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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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2003)
  • 승인 2003.12.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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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을 회고하며


‘살인의 추억’은 제작부터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해 세간의 관심을 끌어 올해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막 내린 후에도 대종상과 평론상, 그리고 최근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의 주요 부문을 석권하고 국외영화제의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등 뉴스의 주인공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는 1986년 화성에서 연약한 여자를 대상으로 벌어졌던 연쇄 강간·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 ‘무당눈깔’이란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과 서울에서 내려온 서태윤(김상경)이 범인을 추적한다는 내용이다. 직감과 경력으로 수사를 밀어붙이는 박두만과 ‘서류는 거짓말 안 한다’는 신조로 이성적인 추리를 펼치는 서태윤. 두 형사는 경찰들의 대대적인 동원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한다.

피해자가 늘어날수록, 언론의 집중은 더해지지만 두 형사의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서로 다른 스타일로 충돌을 일으키고 싸우면서 낙담하기를 반복할 뿐이다.

이 영화는 형사와 살인범의 전투를 그린 두뇌게임이 아니고, 근육과 화력이 난무하는 액션물도 아니다. 그 사건의 시점으로 돌아가 담당형사의 수사과정을 추적할 뿐이다.

여기서는 범인에게 희생당한 무고한 피해자들의 절규. 그리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범인을 잡기 위해 몸부림 치는 형사들의 집착과 분노가 가운데 자리잡고, 어떤 해결책도 있을 수 없었던 무력한 시대적 이미지가 떠돌고 있다.

국민들은 화성연쇄사건의 보도를 접할 때 마다 두려움과 분노를 느꼈지만 방관자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중요한 단서들이 숨어있을 사건현장이 아무렇게나 버려져있고, 형사들은 유전자 감식을 위해서는 미국에 자료를 보내고 하릴없이 기다려야하는 설정은 그 뒤에 쏟아지는 방관의 시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살인의 추억’의 메인재료인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송강호와 김상경 그리고 주인공 못지 않은 연극배우 출신의 조연들의 활약에 힘 입어 훌륭하게 채색됐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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