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종 중 413종 무방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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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종 중 413종 무방비 노출
  • 승인 2004.09.1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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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검사 품목 한약재 93종 뿐
마두령·청목향·전갈·백강잠 모두 면제 품목

많은 수의 한약재가 저질과 위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한약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약재 규격화제도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 구멍이 뚫려 있어 한방에 대한 불신감 증폭 등 한방의료의 하향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518종 한약재에 대해 한약제조업소에서 제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국내에서 생산된 한약재는 자가규격할 수 있는 경과규정을 두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한의계를 비롯한 한약관련 업계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한술 더 떠 수입의약품 등 관리규정에 의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 한약재 수는 녹용, 갈근, 감초 등 93종 밖에 없어 문제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나머지 425종은 관능검사와 중금속 및 잔류농약 검사만 마치면 국내에 들어 올 수 있다.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69개 품목 중 정밀 검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품목이 12종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518종 한약재 중 413개 품목은 수입과 판매업자의 판단에만 맡겨져 있는 셈이다. 부실하나마 한약재 품질의 진위를 유통 전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닌 품목은 105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일부 한약재는 공정서에 확인시험 방법이 정해지지 않아 정밀검사가 불가능 한 품목도 있다. 그러나 검사할 수 있는 항목을 다 갖추었는데도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다수 존재한다.

한 관계자는 “정밀검사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은 관능검사만 해도 위품이 유통될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 것으로 행정편의상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주장은 현실을 전혀 모르거나 회피하려는 발상이라는 견해다.

얼마 전 문제가 됐던 마두령, 방기, 청목향도 정밀검사 대상이 아닌 한약재로, 수입업체가 관능검사와 이물질 검사(중금속·잔류농약)만 통과하면 국내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품목이다. 최근 문제가 된 백강잠과 전갈도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관능검사는 검수자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 검사의 권위가 실추된 상태다.
품질에 대한 정밀검사 없이 관능검사와 이물질 검사만으로 국내에 수입된 한약재 중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12개 품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한약도매상 등에서 규격 포장된 후 한방의료기관에 납품된다. 결국 약재의 진위나 품질의 정도가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소재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한방의료기관에 납품돼 한의사가 품질을 판단하지 못하면 그대로 환자에게 투약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상 수입업체나 도·소매상들도 약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 약재를 관리해야 된다. 그러나 영세하고 저가 경쟁이 판을 치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약사를 정식으로 고용하고 있는 업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공론화된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약재가 유통돼도 뚜렷하게 누가 책임질 것이냐가 명확하지 않고,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유통 중인 상태여서 회수가 불가능해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즉, 저질이나 위품이 발견돼도 해당 약업사나 수입업체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는 게 고작이어서 피해는 소비자인 한의사와 최종소비자인 국민에게로 돌아간다.

한약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의약품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도가 미비하고 시장이 복잡하게 얽혀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우면 책임의 소재라도 명확히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빠져나갈 구멍이 도처에 깔려 있는데 아무리 우수한약 공급을 외쳐 봤자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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