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한약제제산업 육성·발전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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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한약제제산업 육성·발전시켜야
  • 승인 2016.07.1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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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정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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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7주년 기고]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블루오션(blue ocean)’이란 신기술 개발을 통해 독점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을 고기가 많이 잡힐 수 있는 넓고 깊은 바다에 빗댄 경영전략 용어이다. 유사상품의 난립으로 인해 가격경쟁, 광고, 판매전략 등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출혈경쟁시장인 ‘레드오션(red ocean)’의 반대개념이다.

정 진 엽
보건복지부 장관

그렇다면 한약제제산업은 블루오션일까 아니면 레드오션일까?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으로 우리가 흔히 약국에서 볼 수 있는 쌍화탕이나, 우황청심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한해 한약제제 생산액은 약 3,000억원 정도로 전체 제약시장 규모(약 20조원) 대비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약제제를 생산하는 기업의 규모는 영세하고, R&D 투자는 미흡한데다, 복제품 위주의 생산구조로 인해 가격 경쟁이 심하고, 마케팅 비용의 비중이 크다. 전형적인 출혈경쟁시장인 레드오션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그럴까? 중국에는 우리나라의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중성약이 있다. 중국의 ’13년 중성약 생산규모는 우리나라의 316배에 달하는 94조8천억원에 달하고, 매년 4조원정도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중성약 시장의 성장세도 매년 30%정도나 된다고 하니 이쯤되면 중국의 중성약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천진천사력제약은 우리의 한약제제에 해당하는 중성약을 생산하는 기업인데 한해 매출은 약 132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2조3천억원이다. 2조3천억원이면 우리나라 전체 의약품 시장의 약 10%이고, 우리나라 전체 한약제제 매출액의 8배에 해당한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심혈관계 중성약인 ‘복방단삼적환’한 품목의 한해 매출액만해도 우리나라 전체 한약제제 한해 매출액 보다 많은 3600억원 규모다. 중국의 단일 기업이 그것도 한약제제만으로 이정도 매출을 올린다는 사실은 우리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 제약회사들도 오랜 노력 끝에 그간의 R&D 투자에 대한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의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 HM11260C,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등이 그러한 성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제약회사들은 기존 전통의약의 정보를 근거로 천연물신약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노력도 해왔다.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 등의 추출성분으로 개발된 SK케미칼의 골관절증 치료제 ‘조인스정’, 애엽 추출성분으로 개발된 동아제약의 위염 치료제 ‘스티렌’, 당귀등의 추출성분으로 개발된 한국피엠지의 골관절증 치료제 레일라정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한약성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한약제제를 산업적으로 육성하고 세계시장에 내놓으려는 시도는 아직 없었다.

세계는 지금 고령화시대를 맞이하여 전통의약과 보완대체의약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 보완대체의학시장은 연평균 5.98% 성장하여 1,141억8,000만 달러(2015년)에서 1,542억7,400만 달러(2020년)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도 2030년까지 중성약을 전체 의약품 시장의 30%까지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현재가 24%이니 30%라는 목표가 과도해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도 어마어마한 중성약 시장을 앞으로도 적극 육성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한약제제의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한약제제도 의약품이니 만큼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여 허가해야하나 오랜 기간 경험적으로 인정되어온 한의약의 지식기반을 인정하여 안전성·유효성 검증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면제를 받아왔다. 이것은 오히려 한약제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한약도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고, 대한한의사협회도 의사협회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약의 과학화·표준화 및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추진하기 위하여 특정 질환에 대한 진단, 처치, 투약 등의 한의 진료행위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표준화하는 “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식약처와 협의를 통하여 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질환의 경우 임상시험을 통한 한약 및 한약제제 등의 안전성·유효성을 합리적으로 검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제약회사는 지금까지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면제받아 오다가 임상시험을 모두 거치려면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임상시험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핵심 과정이다. 의약품 산업을 고부가치 산업, 기술 및 지식 집약산업이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의약품의 가치를 입증하는 안전성·유효성 검증 과정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은 그 가능성만큼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한약제제 생산 기업에만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라고 할 수는 없다. 한약제제의 안전성·유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새로운 가치에 대하여 신약 기술에 준하는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해주고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

또한, 한약제제를 가지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인 국내시장이 커져야 한다. 국내에서 팔리지 않는 약을 외국에서 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의약계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한약제제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하고, 한의사들이 탕약대신 한약제제 중심으로 처방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고려한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의사, 한의사 등의 보건의료 인력, 관련 전문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차 한의약육성발전 종합계획에서 한약제제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또한, “한약제제 육성·발전 협의체”를 구성하여 한약제제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한약제제 산업 투자 활성화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한약제제와 관련된 모든 보건의료 인력과 기관, 단체, 전문가들이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대책을 논의해 가다 보면 우리나라 한약제제산업도 블루오션으로 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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