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은 뒷전, 남용에 한의사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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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은 뒷전, 남용에 한의사들 ‘분통’
  • 승인 2011.07.07 09:2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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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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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판매용 한약제제’ 법률적 검토 시급

얼마 전 서울의 한 한의사는 한의원 근처 약국을 방문하고는 울화통이 터졌다.

이 약국에서는 각종 감기에 효과적이라며 마황, 인동초, 창이자 등 다양한 한약재로 탕전한 약 뿐만 아니라 반하백출천마탕, 배농산급탕 등의 한약제제까지 임의 조제해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한약제제의 종류와 수위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밝힌 그는 “한의사가 한약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원에서 보험제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된 전문의약품이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한약제제를 약사들이 끼워 팔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반약국에서 임의조제된 한약제제가 별다른 법적 제한없이 팔려나가고 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제약회사가 반하사심탕액제를 출시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약국판매용 한약제제에 대한 법률적인 재검토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년한의사회 이은경 정책국장은 “반하사심탕의 주요 약재인 반하는 중독우려 의약품이고, 간, 신장 등의 질환자나 임산부, 아동 등 취약계층의 독성문제는 심각할 수도 있다”며, “한약제제는 같은 처방명을 갖더라도 용량에 따라 유효성, 안전성이 크게 차이날 수 있는데, 이런 한약제제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약국에서 판매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정책국장은 또한 “2007년 광고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면서 교통시설, 인터넷 매체 등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의료광고를 할 수 있고, 일반의약품은 방송에서도 광고할 수 있어 우리나라 중소제약회사 상당수는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 제 2, 3의 우황청심원 같은 히트작을 만들어 내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많은 한의사들이 모든 한약제제가 아무렇게나 조제되어 약국에서 팔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의약품분류기준에 따르면,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생약제제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한의사들의 불만이 해결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은경 정책국장은 “현재 빼앗긴 한약제제 시장은 사실상 다시 찾아오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한약제제 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존 정책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다양한 방안을 주장했다.

그는 “생약제제가 원칙적으로 일반의약품이라는 규정을 삭제하고, 의약분업을 통한 의약품분류(전문/일반 여부 판정) 시스템을 구축해 약사의 한약제제 임의조제를 막아야 한약제제 시장에서 한의사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또 “현재 약사회 내부적으로 한약을 공부해서 판매에 적용하는 학회가 있을 정도로 한약제제 시장을 적극적으로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따라서 한의계는 의약분업 및 한약제제 보험화를 실시해서 한방의료기관용 약을 생산해야만 한다. 그래야 기존 보약 등 첩약시장은 고급 시장으로 남고, 그 밖에 소화기, 감기 등 특화 환자들이 효능이 뛰어난 한약제제를 사용하기 위해 한의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한의협 관계자는 “아직은 한의계가 의약분업을 실시할 수 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한의계 전반적으로 의약분업이 실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의약분업이 이루어져야 바람직할 것”이라며, “한약제제 시장을 확보하고, 보험화를 통한 질 좋은 한약제제를 공급해 시장을 확보한다는 일각의 논리에 협회도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의사의 업무범위 안에서는 한의사의 처방 및 조제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약제제 시장 잠식에서 오는 한의사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와, 한의계 내부적으로 공통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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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우뚱 2011-07-20 02:23:00
최소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한의약이라면 양의약과 뭐가 달라도

한참 달라야 되지 않을까? 뭐랄까 좀 더 성숙한 모습...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훌륭한 한의약을 계승하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구미유럽 바이킹족에게서나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양의약과 뭐가 달라도 달라야 된다.

굳이 그간 국민들의 양 미간을 찌푸리게 했던 양의약계의 종전 방식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갸우뚱 2011-07-20 02:03:33
주위를 둘러보면 양약방이 한 집 걸러 한 집 있는 것처럼 충분한 한약방의 공급이

국민들에게 이뤄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양의학, 양약학의 의약분업이 이뤄진

것과 같은 류의 분업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한약방의 수가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한의사들이 정말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지 않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기회에 한약계와 협력해 한약의 대중화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까?

만불상 2011-07-08 22:07:55
약사회에게 물어나 봐요. "저기 한의사인데, 쪼끔 써도 될깝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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