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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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4)
  • 승인 2009.10.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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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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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운행 • 인체시간 秘儀 활용해 임상 시작

앞의 글(민족의학신문 730호)에서 위기의 이상에 해당하는 다양한 정황을 12 가지로 요약해서 정리했지만 실제 임상에서 위기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병변은 아주 다양하다.
온몸이 붓는 증상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무척 흔하다. 이렇게 몸이 붓는 창병 역시 위기의 이상으로 생긴다. 특히 초기단계에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해 신부전증까지 진행되어 평생을 투석에 의지해 살아가는 불행한 일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2006년 11월27일 dongA.com의 보도에 의하면 20년 간 만성신부전 환자가 15배나 늘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신장 문제 생겨도 뱃속 그득해 지고 심각한 요통 초래
<내경> 위기 이상으로 창병 일어난다고 분명하게 기재

지난 일요일, 필자의 한의원에서 제법 먼 김포에서 지인의 소개를 받고 55세의 여자환자가 내원했다. 피부가 흰 편이며, 아담하고 약간 통통한 체격의 이 환자는 허리와 어깨가 아픈 증상을 주로 호소했지만 아픈 곳을 자세히 짚어가면서 물어보니 통증이 있는 부위는 허리 보다 더 위쪽의 우측이며, 우측 어깨의 견갑골 주위의 등 부위도 통증을 호소했다.
짚이는 데가 있어 식후에 속이 그득한 증상이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그런 증상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하게 “몸이 많이 붓지요?” 하고 물어보니 얼굴, 손, 발, 온몸이 부어서 걱정이라고 답한다. 당연히 소변도 시원하지 않고 자주 보는 증상이 있었다. 대변이 불규칙한 증상도 함께 나타났다.
이 증상은 <황제내경 영추35 창론> 중에 기재된 “신창(腎脹)의 등짝 전체가 다 땡기면서 뱃속이 그득해 지고 허리와 넓적다리가 아프다(腹滿引背央央然, 腰髀痛)”는 증상과 흡사하다. 환자에게 이 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중병의 시작에 해당하니까 침 치료를 받으며 반드시 붓는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고 소화가 잘 될 때까지 한약을 같이 복용하면서 치료를 하셔야 한다고 설명하고 일어난 시간을 물어보니 아침 8시에 일어났다고 한다. 진료실의 시계는 12시55분 마침 태양경에 침을 놓을 시간이다.
침구실로 자리를 옮겨서 “마침 시간을 잘 맞춰서 오셨습니다. 사람은 인체시계에 따라서 침 놓을 곳마다 효과가 제대로 나는 시간대가 바뀌는데 지금이 치료할 자리에 해당하는 시간이니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치료에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설명한 뒤 곧바로 왼쪽의 속골혈에 침을 놓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침 치료 전 문법을 하고 있을 때 허리가 아파서 온 거라고 다시 말을 꺼내는 걸 보니 환자는 붓는 것은 오래된 증상이라 특별히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의사가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겁을 주면서 복약을 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눈치다.
허리 아픈 것도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 경우는 신장에 원인이 있는 것이고 지금 침을 하나 놓을텐데 지금 손이 부은 것까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말해 줬다. 일단 침부터 맞고 얘기하자고 하면서 약간은 얄미운 생각이 들어 침 놓기 전 준비단계인 문, 절, 추, 탄, 조법을 슬쩍슬쩍만 하면서 침을 놓았다.
침을 놓고 나서 5분쯤 지나 다시 가서 허리 아픈 게 어떠냐고 물어보니 누워 있어서 잘 모르겠다고 하기에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면서 확인해 보라고 하니 또 모르겠다고 한다. “아픈 걸 모르겠단 말이죠?” 하고 재차 확인하니 그제야 그렇다고 한다. 이번에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해보라고 하니 부은 느낌은 확 없어졌다고 하면서 좋아한다.
그 상태로 20분 정도 더 유침하고 천천히 침을 뺐다. 일어나서는 허리 아픈 것은 전혀 없고 몸도 가볍다고 한다. 얼굴도 화색이 돌면서 이렇게 바로 효과가 나는 침은 처음 맞아 본다며 놀라운 기색이다. 그런데 역시나 한약은 형편이 어렵다고 가격을 1/4이나 깎아달라고 해서 그렇게는 해줄 수 없고 대신 치료를 오래 해야 되는 병이니 열흘 분량의 한재를 더 오래 먹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해서 진료를 마무리 했다.

위기 운행 관련 질병 침으로 위기 운행 이상 조절 필요
고대 지혜 100각, 96각이라는 편리성에 잊혀진지 오래

3일이 지난 오늘 수요일에 일요일의 그 환자가 더 먼 부평에 사는 시누이를 소개해서 같이 와서 진찰을 받았다. 아직 복약은 시작하지 못했는데 침 맞은 다음 붓는 증상이 확실히 덜하면서 소변 보기도 시원해졌다고 한다. 이번에도 시간이 잘 맞아서 바로 침 치료를 했는데 시누이는 30분을 기다려 침을 맞고 갔다.
<내경>에서는 창병의 원인을 위기의 이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기재하면서 “궐기가 하부에 있어 영기가 정류(停留)하고 위기는 운행을 멈추게 되어 한기가 위로 거슬러 올라서 진기와 사기가 서로 공격하게 된다(厥氣在下, 營衛留止, 寒氣逆上, 眞邪相攻, 兩氣相搏, 乃合爲脹)”고 한다. 창병의 치료 역시 위기를 정상적인 흐름으로 바꾸어 주면 낫게 됨은 물론이다.
일어난 시간을 기준으로 침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은 <영추76 위기행>에서 규명됐지만 이제껏 실제로 임상에서 사용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출간된 <동의위기행>에서 위기운행과 인체시간 시스템의 비의(秘儀)가 밝혀져서 막 임상에 활용이 시작되었다. 하루의 시간을 100각이라는 단위로 나눈 고대의 지혜가 수천 년을 이어왔지만 역시 96각이라는 편리를 추구한 약속에 묻혀서 잊혀진 지 오래다.
하루의 시간이 일출과 함께 시작하는 것처럼 사람의 시간도 우리 몸 속의 해(日)인 위기가 눈에서 출발하는 시간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내경>의 요지다. 위기의 운행 이상으로 일어난 병을 치료하려면 위기의 운행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며, 침을 통해 위기의 운행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24시간을 100각으로 나눈 ‘백각시계’가 진료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이유도 위기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이다.

대표 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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