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84] (古本)鷹골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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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84] (古本)鷹골方
  • 승인 2003.12.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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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 즐기는 귀족스포츠


세종의 셋째 왕자인 安平大君이 지었다고 알려진 책으로 “매” 기르기에 대해 다룬 수의서이다. 서명 앞에 붙은 ‘古本’은 이미 그 이전에 존재했던 麗末 李兆年의 「鷹골方」이나 조선 인종 때 星山 李섬이 증보 개편한 「新增鷹골方」과 구별하기 위해 후인들이 임의로 붙인 수식어일 뿐이다.

서문에 적힌 간지의 ‘正統甲子’는 세종 26년(1446)에 해당하며 ‘匪懈堂’은 안평대군의 당호로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다.

그가 왕족으로서 이와 같이 매 사육법에 대한 책을 엮어낸 것은 고려시대로부터 전해온 매를 이용한 사냥의 풍속이 당시 왕궁의 귀족들 사이에 널리 유행했음을 보여준다.

매사냥의 기원은 인류가 가축을 처음 기르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적어도 삼국시대에는 이미 매사냥이 성행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고구려 三室塚 고분벽화에 매를 날려 꿩을 잡는 장면의 그림이 보이고, 역사기록으로는 「三國遺事」 ‘紀異編’의 내용 가운데 九韓의 ‘鷹遊族’이라는 부족 이름이 나타난다.

고려조에 이르러서는 충렬왕 때 아예 ‘鷹坊都監’을 설치하고 관원을 전담 배치하여 운영하게 한다. 이것은 뒤에 ‘鷹坊’으로 바뀌어 조선시대까지 그대로 존속되었으며, 그 책임자를 종3품의 고위직에 임명할 정도로 중요시하였다.

이 책은 현재 일본의 內閣文庫에 소장되어 있으며, 안평의 친필본은 아니고, 여러 차례 轉寫되어 내려온 사본이다.

전문은 약 50여장 분량으로 현전본에는 일본식 訓點이 달려있다.
서문에는 “예부터 王公大人이 매를 좋아하나 그것을 얻기 어렵고 조금만 調養에 소홀해도 쉽게 병이 생긴다.……예나 지금이나 병을 다스리는 術法이 없어 그것을 얻어도 기르기가 어렵다”고 했으며, 또 “물마시고 부리로 쪼아 먹는 형세를 살피고 살찌고 마른 것을 살펴 病이 생긴 원인을 찾으며, 본초의 藥性에 따라 병증을 다스리면 즉시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책은 敎鷹體名, 用藥法, 劑藥法, 吐鷹調習法, 新鷹放敎法, 瘦鷹上 肌法, 作食法, 坐鷹處法, 相鷹安否法, 見聞經驗方, 鷹賦 등의 순서로 되어 있다.

‘교응체명’에서는 매의 종류를 나열하고 각각 그 특징을 기록하고 있으며 ‘신응방교법’에서는 매 사육에 관한 방법으로 처음 훈련시킬 매를 다루는 법에 대하여, 또 ‘수응상기법’은 마른 매를 살찌우는 방법에 대해 써있다.

‘작식법’은 매의 음식을 만드는 방법, ‘좌응처법’은 매를 앉히는 법으로 기온이 적당하면서 깨끗한 곳이 좋다고 하였다. ‘상응안부법’은 매가 하는 행동을 보아 그 상태를 판단하는 방법이며 끝으로 ‘응부’에서는 매에 관한 내용을 歌賦의 형식으로 엮어 놓았다.

‘용약법’은 의학적인 내용으로 흔히 앓기 쉬운 매의 질환에 대한 약물 요법을 기록한 것이다. 예컨대 매의 똥에 기생충이 나오면 狼牙草를 끓여 먹이고 매에 상처가 생기면 輕粉 또는 송진 등을 발라 딱지를 앉히고 이어 딱지를 떼어낸 후에 어린 아이 오줌을 발라서 다시 딱지가 지지 않게 한다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제약법’에서는 매의 병증에 사용하는 처방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龍腦圓, 朱砂散, 煮肝圓, 當歸散, 黃連散, 水銀散 등이 있다.

또 ‘문견경험방’은 매에 대한 경험처방을 모은 것이며 ‘토응조습법’은 매의 먹이가 맞지 않아 토할 때 안정시켜 먹이를 먹이는 방법에 대해 적어놓았다.

이 책은 귀족들 사이에 매를 사용하여 사냥을 하는 풍속이 성행하였던 조선 초기의 것으로, 매에 대한 의학적 지식의 필요성에 따라 저술되었다.

일본에 전해져 영향을 끼쳤으며 한국의 전통 수의학 연구에도 매우 가치 있는 자료라 할 것이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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