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환자와 의사들, 한의학 기대와 신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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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환자와 의사들, 한의학 기대와 신뢰 크다”
  • 승인 2015.01.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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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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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러시아 의대와 동등지위 첫 인정받은 성윤수 한의협 국제이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유라시아의학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성윤수 국제이사.

러시아에 한의학 진출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국내 한의사의 학위가 러시아내 현지 의사(6년제 의과대학 졸업자 학위, 스페셜리스트)의 학위와 동등한 지위로 인정받게 됐다. 중고교시절을 러시아에서 보냈고 현재도 러시아에서 임상강의 및 진료를 하고 있는 성윤수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34·블라디보스토크 유라시아의학센터)를 통해 그간의 과정과 현재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낡은 의료시스템에 대한 개혁 열망 커
부족한 부분 한의학이 보완해주길 바라
현지인 비화학적, 비약물적 치료 선호


▶한의학을 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 1994년에서 1998년까지 러시아 사할린 한국교육원에 파견되면서 가족이 이주해 살았다. 러시아에 거주할 당시인 1995년 대한한의사협회 의료봉사단(KOMSTA)이 사할린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할 때 통역을 할 기회가 있었고 그때 한의학을 처음 접하게 됐다. 한국인으로서 고맙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던 한의학이었다.
당시 봉사단장으로 오셨던 임일규 선생을 통해 한의학의 위대함과 봉사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 아파트 현관 앞에서 한참동안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영향으로 1998년 귀국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에(러시아에) 어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한의학’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대전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임상강의 및 봉사를 했는데 현지의 반응이 좋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강원도 원주시에서 공보의를 마친 후 평범한 개원의로 지내다가 201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KOTRA가 주최한 한의학의 날 행사때 한의학 개론 강의를 하고 의료봉사 행사를 진행했다.
첫 날 진행된 의료봉사에서 수년 간 지병으로 고생했던 환자들의 통증이 사라지는 효과가 많이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소문이 났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상트페테르부르그까지 비행기를 타고 침을 맞으러 온 사람도 있었다. 이 후 현지 의사들의 요청으로 지금까지 가끔 가서 임상 강의를 하고 있다.
이것은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단 한의학의 치료효과라고 생각한다. 또 러시아 환자와 의사들의 한의학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처방이 특별하지도 않았다. 러시아인들은 기본적으로 비화학적, 비약물적 치료를 선호한다. 그래서 병의원에서 동종요법, 정골요법 등을 많이 시행하고 있고 또한 한의학의 침구치료와 한약 치료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편이다.
러시아 의사들도 한의학 치료에 대해 그 기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자신들이 동양철학적, 문화적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지, 어떤 책을 봐야하는지, 한국 어디에 가면 배울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이러한 열린 마음을 볼 때 제대로 된 동서의학의 통합은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러시아에서 이뤄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의학을 받아들이는 인식은 어떠한가.
지난해부터 한의협의 국제이사로 일하면서 러시아 복지부 관계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이미 한의학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낡은 러시아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려는데 한의학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그 중 재활치료 분야에 있어서 특히 한의학에 기대를 갖고 있다.
실제로 외형적인 면에서 최근 러시아 정부는 엄청난 투자를 통해 모든 국공립 병원을 리모델링하고 최신 의료기기를 도입한 상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서는 아직 예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라 부족한 부분을 한의학이 보완해주길 바라고 있다.
러시아 복지부 중요인물 중 한 명이 자신의 가족 중 한 명이 수십년 동안 편두통으로 시달리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치료를 부탁해 진료한 적이 있다. 러시아에서 진단으로 미그렌(Мигрень·편두통)이라고 나오면 통상 불치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증상들을 참조해 한의학적 관점으로 볼 때 전형적인 脾氣虛(비기허) 증상이어서 脾正格 침구 치료와 보중익기탕을 처방했다. 며칠 후 처음으로 진통제 안 먹고 편하게 지낸다며 좋아했고 그 효과는 꽤 오래 지속됐다. 환자는 진통제 때문에 소화기가 다 망가졌는데 진통제만 안 먹고 지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침을 맞겠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사와 동등 지위를 받게 됐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나.
러시아 의과대에 정식교수로서 강의를 하려면 러시아 교육법상 의학을 전공한 자여야 가능하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해당분야 전공자만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고, 의료분야에서는 더욱 철저하다.
따라서 향후 한의사의 러시아 진출에 있어서 진료든 강의든 학위 인증은 필수적인 요소다. 러시아측에 국내 한의대 교육과정을 있는 그대로 공개했고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등을 기본으로 해 현대의학에 대한 교과과정과 수업시수 등이 러시아 의과대학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동등하다고 판단됐기에 이번에 인증을 받게 됐다. 진료에 필요한 면허는 러시아 의료법 등 추가적으로 몇 가지 과목을 이수해 부여하는 것으로 마지막 조율 단계다. 물론 이러한 과정도 담당자들이 한의학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수용하려는 관점을 가진 상태라 가능했던 결과다.
최근 중국의 중의대에서도 이 인증을 받으려고 시도했으나 반려됐다고 모스크바에서 관계자가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의 한의과대학이 비교적 표준화된 교육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결과를 알려줬다.

▶세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러시아에 파견됐을 때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치료 관련 질문들을 받았다. 주로 본인 또는 가족 중 누가 아픈데 한국의 어느 병원에 가면 잘 치료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최대한 전문 병원 정보를 알아내 안내했고 그 중엔 개인적 친분이 없는 양방병원도 있었고 한방병원, 동서의학 협진병원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진료를 받은 후에 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간혹 치료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후유증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대개 여행사를 통해 의료관광을 하게 되면 후속조치가 충분하지 못 한 경우들을 봤다. 앞으로 1차 진료에 가장 적합한 직능인 한의사가 러시아에 진출해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필요할 경우 한국으로 트랜스퍼 해주면 어떨까, 또 진료 후 귀국했을 때 현지에서 피드백 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이상적일 것이란 생각한다. 이렇게 했을 때 지금 성장 단계에 있는 의료관광산업에 더 큰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진료에 있어 100% 환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후속조치 없는 시스템을 그대로 놔둘 경우엔 공들여 만들어놓은 의료관광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의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회담을 하고, 림청일 나홋카 주재 북한 총영사가 러시아 연해주의회 빅토르 고르차코프 의장에게 농업·건설 분야에 이어 정보통신(IT) 및 전통의학 분야에서도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형식의 협력이 오가든 북-러 협력 사업의 무대는 러시아 극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한의사협회와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국립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하고, 앞으로 북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운영에 참여하게 될 유라시아의학센터는 향후 남북이 정치적 상황에 관계없이 인도적, 학술적, 산업적 상호접근이 가능한 협력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러시아의 기초과학과 천연 한약제제를 활용해 한의학이 새로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많은 한의사들이 러시아와 유라시아 전체에서 활동하게 되길 꿈꿔본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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