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厦門)에서 남북한 한의약 교류·협력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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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厦門)에서 남북한 한의약 교류·협력의 길을 묻다’
  • 승인 2016.07.0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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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이민호

mjmedi@http://


2016 해협양안(중국-대만) 중의약 협력·발전 심포지엄 참관기


중국 동남 연해 푸젠(福建)성 남단의 섬마을 샤먼(厦門). 인구 약 380만 명에 달하는 샤먼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하고 있다. 주변의 취안저우(泉州) 등과 더불어 고대 해상 실크로드의 관문이기도 했던 이곳은 근대 이후 대만으로의 이주민과 동남아 화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 때문일까? 덩샤오핑 시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등과 더불어 가장 먼저 대외 개방이 이루어진 5개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이 민 호
책임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정책표준기획팀

지리적 영향 때문인지 샤먼은 중국의 對대만 교류·협력의 창구 역할을 수십 년 째 담당해오고 있는데 중의약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재는 2008년 샤먼시 중의원 내에 설치된 ‘샤먼 해협 중의약협력발전센터(하문해협중의약합작발전중심)’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작된 양안(중국-대만) 사이의 중의약 교류는 소위 ‘92공식(九二共識, 1992년 중국·대만 당국자가 홍콩에서 만나 합의한 양국 관계에 대한 원칙으로 양측은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되, 하나의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어디를 말하는지는 각자 해석에 맡긴다는 것)’ 이래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초창기 양안 간 교류가 주로 민간 차원에서 표면적이고 단선적으로 이루어졌다면 ‘92공식’ 이후에는 점차 민과 관이 결합하고 쌍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인적 교류는 물론이고 학술논문을 교차로 게재하거나 합법적인 방법으로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연구 분야의 협력도 점차 강화되었다.

2003년 사스(SARS)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하자 전화연결 방식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했던 중국과 대만은 이후 교류·협력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기적인 형태로 발전시켰는데, 2006년부터 시작된 ‘해협양안 중의약 협력·발전 심포지엄’이 대표적이다.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이한 2016년도 심포지엄은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샤먼에서 국가중의약관리국과 샤먼시 인민정부 공동 주최로 약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국가중의약관리국 대만·홍콩·마카오 교류협력센터 왕샤오핀(王笑頻) 주임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중국의 국가중의약관리국 왕궈창(王國强) 국장과 푸젠(福建)성 정협주석인 류커칭(劉可淸), 대만의 중화해협양안 의료 및 건강산업발전협회 이사장인 랴오궈둥(廖國棟)의 축사가 있었다. 이들 중 왕궈창(王國强) 국장은 중국의 전통명절인 단오절 연휴 기간에 행사가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현 중국정부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중의약 발전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중의약에 대한 인지도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개막식에 이어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올해 주제인 ‘의·양(의료와 양생) 결합 창신, 양안 민중 복지 향상’과 관련 대만 타오위안창겅기념병원 황메이쥐안(黃美涓) 명예원장의 ‘의료와 양생 결합(醫養結合) : 대만 창겅양생문화의 경험과 발전 공유(臺灣長庚養生文化的經驗與發展分享)’ 등 중국과 대만에서 각 3명 씩 총 6명이 발표했다. 올해 발표에서는 점차 고령화가 진행되는 환경 속에서 의료와 양생 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양자의 결합 방법을 탐색하기도 했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샤먼시 중의원

주제 발표와 더불어 양안(중국-대만) 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샤먼시 중의원에서는 중의 임상 실용·보급기술 및 독특한 수기요법 시범이 있었고, 부대행사로 ① 병원 경영 및 건강서비스 고급 과정, ② 리커(李可, 1930-2013) 중의약 학술사상 기반 위급·중증·난치 질환 치료 고급 과정 강좌를 함께 진행했다. 병원 경영 및 건강서비스 고급 과정에서는 대만 자본에 의해 샤먼에 설립된 창겅(長庚)병원을 참관하기도 했다.

이상 중국과 대만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중의약 분야의 협력과 발전에 관한 교류를 보면서 남·북한 간 한의학의 교류와 협력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본다.

중국과 대만이 초기에는 민간 차원에서 단선적으로 진행되다가 점차 교류·협력의 폭이 확대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선 교류의 물꼬를 트고 접근 가능한 분야부터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올해 대만 총통 선거에서 대만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이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안 간 교류 협력은 표면적으론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전개되고 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정치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

양안 간 협력의 주최가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지만 대만의 경우 민간단체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중국 중앙정부 주최 행사에 대만의 중의약 관련 각종 민간단체, 예를 들면 ‘대만 중약상업 동업 공회 전국연합회’, ‘대만 제약공업 동업 공회’, ‘대만 양생보건협회’, ‘대만 해협양안 기업교류협회’ 등이 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양안 간 교류가 단순히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료와 관련한 중요한 주제를 선정하여 중의약을 활용한 해결방안을 토론하고 공유함으로써 쌍방이 서로 윈윈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중국과 대만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고령화와 그에 따른 의료와 양생의 결합 문제를 다루었다. 서로의 경험을 토론하고 공유함으로써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류·협력의 실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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