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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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8)
  • 승인 2009.11.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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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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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병 병이 들어온 경락 반대쪽, 
경병 병이 들어온 경맥 침놓아

邪氣가 피모→손맥→락맥→경맥→오장 침투
邪氣가 피모→손맥→락맥 떠돌아 奇病 유발 

지난번 글에서는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을 크게 경병(經病)과 락병(絡病)으로 구별할 수 있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임상에서 경병과 락병은 통증 양상이 뚜렷한 차이가 있으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경병에 속하는 디스크라는 병이 사실은 침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도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번 글은 이어서 락병을 주로 언급하려 한다.

똑같은 사기가 몸에 들어와서 어떻게 상하 방향의 경병과 횡 방향의 락병으로 다르게 되는 까닭이 있을 것이며, 치료에서도 경병은 병이 들어온 쪽의 경맥에 직접 치료를 하고, 반대로 락병은 병이 들어온 반대 쪽을 치료하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락병은 손발가락의 말단 주위를 따주는 무자법(繆刺法)을 쓰라고 되어 있다. 실제로 임상에서 손발을 따주는 치료법은 흔히 사용되고 있으며, 민간에도 널리 알려져 밤에 체해서 스스로 엄지손가락을 실로 싸매고 바늘로 손을 따고 왔다는 사람도 있다. 물어보면 이런 분들은 대부분 예전에 손을 따고 나서 순간적으로 병이 좋아진 것을 보거나 체험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애기가 울음소리에 힘이 없고 축 늘어지는 만경풍 증상으로 한의원에 오는 경우에 원장이 경험이 없어 당황할 때 경험 많은 선배가 소상을 따고 검은 피가 나오고 나면 바로 좋아지는 경우가 있으니 해보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당황하는 경우도 몰라서가 아니라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효과가 있을 경우 그 속효는 경험해 보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영위 좌우로 치우친 건 타고난 허실 때문”
무자법 전신 통증질환 충치치료에 응용하자

이렇게 손발의 끝을 따서 나을 때 나오는 피는 그냥 상처에서 나오는 출혈에 비해 색이 검다. <황제내경소문 63 무자론>에서는 사기가 피모(皮毛)→손맥(孫脈)→락맥(絡脈)을 통해 들어가다가 경맥(經脈)이 막혀서 경맥을 통해 오장육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사지 말단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손발을 딸 때 나오는 검은 혈액은 사기(邪氣)의 악혈(惡血)로 검은 피가 나오는 경우가 특히 효과가 빠르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의외로 한의원에 오는 환자 중에 무자법으로 치료가 쉽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치험을 소개하면 갑자

기 한쪽 귀가 안 들려서 온 20대 중반의 직장여성은 둘째 손가락에 피를 내는 것으로 2회만에 치료가 된 경우, 두통과 어깨통증에 새끼발가락을 따주자마자 통증이 없어진 경우 등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특히 기억 나는 환자는 옆구리 위쪽이 아파서 숨도 간신히 쉴 정도로 힘들게 와서 침과 한약 처방을 원했다가 반대쪽 넷째 발가락에 침을 맞자마자 피를 빼기도 전에 통증이 깨끗이 사라져서 원했던 처방이 아니라 보약을 지어간 경우다.

이렇게 무자를 응용한 치법은 단순하게 체증을 내리는 효과 뿐만 아니라 전신의 통증질환에도 다양하게 적용되며 신속한 효과가 있다. 〈무자론〉의 내용에서 특이한 것은 ‘치우(齒齲)’ 즉 충치 역시 둘째 손가락의 무자로 효과가 있다고 한 점이다. 손가락과 잇몸을 잘 살펴서 무자법을 충치 치료에도 응용해 보자.

최근에 점점 경맥, 락맥을 진단과 치료에 참고하기보다 인체의 근육과 골격의 구조적인 입장에서 사지의 통증질환을 바라보는 경향이 높아지는 듯하다. 그러나 침, 뜸, 부항이라고 하는 치료도구를 가지고 영위지기를 조율해서 치료를 하는 입장이라면 전통적인 관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침의 치료영역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몸의 외곽 즉 껍데기인 신형(身形) 뿐만 아니라 오장육부, 정신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번 기고의 주제는 ‘락병은 왜 병이 들어온 경락의 반대쪽에서 치료하고 경병은 병이 들어온 경맥에 침을 놓아서 치료를 하라고 한 까닭이 무엇일까’ 이다. 그 이유는 역시 〈무자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병(經病)은 경맥(經脈)이 가로막혀 있지 않아서 사기(邪氣)가 피모→손맥→락맥→경맥→오장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때문에 병이 든 경맥을 침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락병(絡病)은 피모→손맥→락맥에서 경수(經兪)가 막혔기 때문에 경맥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돌아 기병(奇病)이 생긴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 우리 몸은 경수가 폐색되는 보호를 받아서 락병이 생기고 어떤 경우에 경병이 생길까 하는 의문이 뒤따라 나옴직하다. 그 답은 <소문27 이합진사론>의 “영위가 좌우로 치우친 것은 타고난 허실에 의한 것으로 사기가 밖에서 경맥에 들어와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此皆榮衛之傾移, 虛實之所生, 非邪氣從外入於經也)” 라고 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즉 누구나 선천적으로 좌우(左右) 어느 한쪽으로 영위(營衛)가 실한 쪽과 허한 쪽이 있어서 실(實)한 쪽으로 사기가 침입하면 경맥을 통과해서 내부로 들어오지 못해 락병(絡病)이 생기고, 허(虛)한 쪽으로 들어오면 경병(經病)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좌측이 선천적으로 실한 사람이라면 사기가 좌측으로 들어오는 경우 락병이 되어 우측에 치료를 하게 되고, 우측으로 들어오는 경우 경병이 되니 우측의 경에 침을 놓아서 치료하라는 것이 요지다.

침을 통처 쪽 즉 환측에 놓아야 할지, 건측에 놓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경전은 명쾌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독자께서도 침을 어느 쪽으로 놓아야 할 지 고민될 때 고려해 보셨으면 한다.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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