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18] 博物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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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18] 博物志
  • 승인 2004.09.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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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만의 還生

이 땅에 이름만 전할 뿐 실물은 보이지 않았던 책이다. 원작자는 張華(232~300)라는 고대 인물로, 漢나라 혹은 晉나라 때 사람으로 지금의 북경 근처(范陽方城)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어려서 일찍이 혼자가 되어 몹시 가난했기 때문에 양치는 일로 생계를 꾸려갔지만 博學强記하여 말솜씨가 매우 유려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子産에 비유하곤 했다. 자산은 鄭나라의 재상으로 강대국인 晉나라와 楚나라 사이를 잘 중재하여 자기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인물로 공자의 사상적 선구가 될 정도라고 하니 대단한 칭송을 받은 셈이다.

특히 張華는 天文陰陽을 비롯한 方技에 관한 서적을 즐겨 읽었으며, 醫方과 本草에 정통하여 진맥에 뛰어나고 병을 잘 다스렸다. 나중에 벼슬이 太子少傅, 光祿大夫에까지 올랐으나 趙王 司馬倫의 음해를 받아 죽임을 당했다는 기록이 晉書·張華傳과 古今醫統·歷世聖賢名醫姓氏에 전한다. 그가 죽은 뒤 집안을 보니, 남은 재산은 거의 없고 오직 진귀한 책들만 가득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의 저작인 이 책에 대한 기록은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 근간에 나온 歷代人名事典에 겨우 책이름이 올라있을 뿐이다. 이는 시대가 너무 오래 전일 뿐만 아니라 역사 문헌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여하튼 이번에 새로 발견된 조선판 『박물지』는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된 판본으로 여겨진다.

기록에 의하면 선조 초기에 찍은 『攷事撮要』·八道冊板 목록 중에 南原板이 있다고 하였으니 대개 이 책과 같은 시대로 보인다. 한편 일본에는 이 조선판을 다시 찍은 것이 있고 또, 이 책과 唐나라 李石이 지은 것을 합하여 1505년 조선에서 번각한 판본의 『續博物志(10권 3책)』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10행 18자로 정갈하게 판각되어있으며, 서문 없이 본문 60장과 발문 1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권의 첫 머리에는 ‘晋 司空 張華茂先撰/ 汝南 周日用等注’라고 되어 있는데, 장화는 원래 侍中을 지냈지만 여러 차례 司空에 천거되었기 때문에 높여 붙인 것이리라. 茂先은 원저자의 字이고 汝南 周日用에 관한 사적은 찾아볼 길이 없다.

본문에는 내용에 따라 두 줄의 작은 글씨로 주석이 들어있으며, 전체는 10권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분량이 많지 않아 한 책으로 묶여져 있고 권별 구성은 다음과 같다. 권 1에는 地, 山, 水, 山水總論, 五方人民, 物産, 권 2에는 外國, 異人, 異俗, 異産, 권 3은 異獸, 異鳥, 異蟲, 異魚, 異草木, 博物志, 권 4는 物性, 物理, 物類, 藥物, 藥論, 食忌, 藥術, 戱術, 권 5에는 方士, 魏王所集方士名, 服食, 辨方士, 권 6은 人名攷, 文籍攷, 地理攷, 典禮攷, 樂攷, 服飾攷, 器名攷, 物名攷, 권 7은 異聞, 권 8에는 史補, 권 9와 권 10에는 雜說이 들어 있다.

이 중 특별히 의학과 관련이 깊은 부분은 권 3과 권 4에 집중해서 열거되어 있는데,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나머지 부분에서도 참고할 바가 많다.
특히 고대의학사 혹은 삼국시대 역사에 관한 당시인의 시각이나 소문을 모아놓고 있어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다.

발문에는 “張茂先이 일찍이 歷代 四方의 奇物異事에서 채집하여 『박물지』 400권을 지었는데, 晉 武帝가 너무 많다하여 10권으로 줄여 만들게 하였으며, 지금 전해지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저자는 무려 20수레의 책을 읽었다(‘茂先讀書二十車’)고 밝히고 있다. 옛말에 ‘男兒須讀五車書’ 즉, 가장 이상적인 독서량이 짐수레 5차 분량이라고 했으니 대단한 독서광으로 기록할 만하다. 발문을 쓴 사람 역시 진무제가 억지로 삭제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전할 것인가라고 탄식 섞인 말을 남기고 있다.

말미에 ‘洪治乙丑春二月工部主事 姑蘇都穆記’라고 밝혀져 있는데, 때는 서기 1505년에 해당한다. 都穆(1459~1525)은 명나라 사람으로 그 역시 陜西지방에 사신으로 가서 역대 山川景勝과 建國形勢, 고궁유적 등을 기록한 『西使記』를 지었으며, 『史外類抄』 『玉壺氷』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따라서 이 책은 明代 주석판을 조선에서 들여와 다시 새겨 찍은 것으로 귀중한 의학 관련 사료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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