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개원협 인정의 탄생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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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개원협 인정의 탄생과 전망
  • 승인 2003.10.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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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개원협, 발전적 경쟁관계 기대
한의대 졸업 후 부재한 임상교육 해결책
부실운영 땐 국민적 비난 면치 못할 것


“‘인정의’란 개원한의사들이 생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5일 있은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총회에서 한 관계자가 밝힌 말이다.

서대현 개원협회장은 “한의사들이 다 죽어 가는 데 한의학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 한의학 발전이 한의사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까지 말했다.

이것이 개원한의사 대부분의 생각이다. 2005년부터 한의학 시장이 개방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양방의 한방의료 기술 침탈, 무면허자에 의한 한방치료 증가, 한약의 식품화 및 독점력 상실, 이 모두가 한의사의 영역을 축소하려는 악재뿐이다.

이러한 위기 의식이 개원협 결성과 한의사 인정의라는 신종 자격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 임상능력 향상만이 살 길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인정의 제도가 만들어 진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개원한의사의 임상능력 향상이다. 한의대 6년 교육만으로 일반적인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한의원 운영은 가능하다는 대학의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 일선 한의사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지방에서 개원하고 있는 한의사가 주말이면 서울 등 대도시로 올라와 일명 대가에게서 비싼 교육비를 내고 임상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개원한 한의사는 그나마 다행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한의사 중 전공의 교육을 받는 16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임상연수 기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부원장으로 취직한 한의사는 원장의 지시를 받아 환자를 대면할 기회라도 있지만 나머지는 개원해 한의원을 운영할 능력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사의 국제경쟁력은 고사하고 양의사와의 국내 경쟁에서도 과연 버티어낼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의대를 졸업한 양의사는 거의 수련 교육을 통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료 기술을 전수 받는다.

두 번째는 의료시장 개방과 2008년부터 전문의의 전문과목 표방시 상대적으로 자신은 이류 한의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인정의를 대응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견해다. 개원협은 인정의 제도를 시행한 목적이 임상능력 향상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제1회 인정의 시험에 합격한 한의사 중 상당수는 두 번째 이유를 더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서대현 회장이 총회 인사말에서 “복지부, 한의협 등이 참여하는 전문의개선특위 태스크포스 회의에 참석해 개원한의사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한의계 화합을 도모하고자 했으나 소수 이익만을 고집하는 일부에 의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본회 사업이 일부 지연되는 결과만을 초래한 점을 사과드린다”는 말에서도 이러한 점이 나타난다.

즉, 전문의제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에서 개원의들이 한방병원의 수련을 거치지 않고서도 전문의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서대현 회장은 “한의사인정의 중 상당수는 후배들의 임상교육이나 한의학 발전을 위해 자격을 취득했다기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시험에 응시한 사람도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의학문의 발전과 임상교육이 가능한 틀을 마련해 놓고 회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개원협이 목적하는 졸업 후 한의교육의 상설화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인정의 주관 기관 증가

인정의가 전체 한의사를 대표할 수 있는 공식기구에서 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는 사상체질의학회에서 인정의제도를 만들겠다고 나섰고, 다른 학회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개원협 측에서는 “학회의 인정의 제도 마련에 대해 발전적 경쟁관계가 될 수 있어 한의학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내실을 다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수준에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내용은 둘째치고 각 단체가 인정의를 선점하려는 각축전 양상을 띠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언젠가는 한의협이나 한의학회가 인정의 자격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개원협도 자신들이 인정의를 계속 끌고 나갈 의향은 없다며 한의협 등 공식적인 단체가 주도할 수 있으면 언제라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원협 소속 상당수 한의사가 8개 학회를 비롯해 현 한의대의 교육을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졸업 후 한의사의 임상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인정의 제도가 쉽게 하나로 통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전문의와 개원협 인정의, 학회 인정의 간에 경쟁이 시작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개원협 총회에서 “2008년 10월까지로 돼있는 인정의의 재인증 때까지 인정의의 임상자료를 하나의 지침서로 만들어 개원의들이 공유하는 것이 전체가 살아남는 길이다”이라고 밝힌 것과 같이 인정의의 탄생은 한의학 발전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개원협이 추진하고 있는 임상지침의 마련, 전통적인 한의학 교육의 부활이 얼마나 실천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인정의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채 ‘회’의 세불리기나 재원확보 수단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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