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 순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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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6년제, 순수한가
  • 승인 2003.10.3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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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양약계의 약대 6년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부시행안이 확정되고 시행일정까지 정해진 상태에서 타임스케쥴에 따라 주도면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양약계는 약대 6년제 추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고 내년 1월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절차만 남겨둘 정도로 속전속결로 밀어부친 것이다.

한·양 의료계가 연일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격렬하게 반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소비자 단체도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여론을 모조리 무시하고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한다면 범보건의료계의 민심을 제대로 추스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약대 6년제와 관련해서 보건의료체계의 재정립, 추가소요비용, 사회적 비용, 약대의 교수인력과 시설 상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거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 납득할만한 논리도 접해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제약산업 발전을 이끌 우수한 전문인력 양성’이나 ‘의약분업 이후 복약지도와 임상약학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있을 뿐이다.

약물부작용이야 약대 4년간의 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 복약지도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해 주면서 한두 마디로 복용방법을 설명해주면 충분한데도 굳이 2년씩 더 배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6년제 표준 교과목을 보면 타당성이 더 떨어진다. 5, 6학년의 교과목은 임상약학Ⅰ,Ⅱ가 각각 9학점, 6학점으로 합해서 15학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보건의료행태론, 약품정보학, 조제 및 복약지도, 약국관리학, 제약공장경영학, 제약실무이론, 약사법 및 약사윤리, 약국실무이론, 약국실무현장교육, 의료기관 실습 등으로 짜여져 있다. 대부분 실습, 실무 위주의 교육이다. 의약분업으로 기능인으로 전락하는 것이 두려워 준의료인 행세를 해보겠다는 의도가 묻어난다.

6년제 추진논리가 설득력을 잃자 정부 일각에서는 ‘WTO 시장개방 추세에 대비하기 위하여’란 수식을 달아 밀어주고 있다. 한마디로 억지주장이다. 양허요구와 양허를 하는 나라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WTO 시장개방론을 내세우는 것이 국면호도용이 아닌지 자성해볼 일이다.

이런 배경때문에 의료계는 약대 6년제가 순수하지 않다고 본다. 동기가 순수하지 않은 만큼 순조로운 추진을 기대할 수 없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 전에 정부와 양약계는 학제연장 기도를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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