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88] 産方隨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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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88] 産方隨錄
  • 승인 2004.02.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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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磻溪인가 丁茶山인가


조선후기에 간행된 저자미상의 부인과 전문의서로 누가 언제 저술했는지는 알 수 없다.
현재는 1913년 金璂鴻에 의해 대구 在田堂書鋪에서 발행한 『壽生新鑑』에 『痲疹方』과 함께 합편되어 있으며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본문의 제목 아래에 ‘정다산 선생 지음(丁茶山 先生 製)’이라고 되어 있으며 孫厚翼의 ‘壽生新鑑序’에 茶山 丁若鏞이 지은 것(産方隨錄, 卽茶山丁先生之所著本)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정약용의 『俟庵年譜』등 저술목록에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産方隨錄』이 실제로 다산의 저술인지는 좀더 고찰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수생신감』의 서문에는 함께 수록한 『痲疹方』의 편찬내력이 있는데, 판서 李承輔가 중국에서 구해온 책을 藍本으로 南陽 李顯吉이 고명한 東醫로 하여금 부연해서 쓰게 하였다고 자세히 밝히고 있다.

반면에 이 책에 대해서는 “…而皆未及公行于世者也”라고 하여 일찍이 이 책들이 세상에 통용된 적이 없다고 밝혀 석연치 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또 다른 부인처방집이 채집되어 시중에 나돈 적이 있는데 이름 하여 ‘반계정선 부인과비방’이다.

조선 후기 실사구시를 주창한 磻溪 柳馨遠(1622~1673)의 유작인가 싶은 기대감이 있지만 이 책 역시 자세한 내력을 밝혀놓지 않았기 때문에 후일을 기약할 뿐이다.

『産方隨錄』의 체제를 보면 주로 출산과 이에 수반되는 처치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순서대로 수록 내용을 살펴보면, 孕婦預服, 難産, 布衣不下, 産後發熱, 産後急昏塞, 産後泄瀉, 無病産婦暴氣陷, 産後雜證通用, 産後氣血虛耗, 産後血暈不省人事, 産後瘀血, 感冒風寒發熱, 産婦筋攣臂軟肥肉체動, 産後生腸不收, 産後腫, 産門臍下虛痛, 産後去血過多, 産後大便下血, 産後諸症, 吸風發熱, 産後頭痛, 産後咳嗽痰喘發熱, 産後嘔吐, 産後胸비腹痛, 産後十八症, 胎動血漏腹痛, 犯房感寒 등 총 27항목에 달하는 산전산후 제반 증후군과 그에 따른 처방이 각각 2~3수씩 수록되어있다.

질병증상에 대한 설명은 필수 증상위주로 매우 간단하게 되어있으며 간혹 맥상을 기술하기도 하였다.

처방은 宗伯無憂散, 柴胡四物湯, 加味補血湯, 導痰湯 같은 전문 처방들 위주로 되어있으며, 처방명을 기재하고 그 아래에 구성약물과 조제법 및 복용법 등을 자세히 기록하였고, 여러 가지 가감법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十全大補湯, 四物湯, 八珍湯과 같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처방의 경우는 구성약물을 생략한 채 가감하는 약재만을 약식으로 기재하였다.

다양한 처방과 증상 중에서도 가장 두루 사용되는 통용방으로는 産後諸症에 歸朮保産湯과 産後十八症에 쓰이는 黑神散을 꼽을 수 있다.

또 특이한 약물용법으로는 産後昏塞에 鷄腹板肉의 亂搗汁 복용법 그리고 無病産婦暴氣陷에 乾시一串을 煎服하는 방법이 흥미롭다.

이 책을 간략하게 평하자면, 조선 후기에 간행된 부인과 전문의서의 하나로 상습질환에 대한 필수처방의 산부인과 임상지침서라 할 수 있다.

출산과정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응급질환 및 일반 증상을 위주로 간단하게 꾸민 의서여서 전체적인 내용은 비록 소략하지만 여기에서 활용하는 처방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 것으로 보아 출산에 임하는 의료인들을 위한 전문 임상처방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조선 후기 실사구시를 주창하는 유학자 그룹의 실천적 의학경험이 반영된 역사자료라는 측면에서도 자못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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