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투쟁 벌여 正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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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투쟁 벌여 正名해야”
  • 승인 2010.08.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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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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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회- 위협 받는 침구
“이제 용어투쟁 벌여 正名해야”
대체의학 기준 미국 아닌 WHO 정의 따라야

긴급 좌담회- 위협받는 침구  

참석자: 박왕용 전 한미래포럼 대표 
           이상룡 우석대 학장‧경락경혈학회장 
           이재동 대한침구학회장 
           정경진 경기도한의사회장 
           최문석 한의협 기획 부회장

진행: 강근주 편집국장

“남이 나를 보는 것과 내가 나를 평가하는 건 다르다. 한의학과 한방의료기술이 무척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다”- 이상룡 

한의계 지도층 인사들이 8월7일 민족의학신문 회의실에서 긴급좌담회를 갖고 있다.
한의계가 시끄럽다. 위기의식이 강하다.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관련 위헌제청이 비록 합헌으로 결정됐지만 위헌 의견이 다수를 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완대체의학을 양성화하기 위해 정책 당국은 국민건강서비스법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자행하던 측은 이 틈을 노려 침구사 부활까지 도모하는 형국이다. 한의계로선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한의계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해법도 다채롭다. 진단이 다르니 처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의견 분출은 바람직하다. 다만 격렬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다양한 의견은 걸러지고 수렴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목표를 향한 일사불란 행동은 기대하기 힘들고, 결국 추동력을 잃어 제 풀에 지치기 십상이다.

민족의학신문은 이런 점을 감안해 ‘긴급진단- 위협받는 침구’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에선 헌재 결정 배경과 의미, 파급력, 대응책을 살펴보고 침구가 보완대체의학이 아닌 여러 가지 이유를 고찰했다. 보완대체의학 관련 입법 움직임에 대해 한의계의 장단기 전략 역시 심도 깊게 논의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불법 의료행위를 척결하려면 한방 전문성을 보다 더 강화하고 대국민 대언론을 상대로 친한방 문화운동을 전개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행: 현재 한의학 위상, 좁게는 한의계 현실에 대한 진단을 피력해 달라.

박왕용.
박왕용: 비단 헌재 결정이 아니더라도 한의계는 위기 상황이다. 10년 뒤 한의학 위상과 판도 변화를 염두에 두고 그에 걸맞은 마스터 플랜을 짜야 했는데, 이런 준비가 미흡했으니 격변기를 맞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저런 고난이 내적 충실을 다지는 촉매제로 작용해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수도 있다.

이상룡: 남이 나를 보는 것과 내가 나를 평가하는 건 다르다. 한의학과 한방의료기술이 무척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다. 무면허 의료행위자들은 국민정서를 흔들 만큼 그 영향력이 임계치를 넘어섰다.

“시장 강조와 절차적 민주주의 정착에 따른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 지금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경진


이재동: 한방은 비교적 침과 뜸, 약물요법과 추나나 향기요법 등에 한정돼 있다. 그런데 한약 관련 인식이 악화된데 비해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이용도는 높아져 한의계가 많이 위축돼 있다. 여기에 침과 뜸까지 위협받게 됐으니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정경진: 한의학에 대한 국민의 평가나 욕구는 아직도 대단하다. 다만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을 뿐이다. 진료의 표준화로 서양의학 도전에 적극 응대하고, 시장성과 절차적 민주주의 정착에 따른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 지금의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최문석: 여러 음해세력에 의해 한의계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게다가 국가 보건의료정책은 그동안 한의료를 여러 모로 소외시켜 왔다. 그 바람에 한의사 인력수급 과잉과 한의료 유사업 성행이 병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진행: 의료면허 소지자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료법 27조가 위헌제청에서 합헌 결정이 나왔으나 위헌 의견이 더 많았다. 그 배경을 분석하고 파장을 전망해 달라.

이재동: 의료법은 국가가 국민건강을 위해 법으로 정해 놓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인데, 이것을 무너뜨리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이상룡.
이상룡: 그동안 의료면허와 의료행위는 배타적 독점권이 부여돼 왔지만 이제는 절대적 지위나 독점권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변화를 보여준 것이다. 즉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불법의료가 더욱 준동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불법 의료인들을 고발하고 잡아넣는 방식은 철 지난 유행가다. 이미 국민적 정서가 기울었다. 한의사 기능에 치료만 있는 게 아니라 보건과 양생도 있다. 더욱 정교한 내용으로 국민을 향한 계도에 힘쓸 때다. 한의사도 2만명 시대다. 고등인력 전문가 집단으로 2만명이 넘는 단체가 얼마나 있겠는가.

최문석: 전례에 따라 이번 위헌제청도 당연히 만장일치 합헌 결정이 날 것으로 한의계가 낙관하고 평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없지 않다. 위헌을 결정한 재판관들이 침구 시술행위를 위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로 표현하는 바람에 앞으로 위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의 정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될 것이고, 의료유사행위와 보완대체의료를 의료행위에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의계는 지금처럼 2면허 체계를 지속할 것인지, 의료일원화를 통해 단일면허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재동

박왕용: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속언이 있다. 위헌제청 관련 공개변론이 열렸을 때부터 이미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파악했을 터인데, 협회는 헌재 결정을 앞두고 기민하지도 진중하지도 못했다. 한의계 역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회 변화에 둔감했다. 이번 결정은 일부 의료행위에 대해 배타적 권리 존폐 논쟁을 점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경진: 한의계는 사법적으로 승리했으나 정치적으로 패퇴했다. 다시 한번 우리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 일단 침이나 뜸 요법사의 제정을 요구하는 시도가 있을 거라고 예상되나 그 보다 대체요법치료의 영역이 확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100여 개나 되는 대체요법학과에 대해 한의약적 검증과 해석을 통해 한의약으로 내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리라 본다. 물론 단기적으로 불법의료의 제도화 시도에 대처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행: 위헌 관련 결정문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상룡: 법과 행정은 다르다. 법적 판결로 그쳤어야 하는데, 제도적 개선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려든 모습에서 불법 의료인들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최문석: 인체의 생리‧ 병리현상과 그에 따른 진단에서 치료와 예후 판단까지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 속에서 이뤄지는 침구 시술을 하나의 단순 자극행위로 떼어내 위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로 표현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재동.
이재동: 위해 가능성이 낮아 부작용이 적다는 의견은 침구에 대한 인식 부족의 소치이다. 침구 시술은 경락학설과 장상학설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저 행위만 보고 단순하게 판단해선 안된다. 부작용도 적잖다. 6년간 교육을 받은 전문 한의사도 화상 등 여러 문제를 학회에 자문해 오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정확한 진단 없이 행해지는 치료는 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데, 이보다 더 큰 부작용이 또 어디 있겠나.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 문제 역시 어불성설이다. 고액 치료비는 불법의료에서 횡행하고 있다. 비의료인의 직업 선택권 문제 역시 국민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국가가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이다. 의료 관련 판결은 결코 포퓰리즘으로 흘러선 안된다.

“보건의료정책은 한방을 여러 모로 소외시켰다. 그 바람에 인력 과잉과 한방유사업이 성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문석 


박왕용: 헌재 재판관들은 의료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여러 경로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생각을 가다듬고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 판단이 실체적 진실을 담보하기 위해선 현실 상황을 적확히 알아야 한다. 한의계는 헌재 결정을 놓고 우글우글 대기 전에 먼저 한방 의료현실을 재판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정경진: 헌재 판결을 일단 존중한다. 다만 일부 재판관의 의료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앞서나간 것은 아닌가 싶다. 의료에 대한 탈근대적 해석까지 시도한 대목은 매우 흥미롭다. 의료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이리도 크다는 점에 우리는 천작할 필요가 있다. 다시는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진행: 침구 시술은 고도의 전문성과 학문적 틀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국회의원‧ 법조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 확산시키기 위한 효과적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나.

최문석: 한의사들이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다양한 대화 채널도 가동될 수 있다. 선진국들이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금 쿼터제를 실시하는 이유를 우리도 곰곰이 반추하며 나눔활동 등 시민 참여의식을 기를 필요가 있다.

박왕용: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 대외적으로 공신력 있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열고, 한의사는 물론 비 의료인으로 하여금 신문 칼럼을 작성토록 하거나 방송 출연을 거들어 사회 분위기가 친 한방 쪽으로 흘러가도록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와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한의과대학에서 침구학 교육‧연구작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정경진.
정경진: 한의사에게는 지금 전문성이 부족한 게 아니다. 고도의 학문적 성과를 알려줄 논문이 비교적 많지 않고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좀 더 한의약에 대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국민과 소통에 적극 나서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재동: 이런 일에는 한의학회가 적극 나서면 좋겠다. 같은 얘기라도 회원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회보다 학문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회가 할 때 중량감이 크고 반향과 호소력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협회는 헌재 결정을 앞두고 기민함도 진중함도 없었다. 한의계 역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회 변화에 둔감했다”- 박왕용


진행: 현재 한방진료실이 국회에 2곳, 과천, 세종로 종합청사 각 1곳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친한방 인사를 양성하는 곳이나 다름없다. 보다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제언해 달라.

최문석: 비록 공공기관에 사설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기대 이상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동안 성과를 가지고 명실상부한 공공한의진료실로 더욱 확대 설치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작업이 필요하다.

정경진: 부족하지만 일정 정도 협회가 지원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한의사 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진행: 헌재 결정문에도 나타났듯이 침구가 대체의학의 일종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침구가 한의학 전통 치료술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재동: 미국 대체의학협회는 ‘대학에서 교육하지 않고 병원에서 진료하지 않는 치료행위’를 대체의학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침구학은 경락학설과 장상학설을 바탕으로 이론체계를 갖춘 학문이기 때문에 침구는 대체의학일 수 없다. 설령 외국에서 침구가 대체의학으로 간주되더라도 대한민국에선 한의대가 교육과 임상을 실시하는 정통의학이다.

“대체요법 관련 학과가 100여개나 된다. 한의약적 검증과 해석을 통해 한의약으로 내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경진


이상룡: 대체의학이란 단어가 국내에 등장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최근 전국 대학에 대체의학 관련 학과가 100개 이상이다. 이들의 제도권 진입 시도와 이번 헌재 결정이 무관치 않다고 본다. 유럽이나 미국의 선례를 들어 침구학을 대체의학으로 끌어내리려는 불순한 의도다. 황제내경 영추는 침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내용이 방대하고 다양하다. 때문에 한의대 교육과정의 상당 부분이 침구교육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개원가 역시 기본적 처치 단계가 침구치료이다.

정경진: 침구가 대체의학의 일종이란 인식은 침구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드린 결과라고 본다. 한의의료의 큰 특성인 전인적인 치료를 증거하는 장부경락학설을 지지하는 한 침구는 분명 대체의학이 아니다. 경락이 또 다른 에너지 통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한다면 봉안학설에 대한 지지와 연대도 필요하다.

박왕용: 대체의학은 서구 중심적 관념이다. 오리엔탈리즘과 태생이 같다. 엄밀히 말하면 양방은 한방에, 한방은 양방에 보완의학인 셈이다. 대체의학은 제3 지대에 놓인 의학을 말한다. 그래서 한‧양방 통합의학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미국 기준이 아닌 세계보건기구의 정의를 따르면서 용어 투쟁에 나서야 할는지도 모른다. 정명 사상이 적극 요구되는 시절이다.

진행: 침구 관련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극성을 부리는 배경은 무엇인가.

정경진: 불법 의료업자의 세력화를 방치했기 때문이다. 난치병 또는 고질병 치료나 관리 측면에서 효과가 탁월한 점도 작용했다. 서양의학의 뚜렷한 한계도 극성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이상룡: 일단 쉬워 보인다는 거다. 몇 주 만에 배울 수 있다는 사이비 교육과정의 범람도 한몫 거들었다. 인터넷을 통한 무분별한 한방 정보의 과잉과 사회적 웰빙 바람 역시 적잖은 역할을 했다.

박왕용: 한방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사실 취약했다. 한방 병의원은 대체로 찾아가는 의료를 위해 문턱을 낮추기는커녕 찾아오는 의료만 고집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 바람에 국민의 상당수가 한방의료에 대한 인식이 낮고 알게 모르게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있다.

“대체의학 관련 전공자들이 제도권 진입을 시도하는 것과 이번 헌재 결정은 무관치 않다. 의도가 불순하다”- 이상룡


진행: 전문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한의대 침구 관련 임상교육에서 개선할 대목은 무엇인가.

이상룡: 황제내경이 기록될 당시 등장했던 침구 도구를 보면 당시로선 혁신적이다. 요즘으로 치면 거의 수술도구에 버금간다. 그러나 일회용 침과 스티커 뜸이 등장하면서 시술 난이도와 위험도가 줄어들면서 기웃대는 무면허 의료업자들이 많아졌다. 임상기술과 의료도구의 혁신적 개발이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전문가 손길이 필요하다고 인식되는 약침, 소도침과 같은 전문기술의 교육과정 심화가 필요하다.

최문석.
최문석: 대학 부속병원 이외의 임상 진료현장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연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왕용: 본과 과정에 침구학과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전문성 강화와 상징적 의미를 위해서다. 물론 침구학과를 나와도 한의사 국시를 응시할 수 있다. 약대는 약학과 제약학과를 분리 운영하고 있다.

이재동: 저희 대학은 참관 위주의 실습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작년부터 학생이 직접 환자를 데리고 와서 진료하는 학생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수련의나 스텝의 지도를 받으면서 학생이 직접 침 시술도 하고 뜸 치료도 해보는 건 의미가 대단히 크다.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앞으로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진행: 지난번 SBS 토론회를 보니 김남수 침사가 나와 침구대학 설립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박왕용: 가치 없는 발언이다. 시술은 진단을 전제로 이뤄진다. 진단 없는 침구는 치료술이 아니다. 해부‧생리‧병리‧진단학을 배운 뒤에야 비로소 침구치료가 가능하다.

이상룡: 비의료인들이 함부로 침구대학 설립을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박왕용 대표 말대로 한의대 안에 침구의학과를 만들어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 본다. 

최문석: 세계 최고의 침구학 교육이 준재들을 대상으로 한의과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언이다.

이재동: 한의사가 존재하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는 더 발전되고 전문화돼야 한다. 단기간 교육을 통한 침구사 배출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다양한 대화 채널이 만들어진다”- 최문석


진행:
불법 의료행위를 발본색원하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가.

최문석: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강좌를 금지하도록 현행 학원법, 평생교육진흥법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진행: 침구사 부활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전략적 대응책은 무엇이라 보나.

최문석: 아무런 연구와 검증 절차 없이 무조건적 자격제도를 신설하고자 입법 발의된 법률안은 폐기가 마땅하고, 위해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의료행위 정의와 평가, 의료유사행위와 보완대체의료에 대한 연구와 검증을 통해 의료행위에 포함하거나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라는 헌재 주문을 합당하게 진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미국에서 2000년 3월 행정명령 제13147호에 의거해 설치된 백악관 보완대체의료정책위원회(WHCCAMP)와 유사한 형태의 제도 도입 또는 대안 입법 발의를 요구할 필요도 있다.

정경진: 한의사들은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여러 번의 침구사법 상정을 무산시킨 승리의 경험도 간직하고 있다. 협회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회원과 자료를 공유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투쟁이 필요하다면 회피하지 말고 싸워나가야 한다.

진행: 현행 한의학육성법에는 한방의료행위가 두루뭉실하게 정의돼 있다. 침구 시술 등 한방의료행위를 명확히 정의한 개정안이 작년에 발의됐지만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개정안 통과를 위한 분위기 조성으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정경진: 우선 한의계 지도부가 확실한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회원의 중지를 모아 나가면서 장단기 목적을 분명히 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국회 분위기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분회의 활동이 좀 더 활발해진다면 이를 토대로 대국회 논리작업을 펼칠 수 있으리라 본다.

최문석: 시급하지 않거나 이해관계에 따른 논란이 많은 법률안은 상정 순위가 밀리는 상황이다. 법안 소위 위원을 상대로 꾸준히 설득해 한의학육성법 법률개정안이 상임위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본과 과정에 침구학과를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전문성 강화와 상징적 의미를 위해서다“- 박왕용


진행: 국민건강서비스법 관련 정부 법안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침구가 이 법안에 포함되는 것 아닌가.

최문석: 치료행위로써 침과 뜸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보건 뜸이란 명분으로 건강관리서비스로 포함하는 어처구니 없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고 계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법률안 제2조 제6호에서 한의원·한방병원, 치과의원·치과병원을 제외하고 제11조에서 건강관리 의뢰서 발급권자에 한의사를 제외했기 때문에 입법을 저지해야 한다.

이재동: 저 역시 침구는 포함되지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국민건강서비스법이 마련되면 우리 한의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통의학 면허가 주어진 한국에서는 향기요법 등 서양에서 얘기하는 대체의학이 대부분 한의학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의학이 침, 뜸, 약물에서 다양하게 치료영역을 넓히기 위해선 각 대학은 여러 가지 대체요법 중 한의학 이론으로 설명되는 부분들은 하루 빨리 수용해야 한다.

진행: 이 법안은 의료의 영리화‧ 시장화와 관련이 깊다. 최근 ‘시장의 복지화‘라는 얘기가 복지론자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실정이어서, 침사 뜸사 대체요법사 양성에 정부가 적극적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런 흐름은 의료도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한의계는 이런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상룡: 차별화와 전문화가 중요하다. 한의학과 한의사제도가 없는 여러 선진국도 여전히 수많은 질병을 잘 극복하고 있다. 세상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직능이나 영역은 없다. 결국 한의계는 안팎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받게 돼있다. 차별화와 전문화로 의료 소비자들의 선택을 지켜내야만 의술로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최문석: 현재 일부 보건의료 인력이 과잉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보건복지예산이나 보건의료이용 비용 증가를 고려하지 않고 또 다른 다양한 인력만 양성할 경우 결국 보건의료체계 왜곡과 보건의료 질 저하를 야기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반 소비자 중심 정책이므로 소비자와 함께 반대에 나서야 한다.

정경진: 의료인력 재편에 실패를 자인한 꼴이다. 포퓰리즘 식으로 한의의료행위를 대체요법화 하는 것은 국민과 한의사의 비난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할 것이며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 소모적인 의료정책에서 탈피해 거시적이고 의료자원의 공정한 분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재동: 현 시점은 참으로 중요하다. 들은 바에 의하면 전국 대학에 100여 개의 대체의학 관련 학과가 있다고 하는데 만약 대체요법사와 같은 면허제도가 생긴다면 과연 한의계가 설자리는 있겠는가? 한의계는 이제 지금처럼 2면허 체계를 지속해야 할지 아니면 의료 일원화라는 단일면허를 고려해야 할지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현재와 같은 의료체제를 지속하고자 한다면 매년 800명 이상씩 배출되는 한의사의 수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일원화를 고려한다면 특별위원회 구성 등 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지 않나 생각한다.

박왕용: 주치의 등록제 시범사업을 한의계 자체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한방은 만성질환, 미병에 대해 양방보다 강점이 있다. 일단 실시에 들어가면 자료가 쌓여 이들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성과도 나오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의 건강상태를 감안할 때 한의학 선점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진행: 정부가 지향하는 의료 산업화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한의시장의 현실을 간과하는 있는 대목은 없는가.

최문석: 건강을 자본시장에 종속시키는 우를 범하려 든다. 또한 의료기관 대형화는 1차 진료의 특성이 강한 한의진료기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의료 산업화에 앞서 1차 진료를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되고, 수가지불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정경진: 의료를 상품으로 보는 게 산업화 정책의 핵심이다. 미국식 의료를 한국에 이식하는 걸 의료 산업화 혹은 선진화 방안이라고 보면 안된다. 공보험 체계의 확대 강화가 해답이다. 특히 뜸의 재료대 산정과 일회용 부항치료의 보험화 그리고 한약제제의 다양한 보험급여를 늦춰선 곤란하다.

“매월 9일이면 한의원이 사회봉사 개념으로 환자들에게 뜸자리를 잡아주는 그런 한방문화가 조성되면 싶다”- 이재동


진행: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이는 불법 의료행위를 뿌리 뽑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국민에게 친한방 인식을 심어주고 불법 의료행위의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알릴 장단기 대책을 말해 달라.

정경진: 먼저 한의약 왜곡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또한 분회나 지부 차원에서 대민 접촉의 횟수를 늘리고 중앙회 차원에서 한의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  

최문석: 한의구급처치 매뉴얼을 만들어 국민에게 보급하고, 한의사의 처방에 의한 자가 건강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역 단위 단골한의사제 등을 도입해 양생 지도와 1차 진료를 한의사가 전담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이상룡: 이번 사태는 국민이 한방을 싫어해서 벌어진 게 아니다. 요즘 광고계에선 너나 없이 스토리마케팅이다 스토리텔링이다 해서 온갖 신화를 만들려고 아우성인데, 협회는 그동안 무얼 했는지 자성할 일이다. 사실 한의학만큼 스토리가 무궁무진한 영역도 없다. 최근 비타민, 명의, 생노병사 등 의료방송에 출연한 한의사가 몇이나 되는가. 이건 분명 협회의 홍보역량과 직결되는 문제다. 언론특위라도 만들어 출중한 한의사들을 스타로 키워내야 한다.

최문석: 신문 방송 등 언론계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의약정책연구원이 운영하는 한의약최고위정책과정에 언론인 참여를 추진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진행: 전문가 집단이 대체로 그렇지만 한의계는 유독 참여의식이 떨어지는 편이다. 전체 한의사를 하나로 묶어줄 캠페인 운동으로 무엇을 생각하나.

최문석: 한의대 학생과 함께 하는 한의사의료봉사단 출범과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단위 한의약 건강강좌와 상담실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경진: 부지런하고 성실한 임상진료 관련 캠페인을 벌였으면 한다. 더불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한‧양방 의료의 진지한 접근과 성찰을 모색하는 시기가 필요하리라 본다.

이재동: ‘국민에게 다가가는 한의학’이 되었으면 한다. WHO 통계에 의하면 건강하지도 않고 병원에서 검사해도 진단이 나오지 않는 아건강 상태가 전체 인구의 75%에 이른다. 아건강은 우리 한방에서 얘기하는 미병이다. 이런 미병에 뜸은 아주 좋은 치료수단이다. 그래서 매월 9일이 되면 환자들은 뜸을 생각하며 한의원을 찾고, 한의원은 사회봉사 개념으로 환자들에게 체질에 따라 뜸자리를 잡아주는 그런 한방문화를 만들었으면 한다.

이상룡: 동호회는 많아져도 향우회나 동창회가 잘 안되는 시대가 됐다. 동호회처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만 움직이고 힘을 모으는 시대다. 협회는 회원들에게 이번 사태의 전말을 공개하고 회원들의 자발적 움직임에 모멘텀을 제공해야 한다. 구성원들끼리 이런 난상토론의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

박왕용: 한방산악회를 결성해 분기 또는 1년에 두 차례 지회 분회 별로 등반하면 어떨까 싶다. 안으로는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밖으로는 등산객들과 함께 생태‧생명운동을 공유하며 한의학과 자연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알리면 1석2조 아닌가.

정리=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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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0101 2010-09-27 08:22:10
읽어버린 권위를 찾아야 합니다..의사의 사랑이 환자에게 전해지며 한계단 또 한게단
권위를 스스로 확보 합시다..

김재일 2010-09-04 00:29:14
희소식은 하나도 없네여.괜히 읽었네여.한의계가 분골쇄신.개과천선해서 잘 해보겠다는 아주 대단한 결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과포화상태인 한의사들의 장래를 위해 행복한 미래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기존 한의사들의 자화자찬이네여.아니 임시방편으로 지면을 채우고 싶은 땜빵식 기사네여.알리고 싶은 의도가 뭐여.

한경일 2010-09-01 19:07:23
주제가 좋아서 읽었습니다.그런데 손님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주인을 위한 한마당입니다.
한의계의 문제점과 국내외적 위기 환경의 개선책, 대국민 봉사자세 변화에 대해서는 근본적 반성은 없고 주변 여건과 국민의 이용자세에 탓을 돌리는 것 같아 씁슬합니다.
자체 입장고수와 함께 잘 하고 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고객은 없고 장사만이 있는 격입니다.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 심심했습니다.

유미림 2010-08-31 22:44:11
한의학을 이용할 국민들의 견해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고 한의계 내적 분위기만 짚었내요. 한의학 하면 중의학이 떠오르는데요. 세계적 진출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국내환경만 고집했습니다. 국내외적 환경도 심도있게 다뤘어야 했죠.긴급진단이 아니고 평소진단입니다.편견을 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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