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락 교수가 쓰는 주의해야 할 한약재들(14·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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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락 교수가 쓰는 주의해야 할 한약재들(14·上)
  • 승인 2004.04.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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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참당귀는 신농본초경의 당귀가 아니다

김인락(동의대학교 한의대 교수)

■ 당귀(上) ■

당귀는 신농본초경에 상품약으로 수록된 이래로 보혈약으로 으뜸이다. 한국에서는 황기와 더불어 생산량이 가장 많은 것에 속한다.

그런데 한국, 중국, 일본에서 실제 사용하는 것은 기원식물이 모두 다르다. 한국에서는 Angelica gigas, 일본에서는 Angelica acutiloba, 중국에서는 Angelica sinensis로 규정한다.
한국의 참당귀는 꽃이 보라색인데, 중국당귀와 일당귀는 꽃이 흰색이다. <사진 1·2, 그림 1>

성분으로서는 한국의 참당귀에는 decurcin이 있고, 중국과 일본당귀에는 없다.
다만 중국와 일본당귀에는 비타민 B12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통적으로 당귀는 보혈약으로 사용하지만, 한국산 당귀는 보혈작용은 약하고 활혈작용이 강하다.

하지만 한국산 참당귀는 여전히 보혈약으로 사용되고, 재배되고 있으며, 수 많은 연구비가 투자되고 있다.
수십년간 한의업에 종사한 분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약재를 습관적으로 사용할 뿐이지,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라 이를 수정하는데는 매우 보수적이다.

국가에서는 농민들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당귀를 수급조절품목으로 지정하여 한약재용으로 당귀가 수입되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당귀의 기원식물을 수정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1. 본초서의 당귀 주산지

신농본초경에 당귀가 수록되었지만, 약이 인체에 들어와서 어떤 작용을 하는 가에 따라 상중하품으로 구분하고, 기미와 약효를 나열하였으므로, 기원식물, 약재성상, 약용부위, 채취시기, 산지, 수치법, 용량, 복용상의 주의점 등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러므로 신농본초경 이후에 나온 모든 본초서는 약재자체에 대한 연구가 위주였는데, 명의별록이나 도홍경의 신농본초경집주에 산지를 언급하므로서 기원식물을 밝히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하였다. 명의별록에는 당귀의 산지를 농西라 하였는데, 농西는 지금의 감숙성 臨조에 해당한다.

도홍경은 산지를 3곳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였다. 가장 좋은 것은 농西도陽, 黑水(지금의 甘肅省 舟曲懸 서남부 白水江北源)에서 나는 當歸로 살이 많고 가지가 적으며 냄새가 향기로워 馬尾當歸라 하지만 구입하기는 조금 어렵다 하였다. <사진 3>

西川(삼국시대때 위나라가 설치한 서천현이며 지금의 陝西省 旬邑懸 서북부이다) 北部에서 나는 當歸는 뿌리에 가지가 많고 가늘고 마미당귀보다는 품질이 못하다.

가장 못한 것은 歷陽(지금의 安徽省 和懸으로 화현내의 서북부에 歷陽山이 있다)에서 나는 것으로 색이 희고 氣味는 연하여 당귀와는 같지 않고 草當歸라 하는데 당귀가 귀할 때 사용한다 하였다. 지금 안휘성에서는 자화전호를 토당귀라 하므로 아마도 자화전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본초에서는 宕州(지금의 감숙성 宕昌懸, 武都懸으로 현재에도 이곳의 당귀가 도지약재로서 최고품이다)의 것이 최고라 하고, 歷陽에서 나는 것은 잎이 가는 당귀로서 蠶豆당귀라 하며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도 감숙성 민현당귀가 최고라 하였다.

이상에서 보듯이 명의별록 이후로 본초강목까지 꾸준히 감숙성이 당귀산지로 유명하였다. 현재 중국에서 최고품 당귀도 역시 감숙성에서 나며 학명은 Angelica sinensis이다. 감숙성은 중국의 서북쪽에 위치하며 해발 1,300m 정도로 매우 높다. 이곳에는 당귀뿐아니라 대황, 황기 등도 유명하다.

2. 본초서에 한국이 주산지로 수록된 약재

명의별록이후 약재의 주산지는 중국이외의 이웃나라들의 것도 수록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침향 Aquilaria agallocha은 天竺國(현재의 India)에서 수입한다 하였고, 목향은 광동성의 광주를 통하여 수입한다 하였다.

침향의 경우는 11세기에 저술된 도경본초에서는 중국내에 자생하는 白木香 Aquilaria sinensis으로 대체하였고, 목향은 20세기에 와서 운남성 여강을 중심으로 재배하게 된다.
하지만 백목향은 품질이 Aquilaria agallocha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서는 침향을 명의별록에서부터 사용한 Aquilaria agallocha로 규정하고 있다.

고조선, 고구려, 신라, 백제와 거의 동시대에 저술된 본초서에서 이곳의 한약재가 품질이 뛰어나다 한 것은 대략 17가지 정도인데, 細辛, 五味子, 款冬花, 昆布, 여茹, 蕪荑, 白附子, 蜈蚣, 海松子, 墨, 토사자, 인삼, 해조, 해구신, 榛子, 그리고 금부서러기, 은부서러기 등이다. 인삼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나머지 한약재에 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細辛 : 요사이는 동양과 임해의 것을 사용하는데 보기에는 좋아도 매운 맛이 강렬하기는 화음이나 고구려의 것보다 못하다.

五味子 : 요사이는 일등급이 고구려에서 나는데 살이 많으면서 시고 달다. 그 다음 등급은 靑州와 冀州에서 나는데 신맛이 지나치다. 씨앗은 돼지콩팥같다. 또 建平에서 나는 것도 있는데 살은 적고 생김새가 돼지콩팥같지 않고 맛은 쓰다.

款冬花 : 일등급은 하북에서 나고, 다음 등급은 고구려와 백제에서 나는데 꽃이 국화 큰 것과 닮았다.

昆布 : 요사이는 오로지 고구려에서만 나는데 노끈으로 한움큼씩 묶어놓아 마치 삼베를 말아놓은 것 같다. 노라면서도 검으며, 부드러워서 먹을 수 있다.

여茹 : 요사이 일등급은 고구려에서 나는데 색깔은 노랗다. 자르면 즙이 나오는데 옻처럼 새까맣다. 따라서 옻머리라고 한다.

蕪제 : 요사이는 오로지 고구려에서만 나는데 모양은 楡莢과 닮았고 냄새는 인儲와 같다.

白附子 : 이것은 원래 고구려에서 나는데 지금은 諒州, 巴西에서 난다. 모양은 天雄과 닮았다.

蜈蚣 : 요사이 다리가 붉은 것이 고구려 산중에서 풀들이 쌓여 썩은 곳에 많이 난다. 이를 잡아 손상되지 않게하고 햇볕에 바싹 말린다. 다리가 노란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海松子 : 신라에서 나는데 생김새가 작은 밤처럼 삼각형이다. 그 속에 든 것은 향기롭고 맛있다. 신라인들이 이를 먹는데 중국에서 나는 것과는 같지 않다.

墨 : 요사이 고구려에서 매번 먹을 중국에 보내오지만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를 알지 못하므로 약에 넣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약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함부로 맛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金屑 : 금부스러기는 나쁜 기운을 막지만 독이 있다. 수치를 하지 않고 먹으면 살인한다. 고구려나 부남, 서역 등 외국에서는 그릇을 만들어 제련하므로 먹을 수가 있다.

銀屑 : 銀은 금과 나는 곳이 다른데 금은 물속에서도 난다. …… 또 銀은 모든 곳에서 나지만 호주의 것을 최고로 친다. 帖을 만드는 고구려 사람들이 은그릇에 넣어 가공한 것이 아니면 색이 푸르기가 호주의 것보다 못하다라고 하였다.

이상에서 백부자의 경우 한국의 공정서에서는 미나리아재비과(Ranunculaceae)의 Aconitum koreanum의 덩이뿌리로 수록하고 있으나, 중국약전에는 天南星科 獨角蓮 Typhonium giganteum Engl. 의 덩이뿌리로 수록하고 있다.

중국민간에서는 關白附와 禹白附 2종으로 구분하는데, 한국의 것이 관백부이고, 중국약전의 것이 우백부이다. 關은 중국의 관동지역으로 지금의 길림, 요령, 흑룡강 일대이고, 禹는 河南省 禹懸이다. 백부자는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것이 기원상 옳다.

이로 미루어 본다면 한반도나 만주에서 나는 당귀가 품질이 우수한 것이었으면 명의별록이나 도홍경이 수록하였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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