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85] 谷靑冗語(곡청용어)
상태바
[고의서산책185] 谷靑冗語(곡청용어)
  • 승인 2004.01.09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議藥同參 儒醫 선생의 醫街情談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이 책은 의학을 겸한 학자요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던 李顯養(號 谷靑, 1783~?)의 문집이다. 그는 일찍이 醫科를 거쳐 조정의 議藥同參廳에서 醫官으로 활약하였고, 후에 察訪職을 지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醫科榜目」이나 「太醫院先生案」에서 확인할 수 있다. 本貫이 安山인 李顯養의 집안은 전형적인 雜科中人 집안에 속하며 그의 家系의 대강은 「醫科八世譜」, 「姓源錄」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문집은 자필 초고본으로 간행되지 못한 채 집안에 전해 내려온 것으로 보이며, 수년전 후손이 필자에게 찾아와 내용 연구를 간청하며 影寫本으로 제공되었다. 소개되는 이 책은 금강산 관광이 열리기 전 금강산 여행기인 ‘東遊錄’ 부분만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으며, 전문이 전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이 책이 그간 널리 알려지지 못한 이유는 秘藏한 탓이 아니라 내용 중 절반에 이르는 부분에 생소한 의학적 내용이 적혀있는 탓으로 여겨진다.

1冊 90張 단권의 筆寫本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본문에 ‘夙興夜寐箴跋’ 등 56개에 달하는 제목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하 수록된 문장의 제목을 일괄해 보면 다음과 같다. 安樂窩序, 溫谷序, 戒色論, 庸軒序, 嘉言記, 雜著, 庸菴序, 默菴序, 鵲鷗說, 修省片鑑序, 天機微要序, 醫學正源序, 自感篇, 二樂齋序, 神聖如意丹序, 력林居士序, 력林居士傳, 送李汝實祭妻父文, 祭姉夫判官崔公文, 祭長姉氏恭人崔室文, 代善建祭師丈金僉使文, 啼禽說, 祭松園金尙書文, 亡兒一六哀辭, 祭趙友錫汝文, 寓物序, 九轉靈應丹, 上海道人書, 谷靑子說, 廣濟秘要辨論引, 廣濟秘要源病機要引, 本草精義序, 祭姉夫李同知文, 醫學辭, 白丞說, 與엄山台書, 奉呈李大雅六橋書, 景肥軒序, 宜陽田記, 警修堂序, 谷靑섬語, 議藥廳誌序, 上海道人書, 雲近樓序, 迎華誌序, 迎華雜著, 奉贈錦樵, 老楓先生傳, 祭仲姉氏貞夫人李室文, 雲近客話, 大갹說, 牛刀說, 祭梅窓道人李穉明文 등이 있다.

이들 제목 가운데에 ‘溫谷序’, ‘戒色論’, ‘庸軒序’, ‘天機微要序’, ‘醫學正源序’ 같은 글들은 의학적인 논의가 큰 흐름을 이루거나 醫書의 序文을 쓴 것으로 그가 학자로서의 위치가 탄탄한 學醫였음을 짐작케 한다. 한편 「神聖如意丹方」, 「廣濟秘要」, 「源病機要」, 「本草精義」 같은 책들도 李顯養의 醫方書인 것으로 추측되나 현재 원본이 전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으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또 ‘與엄山台書’는 당시 內醫院의 首醫였던 엄山(엄산) 玄在德에게 보내는 편지글로서, 현재 초고만 남아 전해지는 「本草類函」의 교정에 관한 사실이 적혀 있어 저자와 편찬 과정을 확연하게 설명해 주는 매우 가치 있는 자료이다. 아울러 議藥同參廳의 연혁과 역사를 기록한 ‘議藥廳誌序’를 쓴 것으로 보아 儒醫로서의 그의 지위가 확고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華城에서 가까운 迎華道察訪에 근무한 일이 있는데 이를 계기로 ‘迎華雜著’라는 글을 남겼고 또 「迎華誌」의 서문도 썼다. 한편 이 책에는 11편의 祭文과 哀辭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글 가운데 하나인 ‘亡兒一六哀辭’는 친딸을 잃은 슬픔을 적은 생생한 기록으로 눈길을 끈다. 또 이 책의 말미에는 그가 1842년(壬寅)에 쓴 「附東遊錄」이 나오는데 이 기사를 통해서 우리는, 그가 당시 최고의 세도가였던 豊壤 趙氏 일문의 豊恩府院君 趙萬永(1776~1846)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전통적인 醫科 출신으로 평생 醫員의 길을 걸으면서 文名을 날렸던 李顯養이 남긴 유일한 문집으로 근대화의 바람이 불기 직전인 19세기 초반 조선의학계의 옛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현재 국역이 진행 중이며 새해에는 해설을 덧붙여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