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가천대 교수 ‘2013요하네스버그 ISO(국제표준화기구) TC249 참가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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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가천대 교수 ‘2013요하네스버그 ISO(국제표준화기구) TC249 참가기’③
  • 승인 2013.07.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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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이태희

mjmedi@http://


한의학에 대한 우리의 태도 정하기(3)
         이 태 희
     가천대 한의대
       방제학 교수
이 글은 5월 20일부터 23일까지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ISO TC249 제4차총회에 참석해 보고 들은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다. ISO란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tandardization의 약자로 국제표준화 기구이다. 이 기구에는 대략 300개 정도의 Technical Committee가 있다고 한다. 그중 249번째인 TC249가 바로 중국의 발의에 의해 시작된 한의학 관련 기구이다.
<필자 주>


중국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독일과 일본은 자본과 기술력으로 지원받고 있다. 우리는 열정뿐이다. 마치 구한말에 독립운동하는 참담한 마음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원광대 김윤경 교수가 제안한 개인 의원에 대한 기준안이 별도의 Working Group으로 받아들여져서 임시로 한국 주도 하의 새로운 영역이 생겼다. 개별 한의원에 대한 국제기준안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다는 것과 TCM에서 C는 빠지지 않았지만 인도가 참석했고 일본이 반대 입장이라서 완전한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TCM이라는 타이틀(Title)을 ‘잠정적’이라는 개념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내가 읽은 ‘조일전쟁’(소위 말하는 임진왜란-이 전쟁은 당시 동양 3국의 국제전쟁이었다)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시 조선 수군이 가진 함포와 함선은 세계 최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대책 없이 조선말기까지 안주하다가 불과 70여t 밖에 안 되는 일본의 운양호에 의해 한국은 강제 개방되고 식민지화라는 비극을 맞게 된다. 우리는 현실에 안주한 부분이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변화가 있어야 한다.
관념적 한의학에서 벗어나 실증적인 한의학으로 가기를 권하고 싶다. 다만 Evidence라는 말을 무조건 주장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서양의학적 기준에 의한 것이다. 우리의 고유방법론과 체계에 의한 증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한의과학을 구체적으로 정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중국과 유럽 사이에서 고뇌해야 하는 한국 한의학의 방향을 나는 한의과학이라는 개념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분명히 주자학의 영향을 받은 관념적인 부분이 있다. 더구나 동의보감은 명대까지의 한의학이다. 그렇다면 청대의 한의학에서 수입되어야 할 부분이 빠졌고 거기에 현대적 부분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현대를 쫓아가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한의학적 가치를 입증한 방법론과 데이터에 의한 증거를 수집하고 이의 표준화를 하자는 것은 너무 거창한 것인가? 중국이 내세운 시스템(System)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시스템을 강조하다 보면 누수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적 한의학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때가 됐다. 중국, 일본 그리고 서구를 극복해야 한다.
23일 목요일 오전에는 모든 그룹에서 논의해서 결정한 내용을 다시 검토해서 최종안을 확정했다. 1시까지 진행해 결론을 내렸고 여기에서 TCM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납득될 때까지 노력하기로 했고(다들 빈정렸지만), 개인한의원을 위한 표준화 과정은 한국 주도하에 진행하기로 한 것 그리고 전침기, 맥진기, 홍삼에 대한 안은 한국안으로 계속 진행되게 돼 나름대로 성과를 찾을 수 있었다. 오후에 휴식한 다음 (휴식동안에 토속 상품 조금 구입하여 선물을 마련했다) 저녁에 만찬에 참석해 10시 쯤 숙소로 돌아옴으로써 모든 일정을 마쳤다.
24일 금요일 아침에 한 시간 쯤 식물원 구경한 게 유일한 관광이었다. 오전 11시에 더반공항으로 출발하여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홍콩에 25일 오후 1시경에 도착했다. 4시에 비행기에 탑승하니까 한국말이 들리고 안내방송으로 한국말이 나왔다. 대부분 탑승객이 한국 사람들이었다. 반가왔다. 홍콩 공항이 너무 복잡해 1시간 30분 정도 늦게 출발하여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집에 오니 저녁 9시였다. 출발할 때와 같이 29시간 소요됐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일주일이었다. 특히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너무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향후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가슴 답답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동안 타 분야의 사람들과 한의학계가 처한 억울함도 호소하였고 시대상황의 아픔(특히 한민족이 받은 왜곡된 역사적 고통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이 한의학이 아닌가 생각한다)도 해방 후에 한의학이 받은 푸대접(이것도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도 호소하였지만 거듭되는 반응이 하나 있었다. 한의학계가 나태하였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다. 사람을 키우는 데도 문제가 있었고 나름대로 미래를 대비하면서 식견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것도 인정해야 한다. 여전히 옛날 자료와 사고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의 본질을 놓칠 수는 없다. 그것이 필자가 고집하는 한의과학이다. 통합적 사유와 복잡계 시스템이 그 가능성이라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주자학에 의해 영향을 받은 관념적 한의학이 많이 있다.
특히 명대 본초에서 그 증거가 뚜렷한 것이 繆希雍이 저술한 本草經疏에서 氣味를 效能에 맞추어서 마구 변경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가장 뚜렷한 예가 되리라고 본다. 그래서 실증적인 청대 한의학으로 보강한 다음 현대의학과의 접목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타 분야의 학자는 한 문장을 해석하는데 1)먼저 원래의 의미 2)전통적 해석 3)현대적 상황에서의 재해석이라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접근 방법은 어떤가. 요즈음 우리에게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서로를 존중한다면 ‘역할 분담’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다들 한의학에 대한 애정이 있고 열정이 있다. 각자의 역할이 모여져서 최종결과를 내는 역할분담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여기에는 대동단결이 필요하다. 산발적인 답을 내고 씨름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정한 다음 역할분담으로 해결하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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