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으로 빠져든 졸업 준비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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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으로 빠져든 졸업 준비생들
  • 승인 2009.12.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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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 기자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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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 위한 전문의 취득 의미 없어”

혼돈 속으로 빠져든 졸업 준비생들

전한련 소속 학생 180여명이 지난 3월22일 모자병원 개설 등 전문의 수련체계 문제에 항의하며 대한한의사협회를 점거하고 있다.

“일차의료 위한 전문의 취득 의미 없어”

전문의 신설 과목이 1개로 결정되면서 전문의 수련체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매해 배출되는 한의사 수는 평균 860명 이상이고, 이들을 수련의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230명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체 한의대생 중 25%만이 전문의를 딸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수련의 과정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한의대 문을 나서자마자 자칫 B급 한의사란 멍에를 짊어지기 십상이다.

헌데 수련의 과정 입문은 간단치 않다. 한방병원의 경영 악화로 수련의 모집을 축소하거나 아예 꺼리는 병원까지 있어 수련의 경쟁률은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할 전망이다. 결국 전문의가 되지 못한 일반 한의사가 향후 동기 전문의와 같은 환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서글픈 상황도 야기할 수 있다.

전문의 수련체계 문제 ‘뜨거운 감자’ 될 듯

한의대생 위한 전문수련체제 심층논의 절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를 해결하고자 올해 모자병원 등 수련체계 방안과 최근 전국이사회를 통해 전문의 신설 과목으로 ‘한방가정의학과(가칭)’를 신설해 그 적용 대상을 개원의부터 한의대 재학생까지 확대했지만 구체적인 수련체계 문제는 T/F팀을 통해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비 졸업생 대다수는 가정의학 전문의를 따느니 차라리 전문의를 포기하는 게 더 낫다는 극단적 반응을 보여 개원의들과 달리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의 문제가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 대로 가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한의협이 복지부의 안을 결국 그대로 수용하는 바람에 한의계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는 날선 비판의 목소리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전공의 신규과목 대승적 차원서 합의

수련체제 한방병원급 전문성 있어야

전공의들 역시 내심 불만이 적지 않다. 현재 병원에서 근무 중인 수련의들은 신규 과목 1개 신설에 대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규 과목의 수련체계에 병원 수련이 포함돼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임태용 대한한방전공의협의회 기획부장은 “신규 과목 전문의 취득을 위한 다양한 방안 중에 분명한 것은 병원 수련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구체적인 수련시간이나 장소는 좀 더 직역 간의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국가나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년여 간 개업에 대한 이익을 포기하고 전문의를 따려는 이유는 양방에 대한 기본 이해 뿐만 아니라 입원 환자를 관리하고 병원체계에 대한 실무를 배우기 위해서다”라며 “일부 한의사는 전문의 과정이 양방처럼 힘들지 않고 여유로운 것처럼 여기는데 실제로 전공의 생활은 박봉에 치이고 1주일에 하루만 외출이 가능한 keep(거주)생활과 매일 반복되는 고된 업무와 논문에 치이곤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 한방병원의 K수련의는 “이번 사태에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이들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문의를 취득할 이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8개 과목 전문의를 취득해 개업을 할지라도 이미 로컬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치료법과 별 반 다를 바가 없어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고 개업을 하고서도 소위 뜬다는 강의만 좇아다녀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며 혼란스러운 심경을 드러냈다.

K수련의 외에도 이번 전문의 관련 문제로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불만 어린 목소리와 전문의 다수 배출로 인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기존과목 선택이냐 새로운 수련체제냐

졸업 후 두 가지 길에 서게 될 학생들

여론이 어떻든 이번 결정이 번복될 확률은 적어 보인다. 이제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전문의 수련체계가 얼마 만큼 각 직역의 합의를 이끌고 한방병원과 뒤떨어지지 않는 수련교육을 통해 질적인 문제를 담보할 수 있느냐다. 지난 3월22일 한의협이 전문의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려고 하다가 전한련(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 학생들에 의해 약 2주 간 점거를 당했을 때도 모자병원 수련체제에 대한 질적 담보 문제가 이유였다.

구명하 전한련 의장(동신대 한의대 본과 2년)은 “모자병원 체제가 됐든 로컬 수련을 통한 병원 이외의 수련체계든 간에 분명한 것은 기존 한방병원 수련 만큼 동등한 질적 수준을 담보된다면 어떤 방식이 됐든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한의대생들의 전체적인 중론을 묻는 질문에 구 의장은 “아직은 학우들 사이에서도 수련체계가 명확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 보니 관심이 없는 학우들도 있고 혼란만 느끼는 학우들도 많다. 현재 전한련에서는 앞으로 전개될 의료인 상호고용이나 의료 일원화 등 의료계 시스템 변화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동현 원광대 한의대학생회장은 “전한련 입장을 기초로 경과조치에 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수련체계 논의에 대한 문제는 예전처럼 책상에서 탁상공론을 펼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가지고 심층 논의를 해야 한다”며 “의료체제 변화나 해당 과목에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줘서 그 내용을 갖고 최대의 효과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환 경원대 한의대학생회장은 “수련체계에 대한 입장은 공통적이지만 질환 중심의 전문의 체계가 될 지 전인적 개념에 전문의 수련시스템이 될 지 각 11개 대학 학생회 대표의 의견도 다양하다”며 “이번 이사회 결정 이후 구체적인 수련체계가 결정된 것이 없다 보니 전한련 회의나 경원대 학생회 차원의 대책회의가 진행되진 못하고 있지만 추이를 항상 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의협이 전문의 수련체계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으로 내놓은 모자병원 역시 전례가 없어 복지부 측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제 한의대 졸업생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수련병원으로 들어가 8개 과목의 전문의가 되든지 아니면 임상경험을 쌓은 후 새로운 수련체제 속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졸업을 앞둔 한 한의대생은 이번 전문의 문제에 착잡한 심정을 표했다. 대전대 한의대 J모 한의대생은 “기존 8개 과목 중 침구과를 선택할까 고민 중이다. 4년 간의 (전공의)병원생활이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앞으로 전문의를 따지 않고서는 제대로 한의사 노릇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솔직히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로컬에서 일차의료 전문의를 딴다는 것 자체가 별 다른 강점이 없어 보인다.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에 요즘은 내가 왜 한의대를 왔나 하는 후회도 드는데, 동기나 선배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한의대생들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다. 한의대생들의 안정적인 미래와 한의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번 수련체계 논의가 한의학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수련체제 확립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진성 기자

091207-정책-전문의 수련체계(p)-최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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