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브랜드·기술력 결합된 한의약, 중국진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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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브랜드·기술력 결합된 한의약, 중국진출 가능하다”
  • 승인 2004.04.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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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의 성도이자 화난지방 최대의 무역도시인 광저우의 어느 호텔 룸. TV를 켜고 이리 저리 돌려가며 무엇이 있냐를 살펴본다. 몇 해 전 국내서 방영됐던 사극이 나온다. 엊저녁에는 얼마 전 국내서 끝난 멜로드라마가 나왔는데…. 말로만 듣던 한류열풍이란 말이 실감난다.

홈쇼핑 비슷한 채널에 시선이 고정된다. 한약재로 만든 제품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여성의 가슴을 크게한다는 크림제,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캡슐제, 흉터를 없앤다는 연고제 등등. 모두가 미용이나 건강과 관련된 상품들이다. 한약재로 만든 다양한 제형이 놀랍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였다.

현지에서 안내를 맡은 한중문화교류주식회사의 서문환 대표의 “중국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중국인들이 선물용으로 챙기는 것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캡슐로 된 간장보호제나 드링크류의 피로회복제라고 한다.

광저우 중심가의 제법 규모가 커 보이는 약방엘 들러봤다. 손님들이 주로 찾는 약은 건강보조약들이라고 한다. 약방에서 기자의 눈을 끈 것은 진열장을 꽉 채운 온갖 제형의 중성약들이었다.

이 약들이 한국으로 수입되어 들어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스쳐간다. 우리나라 보다 후진국(광저우 중심가만 보면 결코 후진국이라 느껴지지 않지만)에서 만든 것이라고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까. 중국은 1998년에 우리나라는 당시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심혈관치료제 등 2개 품목을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았을 뿐 아니라 각 성의 중의약대학에서의 연구도 굉장히 활발하다.

반면에 우리는 한의약을 육성해 세계에 전략산업으로 내놓겠다고 하지만 이렇다할 실체는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 아닌가? 일전에 정부 연구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자의 “우리나라 한의약산업이 과연 중국을 이길 수 있을까”란 물음에 “정부도, 기업도 한의약산업에 대한 의지가 빈약한 상태에서 상대가 될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우리나라는 법·제도적 문제로 한의약산업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자국의 법이 아닌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체제에 도전하고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중국이 중의약으로 세계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정부의 의지 일 것이다. 우리는 중국보다 좀 더 낳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여기에 의지만 더해지면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14억이 사는 거대한 중국 시장에 얼마든지 진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드링크와 캡슐로 된 약을 선호하는 중국인을 보고 비록 대부분의 원료는 중국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지만 여기에 우리나라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결합한다면 중국으로 수출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무섭게 발전하는 중국시장을 우리는 휴대폰이나 컴퓨터, 자동차 등 공산품만을 수출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을 순 없을 것이다.

중국 시장에 우리의 한의약이 어떻게 진출할지 고민하지 않고, 동양의약에 대해 편협한 사고를 고집하는 서양만을 고집할 때 중의약은 우리 집 앞마당에까지 들어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국 광저우 =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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