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79] 諺解救急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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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79] 諺解救急方
  • 승인 2003.11.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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龜岩 선생 지은 諺解醫書 첫머리


許浚은 「동의보감」이 완성되기 전인 선조34년(1601) 8월 御醫이자 正憲大夫 知中樞府事의 職任으로서 난리 통에 없어진 「구급방」, 「두창집」, 「태산집」을 언해하여 펴내라는 왕명을 받는다.
이 작업은 1607년 먼저 이 책이 완성되고 이듬해 「諺解痘瘡集要」, 「諺解胎産集要」가 연달아 간행됨으로써 성공적으로 완수된다.
이보다 앞서 선조 14년인 1581년에 「纂圖方論脈訣集成」이 나왔지만 이 책은 高陽生의 ‘찬도맥결’을 교정 증보한 것으로 독창적인 저술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책이 구암 선생의 독자적인 견해를 담아 펴낸 책으론 가장 먼저 인쇄되어 나온 전문의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1613년 「동의보감」과 함께 「新纂벽溫方」, 「벽疫神方」이 한꺼번에 간행되었다.
이와 함께 연대를 알 수 없는 「(언해)臘藥症治方」이 사실상 허준의 저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허준의 저작이라고 주장하는 필사본과 처방전, 간찰 등이 다수 발견되었다.
親作 여부는 좀 더 세밀한 고증이 필요하겠지만 전통의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그동안 死藏되어 왔던 고전적 자료가 발굴되어 단절된 민족의학사의 복원에 활용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아울러 우리 의학에서 구급의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 이상 그 의미가 크다.
우선 현전 최고 의서인 「鄕藥救急方」으로부터 시작하여 세종, 세조대 잇달아 「구급방」을 간행하였고 「救急簡易方」, 「救急易解方」, 「村家救急方」등이 출판되었다.
성격과 수록내용은 서로 차이가 있지만 구급방은 역대 왕조에서 창진, 온역, 태산과 함께 무엇보다도 민생구제와 직결되는 분야로 중시하여 한시도 소홀히 한 적이 없었다.

이 책의 내용을 훑어보면 우선 역대 구급방의 내용이 시대와 편찬자에 따라 상당히 변화된 양상을 볼 수 있다.
우선 본문은 中風, 破傷風, 中寒, 陰陽易, 中暑, 氣厥, 痰厥, 食厥, 尸厥, 卒死, 中惡 등 70여 항목에 달하는 작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편제 구성은 대개 「향약구급방」으로부터 전통적으로 이어져온 것으로 구급성 질환이나 중독, 諸傷에 국한하지 않고 두통, 심통, 복통 등 일반 질환 가운데 급성 증상이나 雜病, 瘟疫, 瘡瘍 심지어는 부인, 소아질환까지 아우러져 있다.

현재 국내에는 상권만 남은 목판본 殘本이 전하나 불완전한 것이다.
필사본은 전체 내용이 살아있지만 다소 添削된 곳이 있고 언해의 일부가 누락되어 있다.
끄트머리에 수록된 俗方藥, 학疾藥, 常食相忌, 藥酒方文과 같은 항목은 권말의 刊記 다음에 덧붙여 쓴 것으로 「동의보감」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후대에 傳寫하면서 추록해 넣은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현전 필사본에 나타나는 명문은 ‘언해구급방목록’ 첫 장에 제시된 ‘御醫臣許浚奉敎撰’이란 8자이다.
「선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扈聖功臣에 올라 양평군에 봉해진 것이 1604년의 일인데 이 책에는 君號나 작위가 전혀 보이지 않는 점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본문은 먼저 원문을 싣고 조문마다 언해를 붙여놓은 對譯式으로 꾸며져 있다.
또 소제목 아래 일일이 한글병명이나 짤막한 풀이를 덧붙여 놓았다.
예를 들면 中風은 ‘바람마잔병’, 誤呑諸蟲은 ‘그릇벌어지를삼킨병’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간단한 침구법을 제시해 응급처치에 긴요하게 쓸 수 있도록 하였으며, 때에 따라서는 浴法이나 禳法, 체藥(재채기) 등 특이치법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권말의 諸穴論은 合谷, 人中, 百會 등 응급침혈에 해당하는 38종의 경혈 부위를 적어놓아 取穴에 참고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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