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한약, 論하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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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한약, 論하다(6)
  • 승인 2010.05.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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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환

임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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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반하곡 등 우량균 분리 배양
신곡 반하곡 등 우량균 분리 배양
‘발효두시’ 청국장보다 한 차원 높은 복합발효

발효한약, 論하다(6) 

최근 발효식품과 건강에 폭발적인 관심으로 한약에도 발효에 대한 연구와 다양한 발효한약 제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물론 한약의 발효라 해서 모두 약효 증진이나 부작용 감소에 효과를 보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전문적인 검증 없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 불안하며 혹시라도 이런 발효한약이 한의약계 전체 발전에 누를 끼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발효한약 연구는 신약 개발과 같은 맥락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로 발효효과와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다만 이미 검증되었고 사용되고 있는 한약제를 과학적이며 복용에 도움이 되도록 응용 발효하는 문제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한약의 발효는 발효약제의 과학적인 개량과 약재의 전탕 시 발효로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한약의 발효약재 개량은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직접 균을 배양하는 신곡, 두시, 반하곡, 우담남성 등을 현대 과학적인 방법으로 우량균을 분리‧ 순수 배양하고 잡균의 번식을 최대한 억제시켜 품질 향상을 이루었다. 신곡과 반하곡의 황국균 순수 배양, 두시의 1차발효 황국균 2차발효 고초균 순수 배양, 우담남성의 젖산균 순수 배양 등은 제품화되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조건에 맞는 분해 발효를 무시하고 생황주 생식초로 만들어진 약재들이 유통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중의 청국장(세균) 발효제품이 성인병 예방제품으로 환영 받는 현실을 볼 때 제대로 발효한 두시는 청국장보다 한 차원 높은 곰팡이와 세균(청국장균)으로 이중 복합발효한 제품으로 월등히 좋으나 각광 받지 못함이 무척 안타까울 따름이다.

발효한약제의 진수는 술이나 식초를 보료로 하여 법제하는 제품이라 생각된다. 술을 이용하여 술 속에 녹아있는 많은 효소(곰팡이효소, 세균효소, 효모효소 등의 복합효소)로 분해 발효하는 주자(酒炙), 주증(酒蒸)하는 방법과 식초를 이용, 식초균이 분비하는 효소로 분해 발효하는 초자(醋炙)하는 방법 등이 이미 의서에 기록되어 있으나 이를 가볍게 여기고 심오한 내용을 모르는 일부 제약인의 착오로 좋은 술(생황주)과 좋은 술로 담은 초(생식초)를 사용하여 조건에 맞는 분해 발효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약재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 꽤나 우려스럽다.

숙지황의 예를 들면 아홉 번 증자 건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홉 번 술을 뿌려서 술 속에 녹아있는 효소로 하여금 분해 발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지황에 약 30% 이상 차지하는 스타치오스, 라피노스와 같은 올리고당은 소량일 경우는 장내 유용균의 번식에 도움이 되나 많을 경우 사람은 소화 분해할 수 없어 설사를 유발하거나 장을 불편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술로 주침하므로 술 속의 효모에 의해 가수분해하여 사람이 이용 가능한 단당류가 된다는 사실을 옛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감탄할 뿐이다. 실제 숙지황의 제조 시 좋은 술, 충분한 술로 주침하였을 경우 올리고당의 분해가 잘 되어 물로 증자한 숙지황보다 단당의 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실험으로 알 수 있다.

발효진피는 통상적으로 진피는 묵진피가 좋다는 의서 기록에서 비롯한 발효제품이다. 진피를 상온에서 묵히면 여름을 지나면서 자연의 고초균이 번식하여 분해 발효가 일어나므로 물에 잘 녹지 않는 지표 성분인 헤스페리딘(비타민 P)이 일부 녹아 약효를 증진시키는 현상을 발견하고 묵진피의 고초균을 순수 분리 배양 발효하므로 묵진피보다 많은 헤스페리딘 등이 용출되는 제품을 개발하여 공급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분야에 많은 연구와 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 

두번째로 전탕 시 한약발효는 최근 발효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부 한의원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별도의 효소와 균을 포함하는 물료를 첨가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는 검증이 필요한 만큼 주의를 요한다. 오히려 선인들의 지혜를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신곡, 맥아 같은 효소가 발효 한약제가 들어가는 경우는 전탕시 낮은 온도에서(40~60℃) 분해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면 발효가 일어나서 전분, 단백질 등의 물질이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저분자 물질로 일부 분해되므로 소화의 부담을 줄여 충분한 약효성분의 흡수를 도와준다. 옛부터 한약을 달일 때는 약한 불에서 서서히 열을 가하고 약탕기 자체를 질그릇으로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도록 한 것도 일부 이런 원인도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

“전탕 시 한약발효는 별도의 효소와 균을 첨가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이는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또한 소화 흡수를 돕는 신곡(육신곡) 및 맥아는 그 품질의 우수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품질이 떨어지면 한약재 속의 전분이나 단백질을 분해해야 할 신곡 및 맥아가 오히려 그 속에 발효하지 않은 전분이나 단백질이 남아있게 되어 소화에 지장을 주고 텁텁하고 복용하기에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별도로 온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약탕기로 전탕함은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된다. 약제에 상호 부작용이 없는 처방이라면 신곡, 맥아, 두시, 발효진피 등을 추가로 첨가하면 좋은 발효한약이 될 수 있다.

탕전 시 다른 약재를 살짝 한번 끓여 식힌 후에(40~60℃) 신곡 맥아, 두시, 발효진피 등의 발효약재를 추가하여 가끔 저어주면서 2~4시간 두었다가 다시 전탕하면 소화 흡수에 도움이 되는 발효한약이 되고 많이 응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동환/ 신흥제약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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