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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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 승인 2009.12.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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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 기자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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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실적 상승세 전환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경영실적 상승세 전환… 올해 새 비전 통해 가속화

척추관절질환 전문센터 개장 등 전문성 강화

대담= 강근주 편집국장

고통, 가급적 피해라. 정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작가 공지영의 말이다. 현실인식이 명확하다. 절박감이 뚝뚝 떨어진다. 비상구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맞다. 현실을 도피하지 않고 한계상황까지 자신을 끌어올리면 길이 보이게 마련이다.

류봉하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은 지금 고통 속으로 자신을 던졌다. 희망을 낚기 위해서다. 경영상태가 어렵자 대학 측은 2007년 말 그에게 지휘봉을 다시 맡겼다. 7년 만의 컴백이다. 한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그는 희망의 맹아를 심는 중이다. 지난 1년간 경영실적도 호전됐다. 우리 이제 희망만 말하자는 그의 얼굴에선 온유함이 묻어난다. 고난 속의 여유,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품새는 분명 아니다.

-대학한방병원의 경영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원인이 무엇인가.
“다른 한방병원 사정은 모르겠고, 경희의료원은 1999~2001년에 정점을 달렸다. 당시엔 환자가 절로 병원을 찾을 정도였다. 헌데 2002년 6개월 간 병원이 파업을 벌이면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이후 경영악화가 심화됐다.”

-요즘 사정은 어떤가.
“비록 소폭이지만 상승세로 돌았다. 그 여세를 몰아가면 올해 경영실적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원칙에 따른 조직운영 등 과감한 내부 개편과 구성원 간의 결속력 강화가 주효한 듯싶다. 약재 개발도 적잖게 기여했다.”

-모 대학한방병원은 병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총장급 대우를 해준다. 그 병원장은 과감하게 신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등 운신의 폭이 넓다. 류 병원장께서도 전권을 행사하나.
“오래 전부터 자율경영권을 요구했으나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다행히 취임 이후 기자재 구입, 예산 편성 등 한방병원장의 독립된 권한이 보장돼 과거에 비해 그나마 경영환경이 나아졌다.”

-개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방관적 자세를 취하는 의사들도 많지 않나.
“사정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일단 공동의 비전을 설정해 자발적인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전문 경영인 투입을 고심 중이다. 2~3월경에 경영진단 분석자료가 나온다. 그 결과는 경영 활성화를 위한 병원 공동의 ‘미션’이 될 것이다”

-전 병원장들은 현 병원장의 일급 참모로 작동하지 않고 방관적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든데, 경희대 한방병원 역시 마찬가지인가.
“개인에 따라 다르다. 파격적인 인사보다 교육/학술/진료부장을 거친 뒤 병원장이 되고 퇴임한 경우가 아무래도 조직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대학한방병원은 준 전시상황이다. 야전사령관으로서 어떤 쇄신책을 준비하고 있나.
“전문 경영인 투입을 고심 중이다. 2~3월경에 경영진단 분석자료가 나온다. 그 결과는 단순한 경영진단/분석이 아니라 경영 활성화를 위한 병원 공동의 ‘미션’이 될 것이다.”

-새 임상기법이 대학병원에서 많이 나와야 한의학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 그런 역할이 미흡한 것 아닌가.
“한방 치료기술이 갖는 단순성 때문이다. 침/뜸/약이 전부라 해도 무방할 정도 아닌가. 그나마 최근 들어 침 관련 임상기법이 많이 나와 다행이다. 안면침/성형침 등은 향후 한의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연요법에 입각한 다양한 기법도 개발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체의학도 과감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한방은 전문의나 일반의나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가 나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전문의제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의학은 지금보다 더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 전일개념은 분명 특수한 영역이고 한방의학의 고유한 측면이지만 앞으로는 질환에 대한 전문성도 갖춰야만 한의학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임상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방안을 시행하고 있나.
“각 교실 별로 임상논문을 발표하고 공부하도록 독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약 개발 후 이에 대한 임상까지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전립선/비만 관련 우수 임상논문이 작년에 여러 편 나왔다.”

-전문의 과목 신설을 놓고 한의계가 시끄럽다. 이번 사태를 어찌 보나.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신설 과목은 불필요하다. 내과 소아과 침구과 부인과 등 기존 전문진료 과목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정의학의 경우 이를 지도할 교수나 전문가, 학문적 체계마저 부재한 상황이다. 양방도 가정의학 전문의를 실패한 사례로 꼽지 않는가.”

-개원가 스타급 한의사를 영입할 계획은 없나. 대학한방병원에 스타급 한의사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스타급 교수를 만들어 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임상적 치료율만 가지고는 생명이 길지 않다. 이론과 연구능력까지 겸비해야 한의계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임상과 연구능력을 고루 갖춘 젊은 인재들을 물색 중이다. 선택된 이들에게는 한 분야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계획이다.”

-뛰어난 임상능력 만큼이나 언론과 긴밀한 접촉은 중요하다. 헌데 신종플루나 각국 전통의학의 세계화 등과 관련된 칼럼은 고사하고 순수 의학칼럼조차 유력 신문에 실리는 경우가 드물다. 양의 쪽은 다르다. 왜 이렇게 됐다고 보나.
“한의계 전체가 반성할 대목이다. 실례로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도 한의학적 온병치료에 대한 가능성 등을 언론에 보다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한의계도 이제 대사회적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각 교실 별로 임상논문을 발표하고 신약 개발 후 임상까지 권장한다. 그 바람에 전립선/비만 관련 우수 임상논문이 작년에 여러 편 나왔다.”

-한방치료만의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블루오션은 어느 쪽이라 생각하나.
“적극적으로 외국인 환자를 유치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성형이나 비만치료 등에 외국인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겠지만 한의학에 대한 인지도가 좀 더 높아지면 관절질환, 마비질환 등에 외국인 환자가 몰릴 것으로 본다. 이 분야는 한방 치료기술이 강하지 않은가.”

-다국적 제약회사나 양의계 쪽을 보면 질환은 만들어지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한의 쪽도 그런 측면을 적극 고려해야 하지 않나.
“우선 한의학 특성을 살린 검사기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어렵지만 한의학 생존을 위해선 꼭 필요한 문제다. 한방병원 뿐만 아니라 대학, 한의학연구원 등이 노력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경희대 한방병원이 내년에 역점을 둘 사업과 신사업은 무엇이 있나.
“양생법에 기초한 티테라피를 도입하고 척추관절질환 전문센터를 개장할 계획이다. 신약 개발 및 약재 제형 변화는 지속적인 중점사업이다. 자연요법센터에 기공치료실 또는 음악치료실, 양생을 지도하는 자연치료실 등을 추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한의약계가 요동치고 있다. 일종의 돌파구 모색이다. 원로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이제 자기 개발은 생존 수단이다. 피나는 노력을 쏟고 언제나 환자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가 한의대에 들어왔을 때 한의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은 얼마나 많이 좋아졌나. 희망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키워가는 것이다.”

정리=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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