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73] 家庭救急方
상태바
[고의서산책173] 家庭救急方
  • 승인 2003.09.26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東西醫學 절충한 家庭救急法


全書名이 「精選家庭救急方」으로 다소 통속적인 책 이름이 붙어 있는 이 책은 한약과 양약 처방 중에서 구급에 필요한 처방을 엄선하여 펴낸 대중용 구급처치법을 다룬 서적이다.

1928년 圭園 朴容南이 지은 것으로 경성의 東洋書院에서 발행한 것이다.

박용남의 행적에 대해서는 상세한 자료가 없어서 분명하게 밝히진 못하지만, 판권지와 본문 첫 장의 제목 아래 ‘京城府茶屋町五番地 共愛醫院長’이라고 써있어 그가 일제시기 서울시내에서 개원의로 활동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본인이 직접 쓴 서문의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그가 오랜 기간 동안 의료 현장에서 절감한 경험을 되살려 이 책을 꾸몄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내가 의약에 종사한지 대체로 수년이 지났는데, 환자들의 질병을 진찰하고 증상을 살펴보면, 때가 이미 너무 늦어 치료할 가망이 없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만일 평소에 구급의 개략적인 내용을 익혀서 알아 놓았었더라면 어찌 이와 같이 졸지에 비명횡사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또 “…이러한 까닭으로 학문이 거칠고 지혜가 얕은 것을 헤아리지 않고서 동서치료법의 급할 때 필요한 것(東西醫方之要急者)들을 모으고, 사이사이에 실제 증험하여 여러 차례 효과를 본 것들을 덧붙여서 ‘家庭救急法’이라고 이름 붙였다”라고 저술경위를 밝혀놓았다.

이러한 사정은 범례의 첫 항에서 “一, 本書는 東西洋各國의 神妙한 方法과 且余가 開業餘暇에 屢試屢驗한 者를 廣採博覽하야 簡易를 爲主하고 實地應急에 適切하도록 注意著述홈”이라고 하여 그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밝혀놓았다.

아울러 용량표기는 구람(瓦)과 %(푸로센드), 센지메돌(仙米) 등 만국공용의 도량형으로 통일하여 표시하였다.

본문의 구성에 있어서 각 장별 대분류의 제목만 훑어보면, 내과병의 구급법, 중독, 異物의 摘出法, 火傷及凍傷, 止血法, 失氣及假死, 人工呼吸法, 外傷, 咬傷의 9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책의 말미에는 임신의 증후와 임신 중의 攝養法, 산부의 攝養注意, 초생아의 受護法, 乳母선택법 등 산부인과와 소아과 관련 응급지식을 기술하고 있다. 본문내용은 원인, 증상, 구급법의 차례로 짤막하나마 내용을 구분하여 기술하였으며, 전문은 대부분 한문투 원문에 한글토만 사이사이 붙여놓은 상태로 편집되어 있어 그다지 읽기 쉬운 문체는 아니다.

그리고 맨 끝에는 가정에서 반드시 갖추어야할 약품의 종류와 응용법을 덧붙여 놓았는데, 예를 들면 석탄산, 붕산, 명반, 글리세린(굴里設林), 와세린(華攝林), 산화아연, 암모니아수 등의 특성을 설명하고 이의 사용법을 기록해 두었다.

수록한 내용의 대부분이 서양의학 지식을 중심으로 다루어져 있으며, 그 가운데는 신식복장에 팔자수염이 붙은 서양인의 얼굴모습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서구식 구급요법 서적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호흡법, 지혈대를 사용한 지혈법 등은 서의학적 방법을 그대로 옮겨 적은 대표적인 것으로 삽화를 통해 구급처치 방법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책은 구급요법에 관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쓸데없는 이론보다는 증상과 치료법, 약물 등을 간결하게 기록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다른 한편 이 책은 한국에 서양의학이 들어와 이식된 후인 일제시대 초기에 서양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어떻게 한의학을 접목시키고자 하였는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