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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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5)
  • 승인 2009.10.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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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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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과 보사법 정확해도 시간 못 맞출 경우 효과 ‘들쑥날쑥’

惡阻, 위기가 초래하는 다양한 질환 중 하나
위기 태양경 맞춰 침 놓으니 효과 즉각 반응

탁기 머리에 침범하면 어지러움 등 두란 발병
<영추34 오란〉병리 衛氣역행 때문이라 설명

위기가 일으키는 병이 다양함은 여러 번 언급했다. 그 중에서 잘 낫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이 고생하는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있다.

최근에 필자에게 오저(惡阻)를 주 증상으로 치료하러 온 환자가 있었다. 30대 초반의 여환인데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음식냄새도 못 맡고 어지러운 증상을 호소했다. 이 환자는 서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인데 약 5년 전에 필자와 인연이 되어 수년 간 원인을 못 찾은 어지럼증으로 고생하다가 필자에게 치료를 받고 나았던 적이 있다.

직업이 간호사이고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니 각종 검사와 치료를 힘닿는 데까지 했지만 원인을 못 찾았고 증상도 전혀 변화가 없었던 모양이다. 침 치료 후 나은 다음에는 그 동안 고생이 컸던 만큼 식이요법도 잘 지키고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자기가 다니는 병원보다 필자에게 와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신뢰가 깊어졌다.

환자는 그때 미혼의 20대 후반으로 피부가 희고 이목구비가 반듯한 미인형인데 체격만 본다면 태음인으로 진단하기 쉬울 정도로 비만형에 가까웠다. 이 환자의 어지러운 증상에서 특이한 점은 집에서 쉬는 날이나 휴식시간에는 덜하고 출근만 하면 어지러워서 밥도 못 먹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근무 중에는 아주 허기질 때 빵과 음료를 조금씩 먹는 정도로 식사를 때우고 있었다.

당시에는 보법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문(捫) 절(切) 추(抽) 탄(彈) 조(爪)법만 쓰고 위기지 소재의 시간에 따라 침을 놓는 백각침법은 쓰지 않을 때였는데 처음에는 좌우 형의 구별이 어려워서 몇 번의 치료가 진행된 다음에야 왼쪽 발의 속골혈에 행침을 하게 되었다.

탁기 머리에 침범하면 어지러움 등 두란 발병
<영추34 오란〉병리 衛氣역행 때문이라 설명

약 1개월 정도 2~3일에 한 번씩 치료를 했는데 어느 날은 침을 맞은 뒤에 머리가 개운하다고 하고 어느 날은 조금 좋은 듯하다고 하는 등 반응이 일정하지 않았지만 10여 회 치료 받은 뒤에는 출근해서도 일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만큼 어지럼증이 줄어서 좋아했다. 이번의 증상은 임신 8주 정도인데 입덧과 함께 어지럼증이 같이 있고 특히 오저가 심해서 밥도 못 먹는다고 불편한 증상을 호소한다.

이번에 치료할 혈은 지난 번처럼 왼쪽 속골혈로 미리 정하고 일어난 시간을 체크한 다음에 위기가 태양경에 있을 때 놓기 위해 잠시 기다리게 한 다음에 특별히 신경 써서 보법 전의 5단계를 시행하고 침을 놓았다. 침을 놓고 10분쯤 후에 반응을 물어보니 입 안이 상쾌하고 머리가 너무 개운해졌다고 한다. 약 30분 가량 유침한 다음 치료를 마치고 갔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서 다시 내원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지난 번 치료 후 입덧이 없다가 2주가 지난 어저께부터 다시 입덧과 어지럼증이 생겨서 왔다고 한다.

다시 지난번과 똑같이 치료를 했는데 또 2주가 지나서 같은 증상으로 내원해서 침을 한 번 더 맞고 갔다. 한참 지나서 전화로 확인해 보니 약간 불편해도 지낼 만해서 치료하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지럼증의 임상례를 하나 더 소개한다. 이 분은 60세가 넘은 여자 환자인데 멀리 마산에 살고 있다. 모친과 4촌이라 필자에게는 이모가 되신다. 작년 여름에 전화가 와서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다니는데 귀에 돌이 있다고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가르쳐 주는 운동자세를 해도 호전이 없다고 한약을 보내달라고 하면서 특히 머리를 갑자기 움직이거나 누울 때 핑 돌면서 어지럽다고 증상을 설명한다.

한약을 두 번 보내 드렸는데 증상은 조금 덜한데 그래도 불편할 정도로 어지럽다고 해서 서울 근처로 오실 때 꼭 와서 침을 맞으라고 신신당부를 드렸다. 그리고 1주일 남짓 지난 후에 서울 사는 딸네 집에 온 김에 침을 맞으러 왔는데 언제 내려가시느냐고 물으니 내일 내려가야 한다고 한다.

이 분은 그 전부터 소음인 우형으로 체질을 알던 분이라서 앞의 환자와 마찬가지로 왼쪽 속골혈에 침을 놓았다. 역시 보사법은 보법의 문절추탄조를 충분히 한 다음 호흡에 맞춰서 천천히 놓는 수기법을 썼다.

침을 맞는 동안 좌우로 머리를 돌려보라고 해도 어지러운 증상이 없다고 하기에 15분 정도 유침한 다음 침을 빼고 이번에는 갑자기 누워보라고 했다. 앉은 자세에서 갑자기 누워도 침 맞기 전처럼 어지러운 증상이 없다고 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일찍 올라올 걸 그랬다며 좋아한다. 한 달쯤 지나서 인사 차 확인 전화를 해보니 침 맞고 내려와서는 어지러운 증상은 없었다고 한다. 당시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침을 놓을 때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행히 시간이 맞았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생하는 어지럼증을 <황제내경>에서는 두란(頭亂)이라는 병명으로 부른다. <황제내경>에서 말하는 두란은 머리가 무거워지는 두중(頭重)과 어지러움․실신의 현부(眩仆)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영추34 오란〉의 저자는 청기와 탁기가 서로 간섭해서 탁기가 심(心), 폐(肺), 장위(腸胃), 비경(臂脛), 두(頭)에 침범함으로써 생기는 질환을 오란(五亂)이라고 하며, 그 중에서 머리에 침범하는 경우를 두란(頭亂)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오란의 병리를 위기(衛氣)가 정상적인 운행방향을 벗어나서 역행(逆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난치에 속하는 어지럼증 역시 위의 예에서 보듯이 1회로 치료되기도 하지만 시간을 잘 못 맞춘 경우에는 정확한 혈과 보사법을 쓴다고 하더라도 앞의 임상례처럼 효과가 났다 안 났다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 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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