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자1] “‘안 아프게 하는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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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자1] “‘안 아프게 하는 사회'를 만들자
  • 승인 2003.04.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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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보다 즐거운 생활, 바른 먹거리, 운동 여건 마련이 더 중요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도 살고 의료도 살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치료' 위주의 의료 관행에서 벗어나 국민을 '안 아프게' 하는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누구나 아프면 의료기관에 가서 치료받으면 조속한 시일내에 일터에 복귀해서 노동에 종사할 수 있어 바람직하긴 하지만 부작용도 있는 법.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다보니 3시간 대기 3분 진료, 즉효약의 남발,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 건강보험료의 인상, 국고지원금 증가, 의료인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악순환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의료기술의 한계로 치료만 가지고는 각종 질병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인식도 싹트고 있다. 암 등의 난치성 질환과 만성퇴행성 질환은 뾰족한 치료방법이 없어 국민의료비만 증가시키는 사례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예방의학 차원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게 국민 다수의 생각이다. 보건의료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 실정에 비추어 정부가 치료분야만 책임져 주어도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갈수록 내성이 강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어려움에 직면,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뜻있는 의료인들은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이 생각을 바꾸어 '안 아프게 하는 사회적 환경'을 창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료인에 앞서 일반 시민 차원에서 접근해 의료인을 부끄럽게 만든다. 즐겁게 생활하기, 바르게 먹기, 적당하게 운동하기로 생명의 개념을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급격히 증가하여 하나의 대세를 형성하기 직전단계까지 이른 느낌이다.

"죽임의 밥상을 살림의 밥상으로"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먹거리는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요소다. 그런데 우리의 밥상은 온갖 농약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땅에 뿌리는 선택성 제초제, 살초제, 토양 살충제, 토양 살균제, 잎에 뿌리는 살충제, 살균제, 살비제, 착색제, 방부제, 성장촉진제, 항생제, 발아억제제, 낙과방지제, 꼬부라진 오이를 쭉쭉 곧게 자라나게 하는 지력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우리는 많든 적든 농약을 먹어야 하는 운명 속에 살고 있다.

어디 농약뿐인가? 가공식품은 식품이라기보다 화학약품에 가깝다. 거의 대부분의 식품에 표백제, 첨가제, 방부제, 항생제가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는 이런 물질이 들어간 음식을 복합적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화학약품을 먹게 된다. 화학물질은 고스란히 체내에 축적된다.

죽임의 밥상으로부터 살림의 밥상을 만들자는 운동도 고조되고 있다. 유기농업, 제철음식먹기, 야채와 고기류의 적정 비율 섭취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살림이 대표적인 단체다. 공학박사 출신으로 살림론을 펴고 있는 장택희씨는 소금과 염화나트륨을 구분하자고 역설한다. 두 가지는 삶과 죽음처럼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어야 할 소금은 하얀 정제염이 아니라 볶은소금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개인적으로도 '밥을 잘 먹으면 세상의 병이 낫는다'는 철학으로 小食, 節食, 즐거운 식사 습관을 추구하는 사람도 늘어가고 있다. 한끼의 식사조차 죽임의 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따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례들이다.

건강하게 사는 길은 비단 먹거리에만 있지 않다. 운동하는 방법과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일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운동하는 습관은 서구 선진국에 못미치지만 점차 운동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영성과 청정한 본체를 유지하고자 종교적 수련과 명상센터의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이런 일은 정부가…
보건복지부는 '건강한 국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모토로 '새천년 복지 비전 2010'을 발표하면서 "모든 국민의 평생건강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보건소를 평생건강관리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적어도 2002년까지 건강증진사업 모형을 확정하여 전국보건소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안도 그 중의 하나다.

새천년 보건복지 비전 2010은 정부가 건강증진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를 중심으로 사고한 나머지 건강한 생활의 또 다른 축인 즐거운 생활, 바른 먹거리 운동, 움직이는 삶 등에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야 할 몫으로 사회적 노동의 시간을 단축하여 운동과 여가의 시간을 준다거나 사회적 경쟁의 완화,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일, 예방의료를 조장하는 정책 등을 들고 각각에 대해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입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먹거리 분야에서는 제철음식먹기운동 같은 시민단체의 활동을 측면 지원하면 효과가 증폭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운동이 성공하여 모두가 제철에 맞는 음식을 먹게 하면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재배관행과 불필요한 낭비가 일소될 가능성이 높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 국민의 건강증진도 기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계는 무엇을 해야 하나…

보건의료계가 안 아프게 하는 일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널려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의학은 특히 자체적으로 예방의학적 성격을 지닌 특성상 치료보다 양생과 섭생이 강조되면 될수록 입지가 넓어지리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사회시민단체의 활동에 적극 참가, 국민의 식생활을 계도할 수 있는 전문가집단으로서의 한의학, 심리적 안정이 건강에 미치는 정도의 분석 및 설명, 기공 등 운동요법의 확산, 그리고 기왕에 시작된 생명살리기의 이론적 토대를 더욱 풍부하게 하려는 노력 등을 적극적으로 하면 어렵지 않게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회적 논의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논쟁이 일어나는 무대에 한의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활동을 하는 한의사들도 외로움을 토로하고 있을 정도다.

옛부터 한의학계에서는 心醫, 食醫, 藥醫를 양의로 쳤다는 기록이 있다. 약을 써서 환자의 병을 낫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음식을 조절하여 병을 낫게 하는 일이 중요함을 뜻한다.
그러면 심의, 식의, 약의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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