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78] 濟生篇
상태바
[고의서산책178] 濟生篇
  • 승인 2003.10.31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처방약재 略語로 기록한 醫學用語集


「濟生篇」이라 이름 붙은 한권의 필사본으로 저자 未詳인데다가 서문이나 발문이 없어 편찬에 관한 사실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의 전반적인 성격을 한마디로 요약하긴 어려우나 약재별 略稱 일람표가 적혀 있고, 그 내용으로 보아 의원들이 의과고시나 取才에 대비하여 암기용 참고서로 작성한 처방약재 略語集이라고 할 수 있다.

간략히 그 내용을 소개하면 각종 약재를 草·木·石·蟲·果·菜·土·穀·獸 등 10여 部로 나눈 후 각 부문에 소속되는 약재 약 320종 가량의 약칭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草材 중에서 ‘銜’은 인삼, ‘娘’은 丹蔘, ‘老’는 炙甘, ‘여’는 山藥, ‘脫’은 通草, ‘北’은 五味子의 약칭으로 사용되고, 木材部에서 ‘心’은 桂心, ‘辣’은 桂枝, ‘品’은 白茯령, ‘豚’은 저령을 나타내는 약칭으로 쓰고 있는 따위이다.

짐작하다시피 ‘銜’은 人蔘의 異名 중 하나인 ‘人銜’에서 따온 것일 테이고 ‘老’란 감초의 또 다른 이름 ‘國老’에서 비롯된 것임에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여’는 薯여에서 ‘脫’은 通脫木에서 따온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는 조금 달리 ‘北’은 오미자 중 上品으로 치는 北五味子에서 유래한 것이며 ‘辣’은 桂枝의 매운 맛이 뛰어난 辣桂枝에서 연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약재 항목 다음에 入·錢이라고 표시된 항목에서는 각 처방에 副材料로 들어가는 첨가물에 대한 약칭을 정리해 놓았다. 예컨대 干은 생강 5쪽, 單은 생강 7쪽을 나타내며 引은 생강과 대추, 芋는 생강과 파뿌리, 매는 생강과 매실을 뜻한다. 한편 서너 가지를 한꺼번에 표시하기도 하는데, 括은 생강과 대추·매실을, 全은 생강·대추·매실·파를 뜻한다.

한편 분량을 표시하는 약어에는 훨씬 다양한 표기법이 이용된다. 예를 들면 里는 5리, 卜은 1푼반, 字는 2푼반, 平은 3푼반, 卯는 4푼, 孟은 7푼, 灘은 9푼을 표시한다. 또 돈수에도 略號가 사용되는데, 1돈부터 차례로 旬, 念, 月, 惑, 音, 律, 稀, 達이 쓰인다. 냥쭝에 쓰이는 略字로는 득이 1냥3돈, 패가 1냥5돈, 泣이 2냥5돈, 盃가 3냥, 業이 4냥을 뜻한다.

이상 약재 약칭과 약호 일람표에 이어서 小兒雜病, 小兒痘疹, …… 脹滿, 해학, 瘟疫, 婦人 등 30여 부류의 소항목 아래에 각각 해당되는 처방명과 그 효능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각 처방의 구성은 모든 藥材名을 앞에서 설명한 약칭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예컨대 小兒痘疹에 사용하는 人蔘白朮散을 찾아보면 “白朮散兮葛念銜/品朮桂兮老香旬”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 나오는 ‘葛’은 乾葛이요 ‘念’은 2돈의 약칭이므로 갈근 2錢을 표시하며, ‘銜’은 人蔘, ‘品’은 白茯령, ‘朮’은 白朮, ‘桂’는 肉桂, ‘老’는 炙甘, ‘香’은 木香에다가 ‘旬’은 1돈을 말하므로 인삼, 복령, 백출, 육계, 구운 감초, 목향이 각 一錢이라는 처방내용을 줄여서 적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외우기 어려운 처방일지라도 운율과 의미를 맞추어 약명을 넣어 만든 멋들어진 異體詩로 꾸밀 수가 있다. 이러한 전통은 이미 오래전인 고려시대에도 성행하였는데 대개 약명을 넣어 이중적 함의를 표현하거나 명칭의 중간을 분절하여 앞 구절의 끝 자와 다음 귀의 첫 자가 이어지도록 매개하는 藥名離合詩에서 유사한 특성을 찾아볼 수 있다.

흔하지 않은 의원용 지침서로 실용 처방전이나 病簿에서 사용하는 약재 및 藥量의 略稱을 기록하고 있어 그 자료적 가치가 크고 수록내용이 독특하다.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소장되어 있으며, 저명한 출판학자이자 고전적 수장가로 널리 알려진 故 安春根 선생의 舊藏本으로 본문에 장서인이 남아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