받은 항히스타민제도 이번에는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재채기를 할 때는 맑은 콧물이 흐르기는 하나, 대개 코막힘 위주로 나타날 뿐 콧물이 줄줄 흐르는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일단, 현재 복용 중인 항히스타민제는 중단하고 A엑기스제를 기상 직후 1일 1회 투약해보기로 했다. 약 1주 후, 오전 중 재채기 횟수와 강도가 매우 감소했다고 했다. 특히, 코막힘은 매우 개선되어 큰 불편감이 없다고 했다. 오전 내내 상승해 있던 혈압도 안정을 되찾았다. 증상이 많이 개선된 관계로 10포 정도를 상비하고 있다가 증상이 있을 때 바로바로 사용하기로 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갈근탕(葛根湯)이다. 갈근탕은 중국 한대(漢代) 장중경(張仲景)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했으며, 당시에는 초기 호흡기 감염증에 목결림, 무한(無汗), 오한발열이 있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여러 의가들의 활용을 거치며 비단 호흡기 감염 초기 뿐 아니라 두통, 각종 근골격계 통증질환, 비강질환, 안과질환, 피부질환(두드러기) 등에도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되어 왔다.

 

갈근탕 개요

구성약물: 갈근, 마황, 계지, 작약, 생강, 감초, 대조

효능효과: 자연발한이 없이 두통, 발열, 오한, 어깨결림 등을 동반한 비교적 체력이 좋은 사람의 다음 증상: 감기, 코감기, 열성질환 초기, 염증성질환(결막염, 각막염, 중이염, 편도선염, 유선염, 림프염), 어깨결림, 상반신 신경통, 두드러기(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증식 억제 작용(IL-1α 생산 억제, IL-12 생산 촉진을 통한 세포성 면역반응 증강), 항알레르기작용

 

갈근탕 활용의 발전사

갈근탕은 『상한잡병론』에 외감풍한(外感風寒)에 의한 표한(表寒), 표실증(表實證)이면서 경항부 근육 긴장감을 동반한 근육통을 보일 때, 발한(發汗)시켜 경항부 근육긴장을 완화하고 해표(解表)하는 약으로 처음 제시된 후 [太陽病, 項背强几几, 無汗惡風, 葛根湯主之], 감염 질환 초기에 경항부 근육 긴장에 의한 통증이 있으며 오한발열하고, 땀이 나지 않는 상황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각종 서적에서 『상한잡병론』의 적응증을 그대로 답습하며 관련 병리기전을 설명하는 주석만 달려 가다가, 송대(宋代) 국가 주도로 편찬된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 이하 화제국방)』에 이르러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이라는 가감방이 처음 등장하며 그 활용의 폭이 넓어졌다. 이 갈근해기탕은 갈근, 마황, 황금, 작약, 감초, 육계로 구성되어 ‘갈근탕에 황금’이 추가된 구성에 가깝다. 현재 우리나라에 보험적용 엑기스제로 출시되어 있는 갈근해기탕과는 다른 처방으로 보험적용 처방은 공신(龔信)의 『의감(醫鑑)』을 출전으로 한 처방이다(갈근, 시호, 황금, 작약, 강활, 석고, 승마, 백지, 길경, 감초, 생강, 대조로 구성). 『화제국방』에서는 기존의 갈근탕 적응증에 흉격번민(胸膈煩悶)이 추가된 온병(瘟病)에 이 갈근해기탕을 사용하도록 했는데, 이후에도 다양한 서적에서 그 활용이 확인되었다. 명대(明代, 1536년)에 출간된 방광(方廣)의 『단계심법부여(丹溪心法附餘)』에서는 『화제국방』의 내용을 이어받아 갈근탕과 갈근해기탕을 각각 상한(傷寒)과 온열병(溫熱病)에 사용할 수 있는 약으로 구분하여 황금 유무에 따른 적응증 차이를 명확히 했으며, 이 내용이 그대로 일본에도 이어져 1771년 나이토 호테이가 출간한 『고방절의(古方節義)』에서도 갈근탕 가감법 중 하나로 이 갈근해기탕의 형태를 제시하였는데, 갈근탕의 전형적인 적응증을 보이면서 갈증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황금을 추가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상과 같은 호흡기 감염증 뿐 아니라 역대로 갈근탕은 다양한 질환영역에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이러한 활용 범위 확대는 근현대 일본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조금 의외일 수 있겠지만, 먼저 안과질환에 활용된 내용을 살펴보겠다. 안과전문서적인 『안과면낭(眼科綿囊)』에서는 갈근탕을 상충안(上衝眼), 역안(疫眼), 예막(翳膜)에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여기서 상충안은 안구충혈, 역안은 유행성각결막염, 예막은 시력저하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일본의 후대 의사 오츠카 케이세츠(1900-1980)는 『동아의학(東亞醫學)』에서 이는 갈근탕을 급성결막염, 급성트라코마에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한 내용이라고 해설하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눈다래끼(초기 소양감 동반 시), 염증성 결막염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하며, 이 때 함께 고려해볼 수 있는 처방으로 갈근탕 외 월비탕, 마황부자세신탕이 있음을 언급했다. 덧붙여 갈근탕을 사용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서술했는데, 바로 맥(脈)이 침세(沈細), 침미(沈微)한 경우였다. 첫 등장이었던 『상한잡병론』에서 외감풍한에 의한 표한, 표실증에 사용된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피부질환, 특히 가려움증에도 활용되었다. 일본의 야마다 코인은 한방의학잡지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에서 발적종창이 없고, 발진은 명확하지 않지만 단순히 가려움이 심할 경우 좋은 효과를 내는 경향이 있음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비교적 현대에 활동한 호소노 시로(1899-1989)는 이러한 갈근탕의 작용기전을 한마디로 포괄하여 정리했는데, 『한방의 임상』기고문에서 목 결림을 동반한 고혈압, 비강의 다양한 증상에 갈근탕이 좋은 효과를 보임을 언급하면서, 그 기전을 “신체경부(목) 이상 부위의 혈행을 호전시키는 것”이라 정리했는데, 이는 갈근탕의 감염질환 뿐 아니라 각종 내과질환, 근골격질환에서의 효과를 뒷받침하기에 적합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활용범위 확대에 맞물려 일본에는 다양한 갈근탕 가감방이 경험적으로 전수되고 있는데, 그 대표격에 해당하는 것이 갈근탕가천궁신이이다. 앞서 호소노 시로가 갈근탕이 비강의 다양한 증상에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고 하였는데, 갈근탕을 비강질환용으로 버전업 시켜 둔 처방이 바로 이 갈근탕가천궁신이이다. 특이한 것은 이 갈근탕가천궁신이의 창제자는 미상이지만, 그 효과가 좋아서인지 현재 일본 내 보험적용이 되는 보험엑기스제 중 하나로도 출시가 되어 있을 정도이다. 또한, 몇몇 CPG에서는 갈근탕이 아닌 갈근탕가천궁신이를 다루고 있을 정도이므로, 본고 후편에서는 갈근탕과 함께 이 처방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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