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나의 삶28] 선재광(서울 대한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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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28] 선재광(서울 대한한의원장)
  • 승인 200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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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MD 개발’로 한의학 표준화작업 물꼬 터
“한의학·한의사도 차별화, 전문화되어야”
“정통태극권에 한의학원리 담겨있다”


■ 한의계 입문은 필연

선선한 바람과 함께 내리쬐는 가을 햇살이 나쁘지 않은 월요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에 위치한 대한한의원을 찾았다. 대한경락진단학회 회장이기도 한 宣在光(42) 원장은 최근 개발을 끝낸 경락진단기기(IEMD) 특허 출원과 관련 서적 발간 등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의원에 들어서자 반기는 그의 모습에선 왠지 모를 설레임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의학은 ‘비과학적이고 뜬구름 잡는 학문’이라는 식의 비난들을 일축시키게 된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의학의 우수성을 데이터로 증명해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확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사실에 뿌듯한 듯 했다.

선원장의 한의계 입문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부산이 고향인 선원장은 고등학교(부산고) 2학년때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형이 창호지에 그린 ‘인체 경락도’를 우연히 접하고는 그 신비함에 매료되어 한의대를 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양의계 종사자들이 유난히 많았던 집안 환경 탓에 뜻하지 않게 심한 반대에 부딪쳐야만 했다.

하지만 ‘한의대를 꼭 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 앞에선 가족들도 어쩔 수 없었다. 면접시험이 있던 날 아침, 차라리 늦게 일어나 시험의 기회를 놓치기를 고대했던 가족들의 바람은 소용없는 것이었다. 81년 동국대 한의대에 입학해 그때부터 주역과 운기학 같은 한의학의 원류, 즉 동양학의 뿌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공부에 매진했다.

대학졸업을 하자마자 고향에서 2년간 개원의 생활을 하던 그는 1989년 대학은사였던 김홍기(당시 대한한방병원 이사장) 선생이 서울 강남 역삼동에 대한한방병원을 열면서 초대원장을 맡아줄 것을 권유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이때부터 약4년 간 학문적 뜻을 같이 했던 김 이사장과 이론 및 임상을 겸한 경락 연구에 몰두한다.

■ 정통태극권의 신비한 체험

그러던중 1991년 대학후배이자 현재동료인 맹선숙(40) 원장과 결혼, 서울 능동에서 지금의 한의원을 개원한다. 결혼생활도, 한의사로서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고 있다고 생각할 즈음 뜻하지 않은 시련이 닥친다. 부인 맹원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된 것. 다급한 마음에 수소문 끝에 국내에서 최고 명의가 있다는 큰 병원 4군데를 찾았지만 모두 자궁을 드러내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했다.

난데없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접한 선원장 부부는 한참을 고심하다 어떻게 해서든 수술은 피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2~3시간씩 정통태극권을 수련하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부인 맹원장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궂은 날씨에도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1년 동안 매일 같이 태극권 수련에 정성을 쏟았다.

1년후 이들 부부는 다시 병원을 찾아가 보았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병이 말끔히 나아 있어 30년 경력의 의사도 놀라워하더라는 것이었다. 몇 년후 네째 아이를 임신해 낳을 때도 꾸준히 수련을 해온 덕분인지 고통없이 순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정통태극권의 신비한 효과를 몸소 체험한 선원장 부부는 이때부터 정통태극권에 더 깊이 매료되었다. 정통태극권의 직접 효과를 본 부인 맹원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10여년째 수련을 해오고 있단다. 또 이때의 일을 계기로 선회장과 함께 중국정부에서 인정하는 정통태극권의 전수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부인 맹원장은 경락의 기운과 경락간의 차이점을 각 개인이 느낄 수 있도록 발전시켜 개발한 경락태극권을 가지고 국제태극권대회에 세차례나 참가했으며, ‘2002중국태극권대회’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도 올렸다. 이렇게 국내에서 개발한 경락태극권을 국제무대에서 선보여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선원장 부부는 경락태극권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 경락진단학회와의 인연

선원장이 본격적으로 경락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경락진단학회와의 인연을 맺으면서. 1997년 창립된 경락진단학회는 운기와 진단체계 등의 구체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뜻 있는 한의사 25명이 모여 만들어졌다.

창립초기엔 130명이던 회원이 7년 사이 500명 가까이 늘었다. 선원장 부부가 체험한 경락태극권도 바로 경락진단학회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중국정부로부터 정식 인정도 받았다.

선원장은 경락진단학회의 모토가 한의학의 경전을 바탕으로 진단치료의 양생을 가장 순수 한의학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 만큼 한의사로서 한의학 경전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경락태극권을 통해서 정통(태극권)을 체험하다보면 정통태극권 안에 주역, 경락학설, 도가의 양생사상 등 한의학의 모든 원리가 포함돼 있어 이것이 한의학 이론에 맞다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사는 기를 느끼고, 몇백년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정통태극권을 직접 체험해야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게 되고 그걸 모르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했다. 그는 한의학은 분명히 존재가치가 있고 그 우수성을 잘 파고들어가 익히면 시대를 앞서나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래서 학회내에서도 경락학설의 경전인 영추경과 경락태극권 등을 매주 화·목요일로 나눠 이론강의를 하고, 정기적으로 경주에 있는 산내 무술학교에서 합숙 수련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했다.

선원장은 특히 지난 5년간 집중적으로 ‘내경경락진단기(IEMD. Inner Energy Meridian Diagnosis)’의 개발을 마치고 한방계 경락진단의 표준화·객관화를 현실화하는데 드디어 성공했다며 흐뭇해했다. 또 최근에는 심평원 보험청구도 가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IEMD를 연구 개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8년, 학회차원에서는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만큼 시행착오와 어려운 일들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내에서 출시된 경락진단기기들은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하지 못했다’는 허전함이 남아있었고 한의학적 임상에 응용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IEMD는 천명의 데이터를 객관화하고 철저하게 이론과 임상경험에서 비롯된 한의학적원리에 입각한 경락의 진단·진료·해석을 반영시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락진단의 특징은 병이 정신에서 오는 것인지, 육체에서 오는 것인지 즉 병의 원인을 정확히 한의학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경락진단은 한의학 경전에서도 얘기하듯 생사를 주관하는 진단, 진맥, 양생의 비밀이 모두 경락에 있기 때문에 한의학의 終始가 경락에 있다고 자신했다. 즉 한의학을 하려면 경락에서 시작해서 경락으로 끝나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 경락진단의 우수성 알리고 싶어

선원장은 “시대는 달라도 한의학이나 한의사는 그 이름에 맞게 차별화되고 전문화되어야 한다”면서 “현대기기나 서양의학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한의학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뒤에 받아들여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한의학도 제대로 모르면서 한의학의 원리나 임상적 가치를 폄하하거나 부정하고, 신의료·신기술에 의해 새로 나오는 여러 요법들만을 중시하며 ‘한의학은 그저 고전이고 이론에서 끝나는 것’이라 여기는 요즘의 일부 한의사들의 모습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세대의 한의사들은 한의학의 원리를 잘 모르기도 하고, 연구하려들지 않는다면서 그러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 역시 그 자신이 앞으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나가야 할 몫이라고 했다.

선원장은 이제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몇몇 개개인이 터득하고 만족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면서 경락진단학회 차원에서도 학회내에서만 공유해오던 우수한 연구결과들을 한의계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래서 경락진단학의 정확한 내용과 해석을 임상에 적용할 수 있게 강의도 하고, 원하는 한의사들이 정통태극권을 익히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란다. 아울러 기회가 닿으면 한의학의 우수성과 정확한 내용을 일반인들에게도 본격적으로 알리는 홍보전령사로서의 역할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선원장은 아직은 좀더 후에 있을 얘기지만 앞으로 경락진단학회가 자리잡고, 한의계에서의 역할이 어느정도 수행되면 초야에 묻혀 책과 벗하며 맑은 자연속에서 마음껏 수련하는 것으로 여생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추었다.
선재광 원장의 대표저서로는 ‘經絡理論과 臨床的 活用’‘內經經絡診斷學’ ‘內經經絡治療學(運氣通合升降針法)’ 등이 있으며 최근 IEMD 개발 관련 서적 등 세권을 집필중이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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