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81] 輕寶新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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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81] 輕寶新篇
  • 승인 2003.11.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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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華도 마다할 귀중한 치병기록


‘輕寶新篇’이란 단일서명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의약단편들을 모아놓은 필사본 편집서 중 한 편으로, 체제는 비록 한 책 중의 일부이지만 내용이 다른 부분과 사뭇 달라 따로 한권의 책처럼 구성되어 있다.
전문은 약 80쪽 가량이며 목차나 서발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표지에 ‘壬戌之月日’이란 干支가 보이나 정확한 작성시기는 알 수 없고 대략 18세기 이후로 짐작된다.
지은이에 대한 기록 또한 남아 있지 않아 정확히 밝히기는 어려우나 경험의안 가운데 11번째 치료기록에 ‘浦人之妻’라는 표현이 보이고 118, 129번째에 長興에 사는 李在國 혹은 ‘長興李生在國’이라는 환자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全羅道 남해안 지방에서 의원노릇을 한 사람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기재방식을 보면, 작자가 치료하였던 환자 하나하나의 事例를 성명이나 날짜, 거주지와 같은 신상정보를 밝히지 않은 채 일련번호 없이 ‘一’로 표시하면서 기록하였다.
기재내용을 살펴보면, 뚜렷하게 병증문이나 혹은 부위별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내용을 세심히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병증 종류별로 모아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예컨대 婦人, 中男少年, 小兒, 老人, 雜病 별로 되어 있다.
또 간혹 ‘中男少年病神方’이니 ‘風癎神方’이니 ‘老人諸症神方’과 같은 소제목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대개 비슷한 유형끼리 모아놓은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뒷부분에는 상용처방을 가려 뽑아 方文을 수록해 놓았고 服靈砂法, 牛病方, 唐瘡 등에 대한 필기가 남아 있다.

내용 중의 사례 하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어떤 사람이 안질에 걸려 눈에 핏발이 서고 안압이 심하였다. 이에 牛黃 2푼을 물에 달여 먹이니 깨끗이 나았다(一人眼疾血盛睛亞牛黃二分水調服快愈)”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의안이 모두 143조문인데, 특정한 환자를 상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증적인 차원에서 아주 귀중하고 의미 깊은 경험방이자 실지 治病醫案이라고 하겠다.

현존하는 많은 경험방류 서적을 통 털어도 실제 자신이 치료한 경험록을 소개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더구나 단순한 경험방이나 기본처방 위주의 투약을 하면서도 변증과 경과를 상세히 수록하고 있으며 치료 후 병증의 전변과정과 예후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특색을 갖고 있다.

본문 안에는 일일이 처방 내용을 수록하지 않고 다만 ‘方見○○門’이라 注記를 붙여 놓고 생략했는데 이것은 대개 「동의보감」에서 인용한 것이다.
또 기록 중에는 주변의 다른 의원과 벌어진 난치환자에 대한 의견대립과 誤治例, 그리고 그에 대한 분석과 비평이 곁들여진 경우가 심심치 않게 수록되어 있어 작성자의 철저한 논증태도를 볼 수 있다.
한편 어떤 것은 구급질환자의 병세 변화와 투약상황을 시간대별로 적어놓은 것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박진감이 느껴지게 한다.
또 어떤 곳에서는 약을 먹고 조금 나아졌으나 가난해서 더 약을 먹지 못하고 불과 반 년 만에 재발하여 고생했다는 기록을 남겨 窮村의 의료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의안에 주로 등장하는 인물은 女人, 孕婦, 室女, 男子, 中男, 少兒, 童子, 老人 등 연령과 성별에 따른 匿名表記로부터 太守, 浦人, 野人, 農者 등 상하귀천의 차별이 없다.
한 지역을 무대로 邑宰로부터 기층 백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상대로 두루 치료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가치는 한마디로 말해 작성자가 직접 치료한 환자의 구체적인 病症과 病歷 및 치료과정 등을 생생하게 기록한 문자 그대로의 經驗醫案이라는데 있다.
원본은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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