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와 현대 사회에 맞는 한의사상 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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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와 현대 사회에 맞는 한의사상 추구해야
  • 승인 2012.11.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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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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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차 한미래포럼, ‘한의사의 미래상’ 토론

요즈음 한의사들을 잠 못 이루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9일 서울역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한의학미래포럼(대표 백은경) 제39차 토론회<사진>에 모인 참석자들은 “최근 불거진 한의계의 혼란은 한의사 그룹 및 세대 별로 각자가 생각하는 한의사의 미래상이 다르거나 없어서 발생하는 것 같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토론에 앞서 백은경 대표는 “최근 한의계의 여러 일들을 보면 한의계가 정체될지 미래를 향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지 혼란스럽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는 주제발표자 및 패널들은 물론 참석자 모두의 의견을 나누어 한의계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첫 순서이니만큼 난상토론으로 진행코자 한다”고 운을 띄웠다.

원광대 한의대 강연석 교수는 ‘한의사의 직능과 사회적 역할, 그 미래상을 말하다’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현안을 보더라도 ‘한약의 미래는 첩약이 아니라 제제’라는 미래상이 공유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약제제의 보험확대와 천연물신약에 대한 대정부 투쟁이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후순위이던 첩약의 바우처 문제가 대두됐는데, 한약의 미래에 대한 큰 틀 속에서 차분히 대처했어야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현대 학문은 보편성과 함께 특수성을 갖추어야 한다. 과거 우리의 학문하는 자세는 보편성만을 강조해 외부의 것을 따라하거나 특수성만 강조하여 과거의 것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러한 점에서 한의사의 미래상을 ‘글로벌시대에 맞는, 현대사회에 맞는 한의사’로 잡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의 문제를 풀어갈 자생적인 우리 언어와 이론을 갖지 못한 사회는 식민지적인 사회(조혜정 교수의 ‘글 읽기와 삶 읽기’中)”라며, “과거 우리 선배들이 해온 것처럼 한의계 바깥에서 뭔가를 배워오거나 외부의 프레임대로 따라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식민지적 접근법 보다는, 어설프고 촌스러워도 한의계 내부에서 실천하고 노력하는 목소리를 반영하다 보면 해법이 하나씩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최근 100년의 한의약사를 되돌아보면, 끊임없이 국가의료제도권에 진입한 역사였다. 현재 우리의 모습이 다소 지지부진하여 여러 갈등이 조장되고 심지어 한의사제도를 없애자는 자해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큰 시야에서 되돌아 본다면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 한의사들로 해외의 많은 학자들도 한국의 한의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의사윤리지침에는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위해 의료관련 법령 및 제도, 정책 등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같이 한의사도 미래의 한의사상을 현대사회에서 구현해내기 위해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는 것까지도 미래상의 모습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며, 미래의 한의사상을 ‘한의사윤리지침’을 통해 구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관련기사 : 한의학미래포럼 제22차 토론회 ‘한의사에게 의료윤리란 무엇인가’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17995, 시평 ‘한의사의료윤리 규정 및 지침 시급하게 재정돼야’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23, 시평 ‘한의사의 부러진 화살, 윤리지침’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2527>

참석자 토론에서 부산대 한의전 임병묵 교수는 “지금의 한의계 혼란은 서로가 생각하는 미래가 다르거나 없어서 발생하는 것 같다”고 동의하며, “10~20년 후 한의사가 생존하려면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며, 더 이상 신비한 의학으로의 한의학은 미래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광대 한약학과 김윤경 교수는 “한의계는 그동안 한의계 내부의 필요한 일이나 미래의 청사진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기 보다는 외부의 공격에 방어하기 바쁜 모습을 보여왔다”며, “특히 최근 불거진 첩약보험급여와 같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의 소아과학회에서는 논문을 통해 출산율 저하 등으로 십년 후의 진료환경변화에 따른 소아과의사의 미래상을 토론하고 제시한 바 있다.”며, “한의계에는 그동안 그런 게 없었으므로 여러 그룹의 목소리를 모아 공동의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태형 한의사는 “한의대생 시절이나 이제 막 사회를 나선 한의사들이나 한의학 및 한의사에 대한 상이 모두 다르다”며, “하지만 전통적인 것으로부터는 어떤 것을 취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한 후 한의사에 대한 미래상을 정해나간다면 한의계의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제시했다.

경희대 한의대 침구경락센터 인창식 교수는 “한의계 스스로 현대과학의 성과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과거로부터 이어받은 것만 한의학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한의학도 치료의학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학미래포럼 장욱승 간사는 “세대적인 차이도 무시할 수 없고,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해결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사회적 역할, 특히 공공분야에서 한의사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윤경 교수는 “한의사의 미래상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한의협이나 한의학회 등에서 앞장서 ‘이것이 우리의 갈 길이다’라는 방향을 제시하는데 발 벗고 나서줬으면 한다. 그것이 안된다면, 다음 한의학미래포럼에서 이번 주제를 좀 더 깊이 토론하고 연구해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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