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56] 바이블코드로 풀어내는 醫經解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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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56] 바이블코드로 풀어내는 醫經解釋
  • 승인 2014.11.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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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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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問吐解」①
오늘 소개할 고전의학서는 상당히 특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잔본의 서영에는 표지가 落張되어 있고, 본문의 첫머리에는 그저 ‘素問’이라고만 표기 되어 있다. 목록에는 ‘黃帝內經素問八十一篇目錄’이라는 다소 긴 서제가 달려있지만 이마저도 본문에 담겨진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엔 역부족이다. 다만 이 책처럼 원문을 모두 수록하지 않고 대문에서 口訣이 붙는 부분만을 따서 적고 글자 아래 기호화된 구결토를 붙여 놓은 사례가 있다.
◇「소문토해」

조선시대 서당에서 역사교과서로 익히던 「通鑑節要」에 구결만을 채록해 놓은 「通鑑要解」가 바로 그런 대표적 사례이다. 의학 분야에서 이런 부류의 문헌으로는 진즉 소개한 바 있는「素問句讀俗解」를 들 수 있다.(71회, 소문대요의 자매편, 石谷 內經學, 민족의학신문 2001.5.28일자) 이것은 석곡 이규준(1855∼1923)이 자신이 지은 「黃帝內經素問大要」의 독법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펴낸 「소문대요」의 해석집이라 할 수 있다.

본서 안에서는 더 이상 적당한 서명을 구할 길이 없어 제대로 된 서명이 밝혀지기 전까지 필자가 임시로 ‘素問吐解’라는 서명을 붙여주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남아 있는 영인본은 해서체로 정서한 필사본으로 「황제내경소문」제1편 上古天眞論에서부터 四氣調神大論, 生氣通天論, 金匱眞言論, 陰陽應象大論, … 懲四失論, 陰陽類論, 方盛衰論, 마지막 편인 解精微論까지 81편 全文에 대한 구결토가 1구절도 빠짐없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부터 이미 「黃帝內經素問」이 전해져 의과 교과서로 쓰였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고려 때는 오히려 송나라에서 사신을 보내어 오래 전에 잃어버린 「靈樞」를 찾았고 이를 찾지 못하자 대신 고려 왕궁에 비장되었던 古鍼經(「黃帝鍼經」)을 구해다가 북송 校正醫書局에서 81편으로 개편하여 「황제내경영추」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이것이 훗날 우리가 보는 「영추」가 전해진 내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년 세월이 흐르도록 최고 경전으로 떠받들어지는 「황제내경」에 대한 東醫의 해석을 담은 주석서가 이 땅에 전해지지 않음은 매우 유감이다.

물론 조선초기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황제내경」이 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다소간 조선의학 訓釋이나 字句解가 가해졌던 것으로 보이지만 본격적인 의경해석서는 20세기가 다 되어서야 등장했다. 석곡이 지은「소문대요」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1906년에 처음 간행할 때, 해석상의 오해를 막고자 아예 「소문대요」의 원문을 해석하는 독법을 정하기 위해 구결만을 기록한 책을 함께 발행했는데, 앞서 언급한 「소문구두속해」란 책이다.

오늘 새로 소개하는 이 자료는 석곡의 구두해가 나오기 이전에 전통적인 의과교육에서 활용하던 조선시대 「황제내경소문」에 대한 구두법을 기록한 것이다. 매우 공들여 적은 정사본이지만 아쉽게도 언제 누가 어떤 연유로 남겼는지는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아 더 이상 알아보기가 어렵다. 아마도 醫科考講을 준비하던 의생들의 필수 참고서가 되었을 것이라는 추정만이 가능할 뿐이다.

비록 복제본에 불과하지만 지나간 여름 김병운 교수께서 필자에게 건넨 연구자료로 아마도 오래 전 대학에 재직 중이던 시절에 구한 것으로만 기억하실 뿐이었다. 「황제내경」을 강독하는 학생이나 원전전공자, 나아가 구결 연구자에게 모두 흥미를 끌만한 문헌자료임에 분명하다. 구두에 따른 해석 차이에 대해서는 좀 더 지면이 필요하기에 다음 호에 상세하게 설명해 보기로 한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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