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50> - 『壽世寶訣』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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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50> - 『壽世寶訣』 ③
  • 승인 2016.10.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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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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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治方의 대종, 약죽과 약술

이 책의 마지막 권인 제5권에 별편으로 구황벽곡에 관한 내용과 丹藥방들, 그리고 食治方에 해당하는 ‘酒類療病方’과 ‘粥類療病方’들이 실려 있다는 것을 소개 글 첫 편에서 말한 바 있다. 오늘은 이 술과 죽을 이용한 식치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식치법에 앞서 기타 치료법으로는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방법[饑困將死人救活法], 기아로 몸이 부은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饑腫人治療法], 흉년에 기아를 구제하는 방법[救荒濟饑], 곡기를 멀리하는 신선방[辟穀仙方], 흉년에 식량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荒年代粮], 곡기를 멀리해도 배고프지 않는 방법[辟穀不饑], 금석약을 복용하고 곡기를 멀리하는 방법[服石斷穀] 등 흉년에 쓸 수 있는 구황법과 도가 전래의 신선벽곡방이 수재돼 있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이런 방법들이 어쩌면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일 수 있겠지만 기근으로 인한 오랜 굶주림 끝에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저 멀리 아프리카 오지나 전쟁이나 홍수로 난민이 발생한 지구촌 구석구석, 더욱이 매년 식량부족으로 脫北 행렬이 가속화되는 북한주민들에게는 그 어떤 지식보다도 생존에 유용한 절대절명의 필수지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 ‘益壽諸方’이라는 소제아래 何首烏丸, 七寶美髥丹 등 169개의 주요처방들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주로 노년기 보익처방이 주를 이루고 있어 노인의학에 두루 참고해 볼만 하다. 하지만 간혹 곤담환, 실소산 등과 같이 허증에 쓸 수 없는 攻邪약들도 섞여있어 주의를 요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식치방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약술 처방인 ‘酒類療病方’에는 각 약주방의 이름과 조제법, 주치, 효능, 금기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米酒, 老酒, 春酒, 屠蘇酒, 五加酒로부터 燒酒, 海藻酒, 葡萄酒 등 총 53개의 약술처방이 실려 있다. 마지막 一日酒 다음에는 술을 빚고 나서 발효가 잘 되지 않은 술을 잘 익도록 하는 방법[救酒不沸法], 시어버린 술을 맛좋게 고치는 방법[救酸酒法] 등 3개 조문은 조선 후기의 민간생활백과전서라 할 洪萬選의 『山林經濟』를 조술하여 수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속성주인 一日酒를 살펴보면, 좋은 술 1사발, 누룩가루 2되, 물 3사발, 백미 1말을 폭 익게 쪄서 고루 섞어 따뜻한 곳에 둔다. 아침에 빚은 것은 저녁에 마시고, 저녁에 빚은 것은 아침에 마실 수 있다고 하였다. 찹쌀로 지은 밥으로 술을 빚으면 더욱 좋은데, 찹쌀을 가루 내어 죽을 쑤어 술을 빚어도 된다고 적혀 있어 다양한 釀酒法이 구사되고 있었음을 살펴볼 수 있다.

또 救酒不沸法은 발효가 되지 않아 기포가 생겨나지 않는 경우, 거품이 일어나게 하는 방법으로서 “술을 빚을 때 너무 차게 하여 3∼4일이 지나도록 거품이 나지 않으면, 술밥의 한 복판을 헤치고 좋은 술을 그 속에 부으면 이내 거품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아울러 시어버린 술맛을 고치는 방법[救酸酒法]으로 “큰 술1병에 적소두 1되(어떤 곳에서는 2되)를 바싹 볶아 자루에 넣어 술에 담가두면 신맛이 곧 없어진다고 하여 쉰 술조차도 치료하고 있다.

‘粥類療病方’에는 小麥粥, 寒食粥, 黍米粥, 粱米粥, 赤小豆粥, 綠豆粥 등 51종 약죽처방에 대해 효능만을 기술해 놓았는데, 재료나 제법은 따로 적지 않아 의학적 효능에 중점을 둔 식치방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인보양이나 병후조리의 대종을 이루는 죽치방은 조선 전기 『의방유취』 식치편을 모태로 『식료찬요』에 채택되어 주로 궁중식치방으로 적용된 이후 『의림촬요』, 『동의보감』을 거쳐 『제중신편』양노방을 통해 일반화되었다.

 

안 상 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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