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우리과학] 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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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옹기
  • 승인 2003.04.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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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그릇 '옹기'.
흙과 자연유약이 미세한 숨구멍 형성.

쇠약한 사람들에게 활기를 되살려주는 약탕관, 물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물독, 김치를 발효시켜주는 김칫독, 된장 고추장 간장을 숙성시켜주는 장독….

옹기는 견고하고 방수성이 뛰어나 주로 저장용기나 주방용기로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런 옹기가 무겁고, 깨지기 쉽고,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로 찬밥신세가 돼버린 지 오래다. 지금은 박물관이나 가야 구경할 수 있는, 그야말로 '보물(?)'이 돼버린 것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은 우리에게 계산되지 않은 갖가지 부작용을 내재한 편리성을 가져다 준 대신 생명력을 위협하고 있다. 가볍고 깨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재 주 생활용구로 쓰이고 있는 플라스틱 철제용기 등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환경호르몬 중금속 등이 검출되고 있다.

자연의 氣를 중시하는 옹기는 '퇴출' 대상이 아니라, 우리시대에 더욱더 필요한 첨단재질의 물건이다. 요즈음에는 전통옹기제조기법을 기본으로 냉장고용 옹기김치저장고, 정수용 옹기주전자 등을 개발해 시대의 흐름도 적절히 수용해 나가고 있다.

옹기는 질그릇과 오지그릇으로 나뉘는데, 진흙으로만 초벌구이한 것을 질그릇이라 하고, 자연 유약인 잿물을 입혀 구운 것을 오지그릇이라 한다.

흔히 옹기를 '숨쉬는 그릇'이라 한다. 김칫독 둘레에 하얗게 소금기가 서려 있는 것은 숨구멍을 통해 밖으로 염분이 새어나오기 때문이다. 옹기가 숨쉬지 못하면 안에 담가둔 김치가 썩어버린다. 썩는 것을 부패라 하고, 삭는 것은 발효라고 한다. 말하자면 옹기는 발효그릇인 것이다.

그 비밀은 옹기를 빚는 흙인 태토와 유약에 숨겨져 있다. 태토는 작은 모래 알갱이가 수없이 섞여 있다. 유약도 부엽토의 일종인 약토와 재로 만들기 때문에 가마 안에서 고열로 구워지는 동안 그릇 표면에 미세한 숨구멍을 형성한다. 이 숨구멍은 내용물을 적당히 발효시키거나 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옹기가 숨을 쉬지 못하면 그 안에 둔 김치나 장 등이 썩어버린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옹기는 생명체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제 몸 속에 습기가 있으면 숨을 내쉬어 그것을 밖으로 뿜어내고, 제 몸 속이 건조해 습기가 부족하면 반대로 숨을 들이마셔 습기를 조절할 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옹기라고 해서 다 같은 옹기는 아니다. 어느 계절에 구웠는가에 따라 질적인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마철에 구운 독을 '쉰 독'이라 하는데, 장마철에는 찰흙으로 빚어 만든 옹기가 잘 마르지 않고, 불을 때는 가마도 잘 마르지 않아 센 불로 땐다해도 습기를 제대로 없앨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쉰 독'에 음식물을 담아두면 음식물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편 경기도 이천에서는 9월 8일부터 19일까지 12일간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기간 동안에는 한국도자기유물대전 옹기전 등을 비롯해 관람객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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