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 재검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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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재검토하라”
  • 승인 2004.07.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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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교육부, 직무분석 연구 후 필요성 검토
의료계 “사회적 합의 도출 위한 합리적 방안” 찬성

정부가 약대 학제개편을 업무영역과 관련해서 충분히 연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정치적 목적으로만 진행돼온 약대 6년제 문제가 앞으로는 의사와 약사의 업무영역의 범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리대결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7일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약대 6년제 방안에 대해 “학제적 측면이나 인력양성체계를 어떻게 할지 좀더 면밀히 검토해 연말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보건복지부의 6년제안을 존중하나 이것이 학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어떤 학제가 바람직한지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혀 학대 학제연장 문제는 정치논리가 아닌 원칙적이고 교육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교육부도 6일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주요업무를 국회교육위에 보고하면서 약대 6년제와 관련한 입장도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날 보고에서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에서 추진중인 약대 6년제와 관련, “교육과정 편성이 직무분석에 기초하는 점을 감안해 직무분석과 업무영역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학제개편을 논의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국무조정실과 교육부의 직무분석 연구·검토 입장이 나오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한의계의 한 관계자는 “직능간 상호 업무영역을 충실히 지키는 범위내에서 학제 연장 문제가 논의돼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원칙적으로만 이루어진다면 학제연장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약대 6년제 추진 목적이 정치적이고 추진방법이 담합이었다는 비판에 비하면 국무총리의 직무분석을 기초로 한 학제연장 연구 발언은 상당히 호의적인 반응을 얻은 셈이다. 다만 의료계는 ‘직무’와 ‘업무’의 범위를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약사의 직무에 대한 정확한 범위설정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의사 직무분석을 연구했던 모 한의대 교수는 “‘면허를 가진 사람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직무이므로 직무분석은 업무영역을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약사의 경우 “학제를 2년 연장해서 배우는 내용이 약사의 업무와 연관성을 갖느냐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조제’와 ‘복약지도’ 업무가 주를 이루는 약사의 직무상 교양과정 1년을 뺀 나머지 3년 동안 충분히 배우고도 남는데 굳이 2년을 연장해서 5년을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할 때 약사는 단지 약물의 독성만 판단하면 되므로 4년도 길다는 것이다.

복약지도라는 명목으로 학제연장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의료인들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복약지도의 개념이 복용시간 등 간단한 투약방법을 설명하는 개념이지 의료인의 영역인 투약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투약행위는 의사의 진료보조자인 간호사가 맡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법상 투약을 둘러싼 약사의 약무행위와 의사의 의료행위는 명확히 구별돼 있지 않아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여론도 약대 학제 연장의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약대 학제연장의 주요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매우 완강해 의료계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협은 이미 비상대책위 구성을 결의했으며, 11일에는 전국의사 대표자 결의대회를 개최, 6년제 저지를 위한 의료인의 결연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의협은 또한 보건복지부에 낸 건의서에서 “약대 6년제는 단순한 교육기간의 연장이 아닌 보건의료체계내 직능간 역할 변화에 관한 민감한 사안”이라고 천명하고 약사의 무면허 의료행위 단속과 불법 임의조제 근절을 위한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약대 6년제 합의로 입장 표명의 명분을 빼앗긴 한의협은 “이후 논의는 교육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애써 무관심한 반응을 나타낸 반면 일선 한의사와 한의대생들은 초강경 자세를 고수했다.

전국한의대학생회연합은 “약학대학원의 석·박사 과정이 약대 졸업생들의 지원 외면으로 동남아 등지의 유학생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꼬집고 “약대 6년제를 추진하기보다 현재 있는 약학대학원의 시설과 기능을 정상화해서 약학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공감을 얻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약대 6년제가 되면 조제수가 상승, 보험료 인상 등이 우려된다고 보아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7일 국회보건복지위에서 “6년제가 정책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복지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양약계는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직무분석론이 제기되면서 연구와 검토의 대상이 된 약대 6년제 문제는 약사의 업무범위의 한계를 둘러싼 논리적 연관성을 고리로 학제 연장 여부와 연장 폭, 대학원제 도입 등의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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