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700] 암흑시대에 유행한 주술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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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700] 암흑시대에 유행한 주술의료
  • 승인 2015.10.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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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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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直星行年便覽」①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3년에 池松旭이 경성의 新舊書店에서 펴낸 통속의약서이다. 서명이 다소 생경해 보이는 것은 본서가 당초에 본격적인 전문의약서라기보다는 통속서로 꾸며지면서 별점을 보는 방법을 앞쪽에 실어 놓았기 때문에 책 이름을 「직성행년편람」이라고 붙인데 기인한다. 直星이란 자신이 태어난 해와 달과 날을 담당하는 별을 지칭하는데, 각자 그 별의 기운에 따라 인간의 숙명이 정해진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운명을 점쳐보고자 권두에 먼저 앞세운 것이다.

 

 

 

 

◇ 「직성행년편람」

 

 

이 책에는 독자가 일일이 수를 헤아려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덜고자 10세 이후로 64세까지 미리 찾아 도해로 표기해 놓았다. 그럼 64세 이후로는 운명을 알 수 없거나 알아야할 필요가 없는가? 그런 것이 아니라 65세 직성은 11세의 것과 동일하고 66세는 12세의 것과 동일하다. 이 직성행년법은 64괘의 주기에 따라 반복 순환된다는 것으로 짐작되지만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각 년은 남녀로 구분하고 각기 별이름과 보살이름, 前生에서의 짐승 이름 등이 도표식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면 50세 남자의 경우, 별은 “일직셩, 약사보살, 태충, 수풀의든쥐몸”이라고 되어 있다. 이 색인표 다음에는 [直星法]이라고 장제목을 달아두고 다음과 같은 해설이 달려 있다. “하늘에 아홉 성군이 있어 사람의 나이대로 돌려 차지하나니 이글을 보아 그대로 하면 액을 면하고 복을 어드리라.”

또 각 직성별 운세가 조문별로 열거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일직성]을 찾아보면 “일직셩은 갈온 태양성이니 복덕이 거록하여 관록과 원행이 대길하고 중인이 공경하미 흥할 수니 정오구월간이 구설과 손재할 수 있으니 … 사배하면 대길하니라”라고 적혀 있다.

그 다음으로 수재된 것은 ‘行年法’으로 “천상에 또 열두보살과 열두신장이 있어 사람의 행년(行年)을 차지하나니 세초에 이글을 보아 행년에 메인 보살을 정월 내에 정성으로 불공하고 신장은 정월 내에 옥추경, 금강경이나 천수경, 팔양경을 읽어 도액하면 일년 태평하고 만사 대길하니라”라고 설명하였다.(인용원문은 필자윤문)

이 밖에도 天地物應身, 否塞法 등이 들어 있고 일명 觀音占이라고도 불리는 五行占論이 실려 있는데, 전문은 모두 한글로 기재되어 있다. 다만 옛한글 표기이고 띄어쓰기가 없기 때문에 그냥 읽어보기에는 애로가 많다.

다음으로는 擲柶占이 있는데 원래는 수가지(일명 산가지) 64개를 통에 넣고 마음대로 뽑아내어 넷씩 제하고 나머지를 보아 같은 방식으로 3회 실시하여 길흉을 점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귀곡선생이 만든 숫자 점에서 비롯한 것인데 후대 사람들이 산가지 대신 윷을 사용하여 도는 1, 개는 2, 걸은 3, 윳과 모는 4로 보아 윳괘점이라 부르니 방법이 간편하고 신통하다고 적혀 있다.

예컨대, 114괘를 얻었을 경우, 점사는 “고기 물 있다. 금년 신수는 대통, 생남하리라”라 하였다. 또 232괘에는 “병에 약 얻다. 귀인을 만나 크게 이로움을 보리라”라고 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鬼神病占이다. 설명에는 “귀적병 고치는 신통한 법이라”라고 되어 있고 사람의 병에 귀신침착이 많되 세상이 알지 못하므로 장처사란 도인이 이 법을 지어 사람을 구제하니 이대로 하여 만일 낫지 않으면 필경 계책이 아니니 약을 써 고치게 하라고 하였다.

예를 들면 “初一日 병은 동남목신 객귀집탈이니 두통한열에 음식 맛이 없으니 동남 사십보에 퇴송하라.” 이렇게 하여 三十日病까지 차례로 열거되어 있으니 병든 날만 기억하여 찾아보면 그만이다. 하지만 치료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뢰감을 주기 어려우며, 그것은 다만 병들고 핍박받는 민중들에게 다소나마 심적인 위안이 되었을 뿐일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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