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89] 晉陽神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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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89] 晉陽神方
  • 승인 2004.02.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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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처녀 목숨 구한 楚客湯의 주인공


이 책은 영남일원에 명성을 떨친 조선 후기 지방 명의 許楚客의 노년 경험방으로 널리 유포되어 있으나 서지목록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영조 27년(1751) 지금의 경남 산청군 단성면 자양리에서 許存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본관은 陽川, 본명은 영, 楚客은 字이다.

自序의 간기를 보면 ‘乙亥二月日金湖散人楚客識’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출생년으로 미루어보면 그의 나이 65세 무렵인 1815년에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동생 焉도 형과 함께 의학에 뜻을 두고 있었으며 형은 약처방에 능하고 동생은 침술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초객·초삼 형제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병자를 돌보았는데 동생이 먼저 침으로 응급치료를 하고나면 형이 약을 써서 병의 뿌리를 뽑아내는 역할을 나누어 하였다. 이것은 전국 오지를 찾아다니며 병자를 치료하는 이른바 走方醫로 방문진료를 전문으로 행하는 영업의원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명성을 전해주는 일화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금강산 방면으로 발길을 잡던 어느 날 두 형제는 날이 저물어 산골짜기 외딴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 집 안마당에는 약탕관에 약을 달이고 있었는데, 약봉지에 ‘초객탕’이라고 써 있었다. 자신의 이름자가 붙은 화제에 의아해 하며 집주인에게 그 연유를 물으니, 주인은 궁색한 표정으로 그간의 사정을 말해주었다.

사연인즉 그 집의 과년한 딸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온갖 약을 다 써보았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수소문 끝에 어느 의원으로부터 경상도 진주 땅의 초객·초삼 형제를 찾아가보라는 말을 들었으나 병세가 깊은 딸을 데리고 천리길을 나설 엄두가 나질 않았다. 주인은 할 수 없이 행여 신통한 의원의 이름자라도 적어 신통력을 빌려볼 까하는 요량으로 ‘초객탕’이라 써 붙였다고 했다. 천우신조라 할까 초객의 약을 먹여 딸의 생명을 구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위의 이야기는 산청문화원에서 발간한 책자에 의거한 것으로 후손집안에 구전된 일화로 여겨진다. 소개책자에 나온 설명 중 한 가지 지적할 문제점은 저술시기를 1780년이라 하고 후손이 가보로 소장하고 있다는 사본의 겉표지에 기록된 ‘壬寅六月日修補’라는 明文을 토대로 1782년(壬寅) 책의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고 여긴 점이다. 하지만 앞의 출생시기가 정확하다면 서른이 채 안된 약관의 두 형제가 경험방을 썼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며, 壬寅年은 책이 헐어 표지를 改裝한 해로 1842년인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이종 사본이 전해지나 병증 위주의 목차 배열은 동일하며, 비교적 체제가 완비된 淨寫本에 의하면 中風, 類中, 傷寒, 中寒, 瘟疫으로부터 小便, 大便, 眼, 蟲까지 90여 주제별로 나누고 있다. 본문은 대략 병증설명 없이 주제별로 처방과 치법만 나열되어 있어 비교적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용법과 약재를 달리한 自作新方과 다양한 가감법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참고가치가 크다. 더구나 조선 후기 「동의보감」 일변도의 용약법에서 벗어나 경향 각지를 발로 누비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독자적인 치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크다 하겠다.

많은 처방 중 草窓白朮散, 濟生蘇子湯, 澹寮五淋散, 寶鑑石膏湯, 醫壘元戎湯 등에서 그가 적지 않은 서적을 참고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婦人虛勞에 쓰는 大烏鷄丸. 小烏鷄丸은 烏骨鷄肉을 넣어 만든 특제비방으로 부인병에 통용방으로 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諸傷에는 腹部 切傷에 鍼縷를 사용한 縫合法과 수술후 처치에 관해 실려 있으며, 桑白皮나 生白麻로 만드는 縫合絲도 소개되어 있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아울러 骨折, 脫臼에도 用手整頓法이 수록되어 있고 코나 귀의 접합법도 있어 매우 흥미롭다. 다만, 직접 치료하면서 적은 실감나는 경험의안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지만 각종 損傷과 解毒에 사용한 다양한 치료법과 단방을 보면 오랜 경험치료법이 녹아든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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