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건축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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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건축학개론
  • 승인 2012.09.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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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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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사랑할 수 있을까?

감독 : 이용주
출연 :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아침과 저녁마다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 덕에 긴 소매 옷을 챙겨 입으며 끝날 줄 몰랐던 지난 여름의 더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후 어느 덧 가을을 맞이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가을이 오면 왠지 모를 외로움을 토로하는 싱글족들이 많이 있다. 아마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 때문에 옆구리의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그 외로움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그 헛헛한 마음을 영화 한 편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가을과 함께 외로움을 느끼는 계절인 봄에 개봉하여 큰 인기를 얻었던 ‘건축학개론’이 가을에 다시 안방극장으로 찾아왔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잘 안 잡히는 영화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첫사랑에 관한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이 가을 관객들의 마음을 술렁이게 할 만하다.

건축학과 승민(이제훈)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수지)에게 반한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 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인해 서연과 멀어지게 된다. 15년 후, 서른 다섯의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앞에 불쑥 나타난 서연(한가인)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한다.

‘건축학개론’은 두 남녀가 처음 만났던 풋풋한 대학교 1학년 때의 과거와 현실에 찌들려 있는 15년 후 현재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최근 대중문화의 트렌드 중에 하나인 복고적인 요소, 예를 들어 CD 플레이어와 삐삐 등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듯한 1990년대 중후반의 소품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과거의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오랜만에 듣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라는 노래는 그 시대를 지나온 사람들의 마음을 아련하게 해주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올해 초 ‘해를 품은 달’로 큰 인기를 얻었던 한가인이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8년 만에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던 ‘건축학개론’은 한가인과 엄태웅의 현실적인 연기와 그들의 순수했던 시절을 정말 순수하게 표현한 이제훈과 수지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영화임에도 혼란스럽지 않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한가인의 과거 모습을 연기한 수지가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게 되었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면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또한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납뜩이’ 캐릭터와 ‘어떡하지?’라는 유행어의 원조인 조정석의 연기가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건축학과 출신 이용주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건축학개론’은 왠지 모르게 외로운 가을, 순수했던 그 시절의 첫사랑을 생각하면서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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