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쉬쉬속에 묻혀진 어느 한의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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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쉬쉬속에 묻혀진 어느 한의사의 죽음
  • 승인 2004.07.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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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타지에서 인술을 펼치던 젊은 한의사가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다.
지난해 스리랑카 정부파견한의사로 떠났던 한의사 이상호씨. 그는 7월 8일 현지에서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다 동갑내기 한의사출신의 부인과 1남1녀의 어린 자녀를 두었고, 건강한 모습을 보였던 생전 그의 모습 때문인지 그를 기억하는 측근들의 충격은 큰 편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당시 국내 한의계는 되도록 거론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생전에 그를 알았던 지인 몇몇을 중심으로 소규모의 모금운동을 하는 정도였을 뿐, 한의협이나 정부차원에서도 이렇다 할 언급조차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주째가 되던 지난 7월 28일에서야 한의사협회는 뒤늦게 포상문제를 정부에 건의했고, 이즈음 서울시한의사회에서는 모금운동, 흉상건립, 훈장추서 등을 한의협에 제안했다.

또 청년한의사회에서도 모금운동을 2일까지 한다고 밝혔고, 이에 앞서 콤스타에서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지난달 말까지 회원들을 중심으로 성금 모금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씨의 죽음이 알려진지 한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조용히 잊혀져 가는 모습이다.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료환경이 열악했던 먼 이국땅에서 인술을 펼쳤던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의로운 죽음이 이렇듯 소리없이 묻혀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자는 이번과 같은 일이 양의사 사회에서 일어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마도 그들은 다소 부풀리는 한이 있더라도 고인의 명복을 공식적으로 빌어주며 포상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예우와 성의를 다 했을 것 같다.

평소 해외의료봉사를 뜻깊은 인술이라며 홍보성 멘트를 외치고 있는 한의계나 국제의료봉사 관계자들은 정작 이런 일이 생겼을 때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들이 의아할 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현지에서 의료혜택을 받아야하는 사람들 못지 않게 어려운 의료환경속에서도 인술을 펼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해외 파견 의료인들을 다시 한번 조명하고, 의료환경 개선책 등을 고심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일일 것이다.

비단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어떤 사안이 생겼을 때 즉각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하며 눈치만 보다 주춤거리는 한의계의 모습에 조금은 답답함마저 느껴진다.
지금쯤, 어쩌면 하늘에서 서운한 마음을 못내 감추고 있을지 모를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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