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 표준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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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학 표준을 선점하라
  • 승인 2004.09.1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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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가 양약계와 갈등을 벌이는 사이 양의계는 대체의학 표준화지침의 틀을 만들어나가 내년 5월 종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양의계가 한의학을 곁눈질하다가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표준을 제정한다고 하니 사태가 이만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만일 양의계의 일정대로 표준화지침이 발표되면 그날부터 한의학은 대체의학의 범주에 들어가면서 양의학의 한 갈래로 전락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될 지도 모를 일이다. 흔히 말하는 의료일원화가 문제가 아니게 됐다.

대한의학회 산하 보완대체의학(CAM) 프로젝트 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표준화방향은 대체로 보완대체의학을 분류하고, 등급화하며, 정의하는 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하나가 한의학의 명운을 좌우하는 심각한 내용들이어서 한의계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항목들이다.

표준화지침의 진행과정을 뜯어보면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한의학은 보완대체의학의 6가지 분류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비록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표준화가 된다면 한의학은 여러 가지 보완대체의학의 한 분야일 뿐이다.

등급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다종다양한 대체의학의 질을 분류하는 방식이 등급화라는 점에서 의사가 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려내겠다는 발상이다. 주요한 타겟이 되는 것은 건강보조식품이다. 한약제제인 맥문동탕도 처방하는 의사들이 이제는 건강보조식품까지 다루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반적 행정관행으로 보면 표준화는 제도와 법의 선행단계에 해당한다. 양약사가 건강기능식품법 제정을 주도했듯이 보완대체의학 표준화를 바탕으로 관련법과 제도의 제정을 주도할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문의 평가잣대를 양의사들이 쥐게 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한의학은 다시 한번 양의학의 틀 내로 편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의계는 그간 표준을 선점당해 학문이 왜곡돼 왔다. 한방병원 과분류에서부터 전문의 과분류, 대한약전의 한약표준, 표준질병사인분류 등에서 양의약학적 기준을 적용받아왔다. 보험수가도 양방 이론적 틀 속에 왜곡된 수가산정을 강요받았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전통의학용어와 한약재 등의 표준이 중국, 일본에 주도권을 뺏기면서 한국한의학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한의협과 한의학회는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조속한 시일내에 입장을 정리해서 표준화지침 제정 과정에 불이익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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