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한의계에 반면교사 된 ‘서남대 의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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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한의계에 반면교사 된 ‘서남대 의대 사태’
  • 승인 2013.05.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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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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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서남대 의대가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린다. 교육부는 이미 정상적인 임상실습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서남대 의대를 폐지하려고 방침을 정했다. 서남대는 교육부 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학점취득 요건이 부족한 상태에서 학점을 받고 졸업한 134명의 학위를 취소하라는 교육부 처분에 대해서는 이미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져 있고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결과와 상관없이 대한의사협회가 그간 주장했던 의대 정원 축소와는 상관이 없을 듯하다. 정원은 그대로 근처 다른 의대의 증원 확대나 의대 신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원 축소와 상관 없이 이번 사안이 시사하는 점은 면허권을 부여하는 의대교육이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와 정부의 의지이다. 의사국시 이외에도 기본적인 임상실습과 교육이 체계적인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의계에도 중요하다. 물론 서남대 전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서남대 의대 사태는 더욱 더 부각된 면이 있다. 그렇지만 한의대 교육 역시 기본적으로 한의사라는 의료인 배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더욱 더 엄격히 관리될 필요가 있다.

한의사 교육 역시 의사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기초과목, 임상교육, 임상실습 모두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대학의 현실을 보면 과목마다 교수가 충원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강사를 임시로 채용하는 경우 매년 강의내용이 다른 경우도 있다. 임상실습은 더욱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 한방병원이 제 기능을 못하면 제대로 된 임상교육과 실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재 양방의 형태처럼 대부분 병원 수련의를 거쳐 전문의가 되는 과정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임상실습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한의사가 되었을 때 반복되는 개인적 시행착오는 개선되어야 한다.

수십년 째 한의사 임상실습의 문제는 제기되어 왔지만 해결이 전혀 안 되고 있다. 한의사 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때만 해도 교육이 더 좋아질 거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도 현 상태가 그냥 개선될 가능성은 없을 것같다.

일단 대부분 한의대가 사학 재단의 소속이라는 걸 감안할 때 법적인 강제력 없이 개선은 어렵다. 먼저 범한의계가 한의대 교육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인 기초과목과 임상과목 교수 최소 숫자와 병원의 규모, 그리고 임상실습이 가능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과 관련한 한의대 관리법안을 만들고 그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는 재정적 패널티 등 제재수단을 강구하고, 몇 번의 경고가 누적되면 서남대 의대 경우처럼 통폐합되는 수순을 밟아야한다. 한의대 유지를 원하는 대학은 그에 합당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폐지되어야 한다. 그래야 한의대 전체 교육의 질도 높아지고 임상실습과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한방병원의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던 2000년대 초반에 이런 개혁이 추진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한의과대학의 경쟁력을 쌓지 않으면 한의계의 미래는 더욱 더 어둡다. 이번 선거에서도 한의대 정원 축소 논의가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정원 축소보다는 교육 정상화가 더 정공법이고 한의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더 합리적 방안을 도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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