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다라는 말이 입에 붙어있었는데 이젠 춥다라는 말이 나오면서 긴 소매 옷을 찾아 입을 정도로 날씨의 변화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여름의 흔적들이 조금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급작스러운 날씨의 변화로 인해 감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건강에 유의할 때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름 휴가의 후유증으로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시원한 액션 영화 한 편 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상 제일 잘난 맛에 사는 섭외 1순위 보디가드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는 재판의 증인으로 나서며 적들의 표적이 되어버린 지명수배 1순위 킬러 킨케이드(사무엘 L. 잭슨)를 영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국제사법재판소까지 24시간 안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경호해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킹스맨>의 사무엘 L. 잭슨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작품이다. 거기다가 자신의 목숨을 수십 번이나 노렸던 킬러를 보호해야 하는 보디가드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극적인 재미를 주고 있다. 또한 성격이 완전히 상반되는 두 인물이 사사건건 티격태격 충돌하다가 점차 하나가 되어가는 버디 무비의 특성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예측 가능한 이야기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배우의 뜻밖의 케미가 돋보이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하나의 목적을 이뤄야만 반전 상황들이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기 위한 킬러와 보디가드의 여정 속에 불가리아를 비롯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 유럽 전역에 위치한 유명 명소들을 로케이션 장소로 활용하면서 시가지 등에서 벌어지는 카 체이싱 액션 장면은 시각적 볼거리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단, 킬러가 주인공이다보니 쉴 새 없이 총으로 사람을 쏴대는 장면과 욕설로 가득한 대사들이 관객에 따라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큰 의미 없이 웃자고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조연이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셀마 헤이엑과 게리 올드만 등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킬러의 보디가드>는 완벽한 킬링 타임 영화로서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고 있는 관객들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줄 것이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 끝 부분에 짧은 메이킹 장면이 나오니 끝까지 놓치지 말고 감상하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