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73] 정승의 瘡病을 다스린 富平南山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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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73] 정승의 瘡病을 다스린 富平南山草
  • 승인 2015.03.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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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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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673 「壽民錄」③


본문 가운데 食傷에 쓰이는 대처법이 많이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옛 사람들이 즐겨했던 두부독의 해독 방법이 들어 있다. 어떤 사람이 두부 먹기를 좋아하여 중독이 되었는데, 의원들이 치료해도 낫지 않았다.

 

 

 

 

◇ 「수민록」
두부 만드는 집 사람으로부터 무를 콩국에 넣으면 두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서 무를 달여 약으로 먹이니 단번에 나았다고 적혀 있다. 옛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특효약을 찾게 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하겠다.

특히 외과치료에 있어서 治腫方이 많이 실려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데, 임진왜란 때 활약했던 遲川 黃廷彧(1532∼1607)의 치험례가 실려 있다.

정승이 창종을 앓아 벌레가 생길 지경인데, 의원이 무슨 재를 뿌리고 곧바로 효험을 보았다. 의원에게 물으니 富平 남산에 줄기와 잎이 모가 나고 참깨처럼 생긴 풀이 있으니 이것을 태워 재를 바르면 殺蟲治瘡한다고 하였다. 이제서라도 등산길에 눈여겨 찾아볼 만한 일이다.

소아문 다음으로는 일정한 분류 없이 병증항목별 범주가 분명치 않은 채, 中風, 中暑, 虛勞 등 여러 가지 질환들이 뒤섞여 나열되어 있다. 雜方의 내용은 物類相感·物性相忌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방을 사용할 때에 주의해야 할 필요사항들을 간략하게 기술해 놓았다.

그중에는 藏橘法 즉, 감귤보관법이 서술되어 있다. 귤을 오래 두고 먹으려거든 녹두 속에 감추어 두라는 것인데 제철을 넘겨서도 변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다음 줄에는 그 이치까지 밝혀두었는데, 귤의 성질은 熱하고 녹두의 성질은 냉하기 때문에 오래 간다고 밝혀놓았다.

표지에도 서명 옆에 附物類相感이라고 적어놓아 애초부터 약물이나 음식물과의 상호관계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단지 음식궁합이라든지 상호배합이라는 측면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 예전에는 음식물의 저장이라든지, 장기간 보관법, 부패방지법 등 좀 더 폭 넓은 범주에서 일상생활 속의 가정상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오히려 음식금기에 관한 내용은 物性相忌에 기록되어 있는데, 예컨대 마늘을 먹은 뒤에 곧바로 깨가루로 이를 닦으면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생마늘을 즐겨 먹었던 조선인들의 식습관을 감안해 볼 때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 분명할 터인데, 한번 시험해 볼 일이다.

또 해삼은 볏짚을 꺼리는데, 마른해삼을 물속에 담가두고 지푸라기를 함께 집어넣은 채 하루 동안 덮어두면 해삼이 모두 녹아 없어진다고 하였다. 항간에 해삼을 새끼줄로 묶어두면 물이 되어 녹아버린다는 말을 들었으니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자세히 살펴보다보니 어딘가 이미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을 떠올려 보니 이미 십여 년 전에 소개 글을 쓰고 졸저에 원문을 실은 바 있었던 책의 내용과 흡사하다. 그것은 바로 「經效方」이란 책이었는데, 이 코너를 처음 시작할 무렵인 1999년에 ‘사대부의 가정 의학서’란 제목으로 실은 바 있다. (민족의학신문 제 247호)
또한 원문을 「한국의학자료집성」에 수록한 바 있었다.

두 책을 찾아 대조해 보니 대부분 주요 골자가 거의 흡사하다. 이로 보아 아마도 두 가지 전본이 모두 한 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經效方」은 燕巖 朴趾源이 지은 「金蓼小抄」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 하였으니 이 책 역시 그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긴 세월 만고풍상을 겪은 형제들이 오늘에야 서로의 소식을 접한 것처럼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단지 감상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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