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463 <(長湍李源浩所傳)經驗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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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463 <(長湍李源浩所傳)經驗方>
  • 승인 2010.10.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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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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傳說의 故鄕, 醫藥篇

 

 

고의서 산책(463)- <(長湍李源浩所傳)經驗方>
傳說의 故鄕, 醫藥篇 

 

 

 

 

 

경험방 본문.
다소 긴 이름을 붙인 이 책의 원래 서명은 표지에 단지 ‘경험방’이라고만 되어있다. 경험방이란 제목만으론 특징을 표현할 길 없어 본문 첫장에 새겨진 ‘長湍李源浩所傳’이라 쓴 부제를 서명 앞에 붙여 써 다른 책과 구별하고자 한다. 서발이 없고 곧바로 7장에 달하는 상세한 목차가 달려있는데, 큰 부류로 小兒篇, 婦人篇, 男子篇으로 대별되어 있다. 이런 식의 구분은 舟村 申曼(1620∼?)이 남긴 <舟村新方> 활자본에서 소아편, 부인편, 大人篇으로 나눈 편제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각 편에 담긴 병증 항목과 수록 내용은 전혀 다르다.

목차를 보면 소아편에 重舌‧ 癖積及疳疾‧ 急驚慢驚으로부터 痘瘡‧ 雀目까지 35항목, 부인편에 血溺‧ 難産及後産‧ 産後動風으로부터 乳道不足‧ 乳瘇‧ 婦人塊症까지 28항목, 남자편에 六種滯症咳嗽感氣‧ 暑滯‧ 感滯諸症 등 400여 항목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남자편의 말미에는 산후증이나 소아질환에 대해 추록한 병증 항목이 구분 없이 혼입되어 있다. 이것은 대개 自作 경험방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으로 본문을 차례대로 수록하고 나중에 얻어진 처방이나 앞에서 빠트린 내용을 말미에 첨부하는 경우가 흔히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를 명확히 알 순 없으나 앞서 부제를 보면 長湍지역에 살던 李源浩란 사람이 자신이 경험하고 얻어들은 견문경험방을 채록하여 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체제가 허술하고 기술한 내용에서 부정확한 전문용어의 표현이나 약재를 속명이나 한글 향약명으로 적은 것을 감안할 때 전문가의 저술이라기보다는 민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재를 이용하여 경험한 처방을 모아 놓은 것으로 보아 사대부가에서 애용하던 가전경험방이 아닌가 싶다. 문헌에서 채록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신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전해 받은 유효 처방들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尹景老所傳經效’라든지, ‘朴潤敦傳’ ‘河東謫客金光守傳’ ‘趙主簿鉉玉傳’ ‘成川李景華經效’ ‘李孝一傳’ ‘嚴醫漢涉以此方多驗’ ‘唐人所傳’ ‘嶺南名醫所傳’ 등등 갖가지 傳聞한 출처가 기록되어 있어 흥미롭다. 특히 七寶散製法에는 아주 상세한 제약방법과 함께 상단 여백에 제약시의 주의사항까지 적어 놓았고 말미에는 ‘金堤李潤模所傳’이라고 적어 출처를 명기해 놓았다.

<舟村新方> 편제 닮아… 병증항목 수록내용 판이
사대부가 애용한 경험방… 민간 유효 처방들 수록


더욱이 ‘故兵使蔡以章’이란 항목에서는 경상우도병마사를 지낸 채이장이란 사람이 젊어서 積塊症을 앓아 고생하다가 병을 치료한 희한한 경험록이 적혀 있다. 그는 원래 어려서부터 적괴를 앓아 고질병이었는데, 己巳년(1689)에 홀로 상소를 올렸다가 형벌을 받아 멀리 유배길에 오르게 되자 괴증이 다시 발작하여 몹시 신음하고 있었다.

홀연 스님 한 분이 나타나 문답하다가 그의 병증을 듣고선 곧바로 고쳐주겠다고 하였다. 주머니 속에서 ‘三綠’이란 약을 꺼내어 소주 1잔에 1수저를 타서 먹게 하였다. 이 술에 탄 약 1잔을 먹고 한나절을 혼절해 있다가 깨어나니 뱃속이 찢어질듯 요동을 쳤다. 억지로 참다가 물이 쏟아지듯 방출하고 말았는데 그 안에서 모양이 소의 콩팥처럼 생긴 큰 덩어리가 나왔다. 도끼로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단단했는데, 소주에 담가 따뜻한 방 가운데 놔두었더니 녹아서 물이 되었다. 하룻밤이 지나자 흔적 없이 사라졌는데 스님이 녹아내린 술을 채로 걸러보니 다만 나락껍질 2개가 나왔다. 이것은 밥을 먹다가 잘못하여 삼킨 것으로 장속에서 痰積이 뭉쳐 적괴가 된 것이라고 하였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채이장은 인조대에 실존했던 인물이고 인현왕후의 폐비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화를 입어 귀양길에 올랐다는 것이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실명까지 그대로 언급한 醫藥史話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의약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 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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