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12) - 학술 발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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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12) - 학술 발표 ①
  • 승인 2012.04.0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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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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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발표 자료 작성법

들어가며
지난번 본 칼럼의 8회차 기고문에서 국제학술대회 참가시 가능하면 단순 참가보다는 발표할 기회를 갖도록 독려하였다. 이번호에서는 그렇다면 학술발표를 위한 준비단계로서 효과적인 발표 자료 작성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필자는 교수라는 직업적 특성상 정기적으로 강단에 서게 되고, 국내외에서 학술발표를 할 일이 많다. 누구나 남들 앞에 나서서 지식이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 항상 부담스러운 일이고,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막상 강단에 서서 청중과 교감이 되는 강의를 잘 마치고 나면 보람도 크다.

한편,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강연에도 재능이 많은 사람이 있고, 상대적으로 적성에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노하우를 알고, 응용하면 누구나 세계적 명강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무난하게 전달할 정도는 되리라 생각하며, 그동안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갖고 있는 필자 나름의 개인적 노하우를 풀어보고자 한다.

발표자료의 역할
전 세계적으로 파워포인트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발표가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워포인트의 장점은 텍스트와 말 위주의 단순 발표에서 그림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보다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한편,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발표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슬라이드가 아닌 발표자 자신이어야 한다. 21세기 문화의 아이콘이자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이라는 스티브 잡스가 슬라이드의 내용은 최소한으로 구성하고 청중 모두가 본인의 이야기에 최대한 집중하도록 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즉, 효과적인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은 언제나 발표자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발표 자료의 준비
요즘에는 발표장 어디에나 PC와 빔프로젝트가 구비되어 있어서 발표자는 이메일을 통해 미리 주최측에 보내거나, USB 등에 자신의 발표 파일만 갖고 가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같은 소프트웨어(예,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더라도 상위버전에서 작업한 파일이 하위버전에서 파일이 열리지 않거나 열리더라도 세부기능이 달라서 자신의 PC에서처럼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는 가장 최신 버전보다는 적어도 한 단계 이전의 버전을 사용하고, 이미 최신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면 새로 저장하기에서 아래 버전 형식으로 한번 더 파일을 저장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개성 있는 슬라이드를 만들기 위해 독특한 폰트를 개별적으로 설치하여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폰트가 지원되지 않는 PC에서는 정성들여 만든 도표, 문자의 배열이 엉망이 되는 수가 있으므로 이는 반드시 피해야 할 일이다. 보통 글자체는 명조체 계열보다는 고딕체 계열이 무난하고, 영문인 경우는 Times New Roman 보다는 Arial을 많이 사용한다.

다음으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동영상인데, 이는 반드시 보편적인 포맷으로 편집하고, 자신의 발표 전에 반드시 현장에서 시연해 보아야 한다. 코덱 문제로 인해 제대로 화면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고, 화면이 나오더라도 소리가 나지 않는 경우는 대단히 흔히 발생하므로, 이에 대해서도 대비해 두어야 한다. 필요시 현장에서 수정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하루 전 또는 적어도 2∼3시간 전에는 현장의 PC에서 자신의 자료가 완벽하게 열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몇 달을 고생해서 자료를 만들고, 10여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는데,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작품(발표 자료)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황당한 일은 꼭 예방하자. 또한, 이메일 전달이 되지 않았거나, USB가 열리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이메일&USB)의 장소에 자신의 파일을 보관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 아래에 한 가지씩 슬라이드 제작의 실제적 팁을 전달한다.

슬라이드 배경
학술발표는 효과적인 지식 전달이 최우선이므로 뒷 배경의 그림이 너무 요란하지 않고 단순한 것을 권장하고, 자신의 발표 자료들을 제작할 때 가급적 슬라이드의 형식을 통일하여 일관되게 작업하는 것이 나중에 여러 슬라이드를 갖고 재구성하여 비슷한 주제의 새로운 발표 자료를 만들 때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 있다.

제목 슬라이드
제목 슬라이드의 오른쪽 위에는 날짜와 학회명, 발표장소 등을 작게 기입해 놓으면 나중에 정리할 때 편한 경우가 많고, 청중들에게도 그 발표를 위해 새로 작성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좋다. 주제와 관련된 간단한 그림을 제목과 함께 보여주어도 좋고, 요즘에는 소속 기관별로 로고가 들어있는 자체 템플릿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잘 활용해도 좋다. 소속과 직위, 이름 정도는 제목 슬라이드 넣어서 발표 제목과 함께 간단히 자신을 소개한다.

서먹함 깨뜨리기(Ice Breaking)
제목 슬라이드 후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발표자와 청중 간의 서먹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깰 수 있는 흥미로운 그림이나 사진을 활용하면 청중들의 초반 집중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된다. 필자가 애용하는 방법은 청중과 나를 연결지을 수 있는 공통된 무엇인가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방문 온 청중들이라면 내가 그 나라를 방문했던 사진을 활용하고, 공통적으로 같이 연결되는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과 같이 했던 내용을 소개하는 식이다. 이런 방법으로 낯선 청중들이더라도 뭔가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 초반에 마음을 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차
앞으로 전개할 대략적인 흐름을 소개하며, 청중들에게 전체 발표내용의 키워드를 제시하여 주제에 대한 큰 밑그림을 미리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본문
파워포인트라는 소프트웨어 이름처럼 ‘포인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발표 내용이 원래는 논문 등의 서술형 문장들이었더라도 파워포인트로 편집할 때는 요점 위주로 간단명료하게 짧은 단답형 나열이 좋다. 부득이 문장형태의 내용이 필요한 경우에도 한 문장이 너무 길지 않도록 하고 색깔이나 굵은 글씨 등으로 핵심 단어를 부각시켜 슬라이드 한 장당 최대 3∼4가지 정도의 중요 단어들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다.

텍스트에는 3가지 이상의 색깔을 동시에 사용하면 오히려 난잡해 보이므로 주의한다. 또한, 애니메이션 기능은 최소화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한 글자씩 글자가 날아다닌다거나, 복잡한 화면 전환은 시선을 헷갈리게 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 애니메이션 기능 중에는 주로 나타내기 기능 정도를 이용하여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미리 다 보여주지 않고 하나씩 설명하며 단계적으로 나타나게 하는 정도만 사용하도록 한다.

그림과 도표
사람은 누구나 문장형식의 글보다는 그림이나 도표 등으로 표현할 때 이해가 더 빠르며, 이 점이 바로 PC를 이용한 발표의 장점이다. 자신이 창작하는 그림과 도표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 논문의 일부를 소개할 때에도 그림이나 도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경우 남의 논문을 인용할 때는 참고문헌 표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본의 아니게 문제됨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팁을 전한다면, 대부분의 논문은 PDF파일 형식인데, PDF의 특징은 화면을 확대해도 글자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PDF에서 복사한 후 다른 소프트웨어(파워포인트 등)에서 확대하면 해상도가 떨어진다. 즉, 복사한 내용이 뿌옇게 번지게 되는데, 도표 등은 대체로 숫자가 많아 복잡한데 더욱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원문에서는 작은 부분이더라도 최대한 전체 화면 정도로 확대한 후 복사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붙여넣기를 하면 좋은 해상도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보완해주는 기능이 있는 버전도 있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앞의 방법을 알아두어 필요한 경우 응용하면 좋겠다.

2004년 호주 골드코스트의 WFAS 학회에서의 필자의 마무리 슬라이드 (개최국 호주의 특징을 나타내고자 캥거루 사진을 이용하였다.

마무리 슬라이드
아무리 내용이 좋고 강의를 잘 하여도, 학습효과에 있어서는 맨 처음과 마지막 부분의 내용을 가장 잘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마지막 부분에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여 주는 것이 좋다. 영어로는 ‘Take Home Pearls’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간단명료하게 3∼4개 핵심 개념중심으로 청중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정리해 둔다. 

 

 

2010년 미국 알바커키의 AAAOM학회에서의 필자의 마무리 슬라이드(발표장 로비의 그림을 이용하였다.)

감사 슬라이드
마지막 슬라이드는 강의를 잘 들어주어서 고맙다는 감사의 뜻을 전하며 마무리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단, 이 때의 슬라이드 또한 단순한 “Thank You!” 또는 “감사합니다”라는 좀 형식적이고 무미건조한 것 보다는 짧더라도 같이 편안하게 웃으며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활용한다면 보다 깔끔한 끝맺음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다소 재치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2010년 미국 뉴멕시코주의 알바커키에서 열렸던 AAAOM 학술대회 초청 강연 때 필자는 발표전날 저녁때 호텔로비에 있던 인디언 사진을 찍고 여기에 말풍선을 붙여 그를 통해 “Thank You!”라는 말을 전하여, 청중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적도 있다. 당시 모두가 낯선 그림이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아리송함에 궁금해 하다가 호텔로비에 있던 그림이라는 것을 눈치 챈 순간 모두 함께 웃으며 즐거운 기분으로 강의를 마무리하였다.<계속>

 이상훈 / 경희대 침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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