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592]-「鍼灸治療의 實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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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592]-「鍼灸治療의 實地」
  • 승인 2013.07.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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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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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다
           ◇「침구치료의 실지」

1950년대에 저술된 침구서로 간기가 붙어 있지 않아 상세한 발행 배경을 알 수 없다. 다만 저자 서문 말미에 ‘乙未 亥月 雲溪 씀’이라고만 밝혀져 있어 이 책이 1955년경에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머리말에서 저자는 “과거 10여년의 치료경험을 기초로 各病 치료의 요점을 自我見地的入場에서 기록하고저 한다. 實地치료에 치중하고 병인 병리는 省略하였음.”이라고 말하여 대략 일제강점 말기로부터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겪은 자신의 침구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모두에 이와 같은 말이 적혀 있다. “생체란 어떠한 것일까? 참으로 이상하고 不可思議한 존재가 生命營爲의 힘일 것이다. 생명체란 생리적 자극에 의하여 구성되고 모든 생리적 자극을 感應하고 順應 처리하는 능력을 갖은 것이 생명체일 것이리라. 그 생명유지의 근원이 되는 자극의 양은 과하여도 부족하여도 常態에 파동을 惹起시키는 것이다. 이 생체의 평상생태의 변동을 병이라고 일컫는 것이다”라고 하여 생체파동으로 생명현상을 해석하였다.

또한 침구학에 대해서 “물리적 자극조절법을 주로하고 화학적 자극조절법을 附隨 또는 가미하는 조절치료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정의해 침구법이 인체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여 생체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회복시킨다고 전제하였다.

본문은 크게 幼兒病과 大人病篇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특이하게도 소아병을 먼저 배치한 것은 성인병치료 못지않게 소아에게 침구치료가 보다 더 적합한 치료방법이라는 저자의 의중을 암시하고 있다. 유아병에서는 5∼6세 이하 소아병을 일괄하여 다룬다고 밝혔는데, 진찰법으로부터 시작하여 경계증, 급경풍, 만경풍, 폐렴, 토사, 腫, … 편도체염, 감질, 구루병(척추카리에스)까지 대표적인 소아과 질환과 치료법이 열거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다양한 치험례이다. 각 병증항목에도 治例가 들어 있지만 體驗記(治例)라고 별도로 정리된 항목에는 慢驚의 실패 치례로부터 소아마비, 식상, 滯吐, 경풍, 방광염을 치료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대개 소아질환 치료에 있어 발열의 처리에 주력한 것으로 보이며, 소아경풍 치료에 있어 실패담을 성공 사례보다 앞서 수록해 놓아 저자의 임증에 대한 진솔한 자세와 함께 당시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대인병편에서는 폐병(肺結核), 늑막염이 먼저 수록되어 있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당시 영양결핍에 빠진 대다수 국민들에게 유행하던 질환군이 무엇이었는지를 한눈에 깨달을 수 있다. 이어 소화기계병, 신경계질환이 등장하는데, 급만성위염, 위하수, 위산과다, 신경성 소화불량, 위경련, 맹장염, 담석증 등이 수록되어 있고 역시 여러 항목에 걸쳐 치례가 수록되어 있다.

또 대인병편 후미에는 성병과 부인병, 졸도, 중풍 등 주요 질환에 대한 치료법이 수재되어 있다. 특히 천식 항목에는 천돌침법과 肺兪膏肓灸法이 기재되어 있다. 심계항진과 협심증 항목에는 방광경 제1행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피력되어 있어 참고해 볼 만하다. 나아가 治者로서 주의할 점과 誤針의 부작용과 그의 처리법을 붙여놓은 것은 오랜 시술경험에서 터득한 요령이라 하겠다. 권미에는 두부경락도가 첨부되어 있고 본문에선 필요한 대목마다 도해를 삽입해 놓아 이해하기 쉽도록 배려해 놓았다. 격동기를 거치면서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등사판으로 제작된 한권의 침구경험서에서 절절했던 당시의 아픔이 전해진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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