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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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
  • 승인 2009.10.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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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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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효과 침 놓는 시간에 달려
위기의 12가지 병변

정확한 보사법 혈압조절 두통 입덧 치료
침치료 즉효성 <황제내경> 곳곳에 산재
침효과 몸 운영하는 위기 조절에서 나와

위기 소재지처는 태양, 소양, 양명, 음분의 차례로 순환하며 그 시간에 맞춰서 침을 놓지 않으면 절대로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영추(76) 위기행>의 가르침이다. 앞으로는 통곡혈과 속골혈을 위주로 정확한 보사법 후에 행침을 했던 실제 임상사례를 소개하면서 위기의 특징과 운행, 위기운행 이상의 병리적 상황, 행침의 시간과 보사법 등 다양한 주제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달포쯤 전에 65세 생일을 막 넘긴 여환이 침을 맞으러 왔다. 키가 작고 마른 체형의 이 환자는 한의원이 있는 건물의 청소를 하는 분인데 만 65세를 넘으면 진료비가 1,500원으로 싸지니까 일하면서 아파오는 어깨의 통증을 몇 달 간이나 참으며 오직 생일만 넘기기를 기다렸다가 왔다고 한다.

불편한 곳을 물어보니 팔을 움직일 때 왼쪽 어깨가 아프다고 한다. 환자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팔과 어깨를 움직여 보게 하면서 진찰을 마치고 침을 놓기 전에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지를 확인했다. 평소에도 새벽 6시에 일어나고 오늘도 같은 시각에 일어났다고 한다. 치료실의 시계를 살펴보니 12시10분 전이다. 내심 마침 잘 됐다 생각하고 환자에게 침을 맞자마자 통증이 없어질 거라고 얘기하면서 오른쪽 새끼발가락을 살살 문지르고 있으니 환자는 왼쪽 어깨를 옷 밖으로 내놓는다.
환자 분께 지금 침을 놓을 자리는 통곡(通谷)이라는 이름의 혈자리이고, 통곡은 좌우 새끼발가락 쪽에 있는데 그 중에서 오른쪽 새끼발가락에 있는 통곡혈에 침을 놓을 거라고 말하니 왜 아픈 어깨에 침을 안 놓느냐고 의아해 한다. 일단 발가락에 침을 맞고 나서 통증이 계속 있으면 원하는 데를 놔 드리겠다고 안심시키면서 문법(捫法)을 마치고 절법(切法)에 들어갔다. 환자는 여전히 불만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절법을 마치고 침 놓을 자리를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탄법(彈法)을 실시했다. 침을 놓을 자리를 정하고, 그 자리에 꾹 누르는 조법(抓法)을 잠시 한 후에 환자에게 아픈 왼쪽 어깨를 움직여 보라고 하니 통증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것 보시라고, 침도 놓기 전에 아픈 게 없어지지 않았느냐고 하면서 환자의 배가 호흡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지켜보고 숨을 다 내쉬었을 때 살짝 침을 놓았다. 다시 숨을 내쉴 때 아주 천천히 진침(進鍼)한 다음에 다시 환자에게 어깨를 움직여 보라고 하니 이제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한다.

10분쯤 뒤에 다시 환자에게 가서 숨을 들이마실 때 재빨리 침을 빼고 침구멍을 막았다. 환자는 통증이 사라진 게 신기한 모양이지만 침을 발가락 하나에만 맞은 걸 불만스러워 하는 눈치여서 온찜질을 하면서 쉬다가 가시게 했다.

약 15분 사이에 일어난 실제 진료실 상황을 글로 재구성해 보니 상당히 길어졌지만 여기에는 행침에 필요한 요소, 즉 환자의 체질과 체형, 좌․․우측 어디에 침을 놓을 것인지, 어느 혈에 침을 놓을 것인지, 보법과 사법의 결정, 행침 전후의 수기법 등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황제내경>에는 침을 놓으면 바로 낫는다고 하는 글이 여러 곳에 보이는데, 필자는 임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그 말이 사실임을 체득하고 있다.

통곡혈의 행침만으로 즉각적인 혈압 조절, 두란(頭亂)의 현기증과 두통의 진정, 입덧의 소실, 다양한 관절통의 조절 등 예전에는 침으로 치료하기 힘들던 여러 질환을 다스릴 수 있다. 게다가 증상에 따라 혈자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혈자리에 정확하게 실시한 보사법만으로 치료가 되는 경험을 이제는 날마다 한다.
침을 놓으면 효과가 나거나 부작용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만약 침을 놓기 전과 후가 똑같다면 총알이 없는 빈총으로 표적을 겨누어 총을 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행침의 효과 유무가 정확한 취혈과 보사법에 달려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효과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위기행〉의 가르침인 침 놓는 시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제 임상에서 활용 중인 의사는 많지 않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 몸을 밤낮 없이 승강출입하면서 운행하는 위기를 이해하지 않는다면 위기를 조절하는 침의 효과를 경험할 수 없을 것이며 간혹 나타나는 신통한 효과 역시 단지 우연의 차원에 머물고 말 것이다.

이제 수곡에서 만들어진 위기가 정상적인 운행을 하지 못해 생기는 수없이 많은 병을 <황제내경>에서 12가지 범주로 요약한 것을 표로 정리한다. 위기의 불출, 불입은 불면증과 기면증에 해당하며 역행으로 오란증이 생긴다. 피로는 위기삽으로 인한 것이며 위기내벌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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