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History(1) | 단군신화와 한국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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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History(1) | 단군신화와 한국 한의학
  • 승인 2009.10.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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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석

차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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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를 먹고 한동안 금기를 지켜 사람으로 환생한다." 이는 질병을 치료해 가는 과정과 상통한다. 의학적 요소가 다분한 셈이다. 중국 반고나 일본 가미요 신화와 다른 특색이다

한국의학사 강의를 시작할 때면 늘 ‘숨은 이야기 찾기’를 한다. “자 여러분, 오늘부터 한국의학사 강의를 시작합니다. 단군신화, 여러분 다들 아시죠? 환인의 아들이 세상에 내려와 환웅이 되고, 거기 살던 곰과 호랑이가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 물론 호랑이는 금기를 견디지 못해 가버리고 곰만 사람이 되어서 나중에 환웅과 결혼해서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에서 의학과 관련된 내용이 뭐가 있는지 찾아 보시겠습니까?” 처음에는 학생들도 다소 의아해 하다가 원문의 내용을 보고 환웅이 질병을 주관한 내용(主病), 쑥(靈艾)과 마늘(蒜) 등을 찾아낸다. 단군신화에 관련된 의학연구에는 쑥과 마늘을 명문상화와 연관시킨 내용들, 신화 속의 음양, 100과 21일 갖는 의미, 그리고 여기서의 마늘은 지금의 마늘이 아니라 토종달래라는 자못 진지하고 치밀한 연구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이 기록이 갖는 결정적인 문제는 이 이야기가 허구에 가까운 신화라는 점이다. 하늘에서 누가 내려왔다는 것, 짐승이 사람이 된다는 것, 모두 허구이다. 더군다나 <삼국유사>와 <제왕운기>에 실린 단군신화는 고려 때까지 전래되어 오던 건국신화를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단군시대의 문체나 소재가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는 이 신화가 갖는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건국’이라고 이름 붙여진 만큼, 그 안에는 한민족의 발생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들이 함축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단군신화와 한국 한의학의 기원도 그러한 상징성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군신화에는 다른 신화에 흔하지 않은 특이한 요소가 있는데, 바로 의학적인 요소이다. 이른바 쑥과 마늘이라는 약초가 등장한다. 단군왕검의 시대에 쑥과 마늘이 과연 있었느냐 하는 진위의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약초의 성격을 갖는 그 무언가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약초를 먹고 한동안의 금기를 지켜 사람으로 환생한다. 여기서는 과연 짐승이 사람으로 변하느냐 라는 엽기적인 사실보다 뭔가를 참고 지내며, 그 결과로 무언가의 변화가 생겼다는 개념이 더 중요할 듯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군신화의 중요한 줄거리이며, 우리가 약을 먹고 금기를 지키며 자숙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질병을 치료해 가는 일련의 과정과도 상통한다. 여러 신화에서 나름의 과정을 거쳐서 결실을 맺는다는 공통의 규율을 갖지만, 단군신화는 그 시작이 약초라는 점에서는 다분히 의학적인 요소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요소는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와 비교하기는 어려울 듯하고, 중국의 반고(班固)가 하늘과 땅을 떠받들고 나중에 반고 자신이 세상이 되었다는 중국의 신화와 일본의 마지막 신의 아들인 가미요(神代)가 머리가 8개 달린 뱀을 죽이고 건국했다는 일본의 신화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특징이다.

차웅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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